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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Nov 07. 2023

수고하셨어요. 불을 켜드릴게요

센서등과 책의 관계

"삑삑삑..삐리리" 복도 현관문이 열린다. 그리고 곧장 센서 등의 불이 켜진다.


깜깜한 저녁 퇴근 시간에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짧은 거리의 복도지만 안전하게 길을 갈 수 있도록 먼저 불을 켜준다. 덕분에 나는 안전하게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가족들과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더 좋고, 비가 오는 날은 특히나 친절하게 불을 밝혀주어 내가 가야 할 길을 인도한다. 불평도 불만도 없다. 가끔 밝기가 어둡다면 배고프다는 신호일 뿐이다. 그럴 때는 간식을 교체해 주면 문제 해결이다.


삶이 어려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알릴 수 없어 혼자서만 방황하며 세월을 보냈다. 그럴 때면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하며 위로를 얻었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심리에 관한 자기 계발서를 단숨에 읽고 내려갔다.


나를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줄만한 문장들을 발견하고, 그 느낌과 생각을 잃지 않도록 글을 쓰고 기도문을 작성한다.


센서 등, 책, 기도, 글쓰기... 이 모든 것들이 1년 동안 나를 지탱해 주고 있는 구매품과 행동 들이다.


센서 등은 하루 종일 불을 켜두지는 않는다. 다만 사람이 가까이 왔을 때를 감지하고 길을 밝혀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마찬가지로 책은 내 인생에서도 센서 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과거부터 책은 언제나 그런 역할을 해왔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가야 할지를 안내해 주는 센서 등과 같은 역할이다. 넘어지지 않도록, 위험한 곳을 피해 가도록 밝혀주고, 내가 지나간 이후에야 자신의 역할을 마무리한다. 그 뿐이랴, 넘어지지 않을까 미리 알려주기도 한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정혜신 박사님, 김혜남 박사님, 캐럴 드웩 박사님과의 만남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알고 싶어졌고, 왜 그동안 힘들게 살아왔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나를 잃지 않는 것이 모든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생각과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브런치에 도전하였고, 거기에서 소수의 사람들과 나의 느낌과 생각을 공유한다. 작가라는 타이틀은 여전히 어색하지만, 부와 명예를 얻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공유하는 이유가 이 공간에 남기는 내 문장들은 나를 지탱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혼자 알고 있다면 내가 쓴 문장들을 부정해도 아무런 반론이 있을 리 없다.  따라서 내가 잘못된 길로 다시 빠질 때, 내 문장을 읽었던 사람들이 나에게 진실을 말해줄 수 있기를 바라며, 이렇게 글을 나눈다.


오늘도 출근했고,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한 문장을 남긴다. 오늘 저녁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센서 등이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줄 것이다.


그리고, 하루하루 컴컴한 삶의 길이 아니라, 책이라는 센서 등을 통해 오늘도 더 밝은 삶의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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