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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Sep 26. 2023

인정의 가치

알지만 결코 쉽지 않은 그것.

내가 어렸을 적 다녔던 미술 학원은 마치 학교와도 같아서 학원에 가면 선생님께서는 "오늘은 나무를 그려보자", "오늘은 주말에 있었던 일을 그려보자"라며 그날에 해야 할 주제를 알려 주셨다. 시간 내에 다 그리고 나면 피드백이 붙는다. "사람을 그릴 때는 이렇게 그려야 해..." "구도는 좋은데 색상이 좀 지저분하네..."라며 마치 정답이 있는 기술을 알려주셨더랬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했고 온당 그래야만 했던 시절이기에 잘못이다 아니다를 논할 이유는 없다. 


세월이 흘러 최근 어느 미술 학원에 방문하게 되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건강하고 올바른 인성 교육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일단 학생들은 그림만 그리지 않는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만들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학원에서 제공하는 재료를 무한정 사용해 생각한 바대로 작품을 만든다. 선생님은 오늘은 이거 하자 저거하자를 일절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로지 학생 스스로 생각한 것을 구현하는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안전한 도구 사용과 힘들어하는 부분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 정도에 그친다. 네거티브하게 하지 말 것만 이야기한다. (위험한 것은 하지 말 것...)


아이들은 열심히 꼭 그날 완성시키지 않아도 그다음 수업 시간에 와서 만들어도 되니까 쫓기는 압박감도 없다. 누가 질타하지도 않는다. 


이것만 해도 좋다. 그런데 이 학원에서 강조하는 것이 있다.


"학생들의 모든 작품에는 각자가 생각하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보시기에 굉장히 이상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작품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의 모양이나 퀄리티에 집중하지 마시고, 어떤 생각으로 어떤 스토리를 담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 더 칭찬하고 인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의 그러한 것에 인정하고나면 각자의 성향을 알게되고 대화법도 달라진다. 군인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대화하는 법이 다르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는 법도 달라진다.


사실, 거의 모든 부모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는다. 실천이 어렵다. 


어른들은 이미 각자의 주관과 눈높이가 정해져 있어서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필요한 건 어쩔 수 없다. 특히나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 딸을 키우는 아빠들은 더 힘들어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담긴 그 의미를 캐치해 내는 것이 힘들다. 


"내가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노는데 5명이 날 쫓아왔어!! 그걸 피해 도망 다니느라 엄청 힘들었어!!"라고 이야기하면 엄마는 "왜 친구들이 널 쫓아와? 무슨 일 있었어?"라며 아들을 쏘아붙이다. 그러나 아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나 5명이 쫓아와도 안 잡힐 만큼 엄청 빨리 달릴 줄 알아!"라며 자신의 능력이 이만큼 있다는 것을 인정해 달라는 이야기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서 궁금한 것을 질문해도 늦지 않다.


인정...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작은 것 하나 인정받는 것이 없는 상태로 다니는 직원이 있다면, 혹은 그게 나라면... 성과는커녕 마음에 이직하고 싶은 생각밖에는 들지 않게 될 확률이 높다. 꼭 업무에 관한 것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최근 근무 방식에 대해서도 아쉬운 소리를 하는 사람도 많다. 각자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존중한다며 재택근무, 화상 미팅 등등이 운영되고 있다.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이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나 역시 절대 반대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서로를 적당한 거리를 두며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 친밀감을 높이는 과정이 회사에서도 필요한데 그럴 기회가 없다는 거다. 오로지 업무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다 보니 자칫 적응이 늦어 성과 창출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금세 불안감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이럴 땐 상사의 역할이 중요해지는데, 상사도 없이 그저 수평조직이라는 것을 운영하는 조직이라면 이런 상황이 발생되기 더 쉽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생기는 법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인정을 해주는 우리가 되면 좋겠다. 


사실 누구나 인정받기 위해 산다. 일을 하건 공부를 하건 그 자체로 인정을 받고, 과정에 칭찬을 주고받는 사회.... 아무리 인공지능이 출현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각종 제도가 운용된다 한들,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 존재 자체로서의 인정은 발생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교류는 중요하다. 그리고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인내도 또한 중요할 것이다. 


그래야 좀 더 사람 사는 세상이지 않을까...


출처: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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