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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Jul 31. 2023

두려움과 신념 사이

어슴푸레 잠에서 깬다. 그런데 영 기분이 별로다.

오늘은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라는 기대감보다는 걱정부터 앞선다. 걱정이라기보다는 두려움이었다.


핸드폰을 들어 시계를 본다. 아직 6시 20분.


알람이 울리기 20분 전이고 항상 기상하는 7시를 40분 남겨놓고 있다. 문득 잠에서 깨지 않았으면 했다. 죽고 싶다가 아니라 계속 잠을 자면 두려운 시간을 맞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은 그대로 있어주지 않는다. 몸보다 무거운 머리를 들어 침대에 걸 터 앉는다. 이윽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나온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아침을 먹고 나니 큰 녀석이 잠에서 깨 방에서 나오며 "아빠 굿모닝" 하며 손을 흔든다. 그 모습을 보며 가방을 챙겨 나와 차 시동을 건다.


라디오에서는 애청자들을 위한 각종 정보와 뉴스를 쏟아낸다. 평소 같으면 즐겁게 들었으련만 귀에 들리지 않는다. 이럴 때면 늘 하던 방식대로 휴대폰을 열어 넷플릭스에 저장된 드라마 한편을 플레이한다. 운전 때문에 화면을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대충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하는지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서른아홉' 드라마 중에 오늘은 6편... 제목은 '신념'이다. 시한부로 죽어가는 친구의 행복을 깨지 않기 위해 주인공은 그토록 지켜왔던 '정직'이라는 신념을 깨고 거짓말을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의 신념을 그렇게 던져버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끌려가듯 나가기보단 그래도 기대감 속에 습관적으로 했던 나의 일상은 오늘처럼 두려운 상황이 오면 그 긴장감 덕에 쉽사리 안정이 되지 않는다. 피해 갈 수 있다면 좋으련만 ... 그래도 피하지 않고 덤벼보기로 한다. 신념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신념이라기보단 의무이고 책임이라는 말이 더 맞을까. 나에 대한 책임, 아침에 굿모닝 하며 인사해 주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 나를 언제나 믿고 기다려주는 아내에 대한 책임, 자기 앞가림이라도 잘 하고 다니겠지라고 기대하는 부모님에 대한 책임... 이들과 함께 행복하기 위해선 피하지 말고 버텨야 한다는 신념.


오늘의 이 두려움을 정면으로 맞섰을 때 그리고 좋은 열매들을 맺어갈 때 나 스스로 기쁘고 뿌듯해할 거라는 걸 안다. 알면서도 피하고 싶은 이 감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두려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어렸을 적 교회 전도사님은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사람에게는 언제나 시련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그 시련은 하나님께서는 각자가 견디고 이겨낼 수 있을 만큼만 주신다" 우리가 늘 겪어보듯 곁에서 해낼 수 있다고 격려하고 응원을 주어도 쉽게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그 시련을 이겨내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기 때문에 그들이 내 시련과 두려움을 가져가 대신 견뎌 내주는 사람이기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전도사님의 말씀이 옳다면, 하나님께서 그리하시는 거라는 것이 진실이 맞는다면... 그래도 난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두렵지만 그래도 한번 부딪혀 봐야겠다. 실체도 없는 그 두려움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는지 말이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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