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와 생각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용기
우리 사회에서 성과와 경쟁력은 매우 중요하게 강조되곤 한다. 학교에서는 성적, 직장에서는 성과 평가가 그것 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존재 자체를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어버리곤 한다. 내 존재 자체를 인정받는 것은 강한 동기를 스스로 부여하게 되고 미래 사회에 적응하며 창의적 인재로 성장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기반이다.
-정혜신 [당신이 옳다] 중에서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심리 체크는 여러모로 나에게 주는 효과가 굉장했다.
창업일까, 아니면 이직일까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 속에 중요한 건 어떤 기준을 놓고 판단해야 할까라는 것이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보듯 나이 40이 넘어가면 이직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환경은 아니다. 그래서 점점 50이 가까워지고 50이 넘어갈수록 직장인으로 살아온 이들의 자괴감, 패배감, 무력감 등은 숨기려야 숨길수가 없다. 혹자는 이런 이야기도 한다. "내 주변의 은행원들이 회사에서 정년퇴직이다 명예퇴직이다 해서 그만두고 나오면 90%는 치킨집을 하더라고"
여기서 은행원들을 비하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고,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것에 대해 그 어떠한 냉소나 비판은 절대 없음을 먼저 말한다. 다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동안 쌓아 올린 경험과 지식들이 퇴직이라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왠지 무용지물처럼 느껴지는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했다. 단순히 생계를 위해 선택해야 하는 것도 큰 기준 중에 하나임은 부인할 수는 없지만, 내가 행복하고 싶었다. 또 그래야만 했다.
인사와 교육이라는 카테고리를 완전히 접기에는 아쉬움만 가득했던 터라 이 가운데서 고민하기로 했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 지내던 어느 날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한 회사의 대표로 있는 N대표였다.
N대표는 몇 년 전 공동창업을 했다가 그들과 헤어지고 나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에 대학 선배의 소개로 취업에 도움을 얻을까 싶어 만났던 분이다. 그 이후 별다른 왕래가 있지 않았지만, 3~4개월 전 갑작스럽게 N대표가 저녁에 잠깐 식사나 한번 하자며 나를 불러냈다.
자연스레 소주 한두 잔이 걸쳐지고 그동안의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러던 중 갑자기 N대표가 불쑥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 회사가 교육 사업을 해야만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회사 내부에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교육에 대한 진정성 하나인데, 언젠가 우리와 그 일을 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뜻밖이었다. 나랑 이야기를 많이 나눠본 사람도 아니고, 단지 내 대학선배가 믿고 추천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덜컥 이런 제안을 하다니... 사람인지라 기분은 좋았다. 그래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거절도 아니고 승낙도 아닌 애매한 답변을 전했다.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이 한 달 뒤면 정리가 될 텐데, 그 일을 마무리하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약속드리지요"
이게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그 일은 회사 내에서 나만 가능했던 일이었기에 그 책임감을 뒤로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이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N대표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한번 뵙고 싶습니다" 흔쾌히 N대표는 그러자고 했다.
며칠 후 N대표와 나는 서로 간에 궁금한 점을 비롯해 어떤 것을 하고 싶은 건지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전부터 생각해 온 강사 활동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고민을 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판단의 기준을 떠올렸다.
남을 만족시키기 위한 일 자체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나를 인정하고 만족시켜야 하는 일이어야 했다. 그래야 남도 만족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교육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남의 인생을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도록 해주는 일이다. 그런 역량을 쌓도록 해주는 일이기에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없는.. 무한한 책임과 사명의식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학교 선생님, 수많은 강사들이 오늘날도 그런 사명감 속에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래서 나 스스로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것이 없다면 타인에게 사기를 부리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불편하기만 하다.
우선은 N대표에게 내가 하고 싶은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문서로 정리해서 보내는 것이 필요했다. 왜 이런 사업을 하려는 것인지, 그래서 어떤 것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마치 목장 울타리를 친다는 느낌으로 큰 그림을 그려 보냈다. 단순하게는 사업계획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더 큰 의미는 내 가슴에 꿈틀거리는 욕구들을 속시원히 정리해 보는 작업이었다. 그래야만 내가 N대표를 설득하고 N대표 회사에 관계되어 있는 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길이라 믿었다.
또 중요한 건 나를 인정하는 시간, 나 스스로를 믿어가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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