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을 위해 꼭 예술대학교에 가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당신이 만약 영화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 같은 창작자 라인을 꿈꾼다면, 학부는 일반종합대학교에 가서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졸업한 뒤, 한예종 전문사(대학원 학위에 준하는 MFA 과정)이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로 진학하는 길을 적극 추천한다. 창작자는 낭중지추, 어느 학교를 가든 그 재능이 발휘될 사람이라면 대학 간판은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다.
하지만 영화 촬영/편집/음향 등 영화 기술 파트를 지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때는 하루빨리 영화과로 진학하는 게 훨씬 빠른 길이다. 전문적인 장비를 다루고 실무 메커니즘을 익히는 데 영화과는 최적의 취업 준비 장소다. 교수님, 혹은 현업에서 일하는 학교 선배들과 인연을 맺고 막내 스태프로 시작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영화 현장에는 도제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만든 인맥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영화과 나오면 백수 된다"는 어른들의 걱정은 접어두자. 기술 파트는 굶어 죽지 않는다. 자리만 잡으면 웬만한 직장인들보다도 잘 번다.
기술 파트와 달리, 창작자 계열에서 영화과 진학은 곧바로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로라기보다 긴 준비 과정을 전제로 한다. 세상은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하지 않는다. 특히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거처럼 조감독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연출 기회를 얻는 구조 역시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결국 자신만의 시나리오와 세계관을 갖추는 것이 데뷔의 핵심 조건이 되었다. 영화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상업 영화 연출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며, 창작 중심의 진로를 선택할수록 취업 시장에서는 다른 방식의 전략과 준비가 요구된다.
대학교 영화과를 다니지 않더라도, 연출부나 제작부 등 현장에서부터 기회를 얻어 현장 경력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큰 현장 경험이 있다 한들, 아주 작은 영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결정하는 '감독의 경험과 시야'를 대체할 수는 없다. 결정권자로서의 감각은 오직 그 자리에 서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위험과 간극을 상쇄해 주는 것이 바로 학교라는 안전장치다.
우리는 학교 울타리 안에서 가장 공평하게 연출의 기회를 얻는다. '학생'이라는 신분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동기들과 인건비 없이 서로의 작품을 돕는 품앗이를 하며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고, 교내의 고가 장비들을 무료로 사용하며 외부 렌털샵 할인 혜택까지 누린다. 무엇보다 거친 야생으로 나가기 전, 현업 교수진과의 1:1 피드백을 통해 내 작품의 날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는 곳이다.
막연한 명성보다 중요한, 한예종만의 압도적인 이유는 여섯 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많은 창작 실기의 기회 : 입학부터 졸업까지 쉴 틈 없이 현장에 투입된다. 특히 전문사(MFA) 과정은 연출 전공이 쓴 대본을 현실화하는 것에 모든 프로그램이 집중되어 있다. 이때 촬영, 음향, 편집 전공 학생들 역시 작품에 참여하며 자신의 기량을 최대로 발휘한다. 재학 내내 단편 영화를 연출하고 끊임없이 현장을 지켜야만 졸업할 수 있을 정도로 스케줄은 살인적이다. 하지만 이 혹독한 과정이야말로 실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장편 영화 제작의 기회: CJ, SSG 마인드마크 등 매년 여러 기업과 연계한 산학 시나리오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1~2편의 선발작을 운영하며 실무 감각을 익힐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전문사 연출 전공자에게는 매년 1~2편 정도, 1억 원 상당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장편 영화 제작 지원의 기회가 열려 있다. 이는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프로 세계로 직행할 수 있는 발판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한예종 학생 장편 영화가 개봉하고 있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학비 : 사립대 절반 수준의 국립대 학비는 자본의 격차를 메워주는 복지다. 특히 연출 전공자는 제작비를 직접 조달해야 하는 시스템이기에, 아낀 학비를 고스란히 제작비에 쏟아부을 수 있다는 점은 창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혜택이다.
보유 장비: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제외한 국내 영화 학교 중, 가장 좋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재학생들은 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는 커리큘럼 : 예술에 미칠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들에게 취업 준비나 불필요한 학점 대신, 창작에서는 날고긴다는 또래 동료들과 밤새 철학적 고민을 나누며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이 점은 학교의 개인적으로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
학교에서 만난 가장 큰 선생님, 나의 동료 : 현장에서 함께 구른 동료들은 졸업 후 야생에서 당신과 함께 마음을 나눌 가장 든든한 자산이 된다. 동료들과 치열하게 토론하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이러한 특장점으로 인해,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한예종 학생들의 영화를 볼 수 있다.
이 모든 혜택을 누릴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우리는 드림 스쿨의 문턱을 넘기 위한 진짜 전략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