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에서 찾는 기억
미세먼지가 심한데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어놓았다.
바람에서 냄새가 난다. 봄인지 여름인지 모를 저녁의 냄새.
나에게 이 냄새는 초등학교 시절의 냄새다.
매일같이 혼자서, 아니면 친구와 자전거를 탔었지.
집에 들어가는 길에는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된장찌개 냄새가 풍겨왔었다.
땀에 젖은 채로 자전거를 끌고 승강기에 올라타는 내가 보인다.
어딜 다녀왔길래 이렇게 땀에 흠뻑 젖었을까.
아마 기적의 도서관을 다녀온 것 같다. 왕복 2시간은 되는 거린데, 멀리도 갔다 왔다.
함께 다녀온 친구는 누구지, 떠오르지 않는다. 혼자 다녀온 건가. 그건 아녔을 것 같은데.
아니면 그냥 집 앞 오르막길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을지도.
저녁을 먹고는 앉아서 던전 앤 파이터를 하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던파가 있었던가. 메이플스토리일지도.
아니면 앉아서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 아니다 누워서 책을 읽고 있다. 어머니가 또 소설책들을 빌려오셨다.
큰방 침대에 누워 읽는 책만큼 즐거운 게 없었지.
이때는 큰 방에 티브이가 있었다. 티브이를 틀면 프로레슬링이 나왔던 것 같다. 아닌가?
그래.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프로레슬링은 중학교 때 보기 시작했지.
중학교 때 내가 학교에 프로레슬링을 유행시켰었지.
그래 놓고 단체기합 때는 다리를 핑계로 빠져나왔었고. 미안하다 친구들아.
어머니와 저녁에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걷기를 할 때에도 이 냄새가 났었던 것 같다.
동네 운동장에서 영화를 틀어줬을 때에도. 이건 분명 여름이었다.
그럼 이건 여름의 냄새인가?
부모님이 모두 늦으실 때 혼자 이 냄새를 맡으면서 컴퓨터를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던파가 아니라 메이플스토리가 맞는 것 같다. 던파도 중학교 때 했었지.
이 시절에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살았는데. 약간 그립다.
앗 미세먼지 600 뭐야 빨리 닫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