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른 참고래 Mar 29. 2021

저녁의 냄새가 좋다

감각에서 찾는 기억

미세먼지가 심한데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어놓았다.

바람에서 냄새가 난다. 봄인지 여름인지 모를 저녁의 냄새.


나에게 이 냄새는 초등학교 시절의 냄새다.

매일같이 혼자서, 아니면 친구와 자전거를 탔었지.

집에 들어가는 길에는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된장찌개 냄새가 풍겨왔었다.

땀에 젖은 채로 자전거를 끌고 승강기에 올라타는 내가 보인다. 

어딜 다녀왔길래 이렇게 땀에 흠뻑 젖었을까.


아마 기적의 도서관을 다녀온 것 같다. 왕복 2시간은 되는 거린데, 멀리도 갔다 왔다.

함께 다녀온 친구는 누구지, 떠오르지 않는다. 혼자 다녀온 건가. 그건 아녔을 것 같은데.

아니면 그냥 집 앞 오르막길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을지도.


저녁을 먹고는 앉아서 던전 앤 파이터를 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던파가 있었던가. 메이플스토리일지도. 

아니면 앉아서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 아니다 누워서 책을 읽고 있다. 어머니가 또 소설책들을 빌려오셨다. 

큰방 침대에 누워 읽는 책만큼 즐거운 게 없었지.


이때는 큰 방에 티브이가 있었다. 티브이를 틀면 프로레슬링이 나왔던 것 같다. 아닌가? 

그래.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프로레슬링은 중학교 때 보기 시작했지. 

중학교 때 내가 학교에 프로레슬링을 유행시켰었지. 

그래 놓고 단체기합 때는 다리를 핑계로 빠져나왔었고. 미안하다 친구들아.


어머니와 저녁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걷기를 할 때에도 이 냄새가 났었던 것 같다. 

동네 운동장에서 영화를 틀어줬을 때에도. 이건 분명 여름이었다. 

그럼 이건 여름의 냄새인가?


부모님이 모두 늦으실 때 혼자 이 냄새를 맡으면서 컴퓨터를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던파가 아니라 메이플스토리가 맞는 것 같다. 던파도 중학교 때 했었지.


이 시절에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살았는데. 약간 그립다.


앗 미세먼지 600 뭐야 빨리 닫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멍멍아 너는 괜찮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