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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Nov 16. 2023

여기까지 잘 오셨습니다.

나에게 보내는 위로와 칭찬

초등학교 시절에는 참 꿈이 많았더랬죠.


과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고, 대통령이 되고 싶기도 했고, 야구선수가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중학교를 가서는 어느덧 꿈이라는 걸 잊어버렸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았고, 친구들과 학교에서 담소를 나누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 자체가 그냥 좋았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이라는 걸 가야 하는데 무엇을 할까 보다는 어느 대학을 가야 할까 가 앞섰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가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휩싸여 보기도 했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그저 다양하게 대학생이 아니면 못해볼 만한 경험들을 쌓았습니다.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어떤 인생을 살지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물론 몇몇 친구들은 유학을 갈까 고민도 하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친구들도 있었죠. 


그리고 사회에 나왔습니다. 취업은 쉬웠지만 갈수록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꿈을 펼치고 싶어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주어진 환경 내에서, 주어진 업무 범위 내에서만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꼭 승인이라는 걸 받아야 했죠.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제 모습은 월급 많이 주는 곳으로 가자, 저 상사만 없는 곳으로 가자가 우선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관리자라는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그런데 환경이 엄청나게 변화되어 있습니다. 하라는 대로만 하는 시절을 열심히 보냈는데, 가끔씩 아이디어도 내보고 새로운 경험, 보람찬 경험도 했지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어서 답답했었죠. 그런데 막상 할 수 있는 대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음에도 여전히 어렵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사람도 달라졌고 내 맘에 들지 않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때로는 믿었던 사람에게서 배신도 당합니다. 화가 나지만 그때뿐... 그냥 참으며 잊고 지냅니다.


결혼을 합니다. 아이도 생겼습니다.

내 꿈을 펼치기보다는 가정을 건사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나 자신은 없고 그냥 가장이고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으로 불립니다. 행복한 결정이고 후회는 없지만, 나 자신이 없어지는 것에는 여전히 불안하고 불편합니다.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산다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문득 뒤를 돌아봅니다.


답답하고, 나 자신도 없어진 것 같고, 책임져야 할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합니다. 때로는 외로움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하소연하고 위로받을만한 곳도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잘 버텨온 것 같습니다. 힘들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견뎌내 온 나 자신이 대견합니다. 좋은 사람도 만났고,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아내와 아이들도 있습니다. 여전히 내 곁에 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과거에 힘들었던 일들은 하나의 추억처럼 기억되기도 합니다. 걱정거리도 웬만한 것은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맷집도 생겨있습니다.


오늘은 제 자신에게 칭찬 한마디를 건네 보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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