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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l 11. 2024

가족 공동체: 가족 위기 극복의 새로운 패러다임

가족 공동체: 가족 위기 극복의 새로운 패러다임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위기는 단순히 사회적 문제를 넘어 경제적 문제의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의 현상은 가족 구조의 변화를 넘어 경제 전반에 걸친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 공동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족 공동체란 3대 이상의 가족 구성원들이 경제적으로 연대하여 서로를 지원하고,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을 넘어, 자산, 소득, 돌봄 노동을 공유하고 세대 간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3~4대 가족으로 구성된 대가족제도를 통해 가족의 출생과 육아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가족제도가 대가족에서 핵가족, 핵가족에서 1인 가구로 진화하면서 육아를 가족보다는 사회의 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이제 우리는 한국의 가치와 현실에 맞는 새로운 가족 확장 모델을 찾아야 하며, 그 해답은 3대 가족 문화의 복원에 있다.


가족 공동체는 일부 부유층 지역에서 이미 진행되는 현상이다. 주택 상속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녀가 부모의 카드로 생활하는 등 3대가 협력하고 있다. '복학왕의 사회학'에서 지적하듯, 지역에서도 청년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려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


가족 공동체 현상은 미국의 다세대 가족(Multi-Generational Familities) 증가 추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Pew Research Center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다세대 가족 가구에 거주하는 인구는 1971년 이후 4배 증가하여 2021년 기준 5,97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하는 규모다. 특히 젊은 성인, 아시아계,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 인종, 그리고 이민자들 사이에서 다세대 가구 거주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다세대 가족 가구 거주자들의 빈곤율이 다른 유형의 가구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는 가족 공동체가 경제적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에서는 가족 공동체 대응이 일부 부유층에게만 가능하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중산층과 서민의 가족 공동체를 지원하지 않으면 민간의 가족 공동체 현상은 계층간 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통해 모든 계층이 가족 공동체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가족 공동체 개념을 바탕으로 한 대응책은 더욱 시급하고 중요하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정책들을 고려할 수 있다:


주거 정책 - 3대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새로운 주택 모델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세대 간 근접성을 고려한 주거단지를 조성하여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할 수 있다. 싱가포르, 서울,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세대 간 공존을 위한 다양한 주택 모델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는 노인 돌봄과 자녀 양육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3대 친화 도시 - '3대 가족 근접 도시' 계획을 수립하여 세대 간 교류가 활발한 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3대가 함께, 그리고 따로 일하고, 즐기며, 생활할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 센터 도시를 의미한다. 실제 경기도 광주시는 세대별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서울시는 '골드 빌리지' 프로젝트를 통한 통합적 도시 설계를 추진하는 등 3대 친화도시 조성에 나서고 있다.**


세제 혜택 - 3대 가족 내에서 자산을 이전할 때 상속세와 증여세를 감면하여 세대 간 경제적 연대를 촉진해야 한다. 가족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위해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다세대 가구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여 경제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


돌봄 지원 - 조부모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지급하고 있는 조부모 육아 보조금을 더욱 확대하고, 이를 통해 3대 가족의 느슨한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 세대 간 돌봄 노동에 대해 연금 크레딧을 부여하여 노후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3대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돌봄 휴가제를 도입하여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가족기업 육성 - 가족기업의 세대 간 승계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여러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창업에 대해 특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가족기업만을 위한 맞춤형 금융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교육 및 역량 강화 - 세대 간 자산관리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가족 경제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가족 단위의 재무 설계 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하고,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형 직업 교육을 통해 가족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 시장 정책 - 다세대 친화적인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세대 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유연근무제를 확대하여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금융 지원 - 3대 가족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모기지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세대 간 자산 공유 모델에 대한 법적 지원을 통해 가족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고, 가족 내 소액 대출 제도를 활성화하여 세대 간 경제적 지원을 촉진해야 한다.


공동체 가족 활동 지원 - 기업, 종교단체, 학교, 지역 공동체 등 다양한 조직이 가족 지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의 가족 친화 프로그램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종교단체의 가족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가족 참여형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지역 공동체에서는 다세대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행사와 봉사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족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사회적 지지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다.


MZ세대의 변화하는 인식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조부모에 대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 자신을 키운 조부모에 대해 부모 이상의 애정을 보이며, 일부는 조부모 돌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세대 간 인식 변화는 3대 가족 문화 복원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가족 공동체를 강화함으로써, 우리는 현재 직면한 가족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사회 경제적 안정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경제적 연대를 강화하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을 복원하기 위해 가족 공동체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단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자율성과 사생활(privacy) 침해는 가장 우려되는 문제 중 하나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독립성과 자유가 제한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젊은 세대가 부모나 조부모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어 독립적인 경제 능력 발달을 저해할 위험도 있다.


더욱이, 가족 간 자원 공유가 강화되면 가족 배경에 따른 경제적 격차가 더욱 벌어져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가족 공동체 지원 정책이 부유층과 대기업 오너 가족의 '부당한' 경영권 상속에 악용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가족 경제 공동체를 지원하는 정책은 사회적 형평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가족 간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세대 간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개인의 독립적인 경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보완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도전은 크지만, 가족이라는 근본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혁신적 접근을 통해 우리는 이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가족 경제 공동체의 구축은 단순한 정책이 아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세심한 접근이 요구되며,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가족 복원과 사회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조부모, 부모, 자녀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설계된 '3세대 플랫(3Generation Flat)'을 구매하는 가족에게 보조금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노인과 자녀 가족이 가까이 살 수 있는 '골드빌리지'와 3대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3대 거주형 아파트'를 도입하여, 노인 고독 문제와 자녀 양육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세대공존형 주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주의가 강한 미국에서도 조부모의 주거 공간을 위해 마당에 별채를 짓는 가족이 늘고 있다고 한다.


** 광주시는 출산장려금 지원, 보육시설 확충, 노인복지 프로그램 확대 등 세대별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중심으로 접근한다면, 서울시는 이를 도시 공간 설계로 확장해 '골드 빌리지' 프로젝트를 통해 노인 주거 시설, 의료 시설, 보육 시설, 자녀 세대 주거 공간 등을 통합적으로 설계하여 세대 간 교류와 돌봄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참고 문헌   

모종린. (2022). "3대가 행복한 도시". 매일경제.

방세환. (2023). "[신년사] 방세환 경기도 광주시장". 경기도 광주시 보도자료. 2023년 12월 28일.

최종석. (2022). "3代가 한집·이웃 사는 세대공존 주택 짓는다". 중앙일보. 2022년 7월 31일.

최종렬. (2018). "복학왕의 사회학". 서울:오월의봄

Cohn, D., Horowitz, J. M., Minkin, R., Fry, R., & Hurst, K. (2022). "The demographics of multigenerational households". Pew Research Center.

Lagman, M. (2024). "A Comprehensive Guide to Buying a 3Gen HDB Flat in Singapore". Ohmyhome. 2024년 4월 1일.

Wills, E. (2024). "Why the 'Granny Flat' Is the Next Big Home Amenity". Architectural Digest. 2024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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