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른 참고래 Mar 27. 2021

내일의 나는 조금 더 게으를 것 같아

D - 91. 내가 바뀔 거라 기대하지 않기

일주일 만에 볼펜을 잡았다. 얼마 남지 않았던 목차 정리를 한 시간 만에 끝냈다. 이걸 다 외울 생각을 하니 많이 아득하다. 어쩌겠어. 열심히 해야지.
내 스톱워치 친구를 서울에 두고 왔더라. 올라가기 전 까지는 이 녀석을 써야겠다.

오늘은 할머니를 뵈고, 친구와 함께 배스킨라빈스를 먹고 코인 노래방을 갔다. 9시에는 또 술을 먹으러 간다. 하지만 내가 공부를 하지 못한 핑계는 되지 못한다. 6시 반에 일어났는데. 나는 오늘 뭘 했지? 뭐하긴. 쳐 잤지. 유튜브나 보고. 브런치나 읽고.


내일은 좀 다를까? 내일의 내가 해주지 않을까? 글쎄, 배신을 워낙 많이 당해서, 더 이상 내일의 나라는 녀석을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조금이라도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그대로 계획을 던져버리는 버릇이 있다. 조금이라도 늦게 일어나거나, 조금이라도 늦게 공부를 시작하면 그 날 전체가 실패한 날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루 8시간은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아무리 열심히 해도 6시간이 나올 것 같다면, 어차피 해 봐야 8시간을 채우지 못하니까 때려치우는 식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 필요성을 가장 절실히 느끼는 건 지금의 나인데, 미래의 내가 더 열심히 할 개연성이 없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라고 되뇌면서 잠에 들어도, 자고 일어나면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러다가 또 어긋나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어제의 감정이 떠오른다. '아 멍청한 놈. 또 망했네.'


오늘부터 나는 나를 믿지 않기로 했다. 내일의 나를. 내일의 나는 무조건 오늘의 나 보다 더 못한 놈 일거라고. 쓸모없는 기대 따위 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러니 더 발버둥 치라고. 


지금 바뀌지 못했다면. 내일도 그대로일 게 뻔해. 후회하지 마. 말은 번지르르해도, 너는 결국 똑같았을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나 자신을 온전히 통제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