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들에게 전하는 인사 5: 용어의 정의의 중요성
아빠가 사회인으로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 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인사, 전략, 사업기획 등등 많은 기획서를 작성하고 실행해 봤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획이라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이라는 것은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려 한다.
내가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고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무렵 회사는 연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내가 모시던 부서의 실장님과 팀장님이 전략기획실로 발령이 나면서 아빠는 함께 발령을 받았다. 이때 내가 담당했던 일 중 한 가지가 매주 월요일 오전 7시에 진행하는 임원회의 자료를 각 부서별로 취합해 이를 다시 PPT로 만들고 회의시간에 오퍼레이팅을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가장 어린 신입사원이긴 했지만 웬만한 팀장이나 임원들보다 회사의 고급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아래는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다.
A 임원: 네 저희 사업본부는 지난주에.... 이번 주는....
B 임원: 저희 000 사업부 보고 드리겠습니다.....
(7명의 이사 및 상무님까지 모든 보고를 마친 후 사장님께서 조용히 일어나 회사 건물의 주차장을 내려다본다.)
대표: 저기.... 우리 주차장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갑자기 모든 임원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C 임원: 주차장이오? 하긴... 사장님 차량 주차되는 곳이 나무가 많아 새들이 앉다 보니 새똥도 떨어지고 나뭇가지도 많이 떨어지더군요. 사장님 주차장소를 제 자리랑 바꾸시죠
D 임원: 주차장.... 좀 좁고 불편하긴 하죠. 주차라인부터 좀 다시 긋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모든 임원이 주차장에 대해 한 마디씩 한다)
사장님: (손바닥으로 책상을 빡 내려치며) 아니!! 주 00 차장 말입니다. 재무팀 주 00 차장!!!
위 사례는 그저 사례일 뿐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한다.
위 상황은 대략 이렇다.
상황 1) 당시 재무팀에 주 00 차장님이 계셨다. 그런데 그분께서 실수를 하시는 바람에 쾌 큰 금액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해있던 상황이었다. (나중에 잘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당시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상황 2) 큰 위기가 있는 상황임에도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200여 명의 임직원 중 재무 담당 임원과 실무자 2명 / 전략기획실 임원 및 실무자 3명 / 대표이사까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용어의 정의(Definition)]에 관한 것이다. 흔히 기획을 한다는 것을 [무엇을, 무엇을 위해, 어떻게]를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은 그 기획안을 작성하고 실행할 때 쓰이는 많은 단어/용어에 대한 정의가 이뤄져야 한다.
말에는 공통성은 있어도 동일성은 없다.
누가 처음 이 말을 쓴 것인지는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같은 말을 가지고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이러한 말이 생기지 않았을까 한다. 따라서 이것이 바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또, 이것이 잘 이루어지면 논리적으로 기획을 풀어가는데 굉장히 유용하기도 하다.
중요한 용어를 모두 엄격하게 정의하고 음미하는 것이 논리학의 알파이고 오메가이며, 논리학의 심장이고 영혼이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가혹한 시험이지만, 일단 치르고 나면 일은 반은 끝난 셈이다.
- 윌 듀란트: 철학 이야기 중
용어를 정의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본원적 정의
어원적, 사전적, 철학적 의미의 정의이다. 즉, 사전을 찾아봤을 때 나오는 내용이다.
2. 조작적 정의
본원적 정의에서 자기 나름대로, 회사에서 쓰는 의미 등에 따라 의미를 부여해서 내리는 정의이다. 내가 남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기 위해 내리는 정의이며 시대와 상황이 변하면서 그 정의가 변하기도 한다.
일례로 '리더십(Leadership)'에 대한 본원적 정의를 보자면 이렇다.
조직체를 이끌어나가는 지도자의 역량. 단체의 지도자로서 그 단체가 지니고 있는 힘을 맘껏 발휘하고 구성원의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 지도자의 자질을 말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그런데 조작적 정의는 사람마다 지식과 경험, 생각하는 바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셀프 리더십을 리더십이라 이야기하고, 또 어떤 사람은 서번트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기획을 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것은 조작적 정의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조작적 정의에 대한 개념을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명확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다양한 시선,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적용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무 현장에서는 빈번하게 발생되는 혼란이기도 하다.
그런 혼란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또는 방지하기 위해 중심을 잡아야 하는 사람, "이 용어는 이렇게 정의합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기획자 또는 리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리더와 기획자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리더로서, 기획자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성장과 성공을 위해 그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구성원을 이끌고 성장과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동기부여를 이끌어 내야 하는 위치에서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가장 첫걸음은 우리가 쓰는 용어와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부터 돌아보는 오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