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단상
2024년 7월 23일, 역사가들은 이 날을 어떻게 기록할까?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세 가지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다.
첫째, X세대 후보가 86세대 후보들을 제치고 여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둘째, 86세대 IT 기업의 상징적 인물이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되었다. 셋째, 또 다른 86세대 인터넷 기업이 부도 위기설에 휩싸였다.
이 사건들은 한국 사회에서 86세대의 영향력 감소와 X세대의 부상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86세대는 2004년 총선을 통해 정치계에,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의 닷컴 붐을 통해 경제계에 진출하며 한국 사회의 새로운 지도층으로 부상했다. 당시 30대였던 이들에게 향후 수십 년간의 영향력이 예상되었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 86세대 인사들은 2004년부터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았으며, 이들 중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경제 분야에서도 86세대가 주도한 IT 기업들이 2000년대 이후 급성장하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탄탄대로로 보였던 86세대의 앞길에 불길한 징조가 나타났다. 정치적으로는 2022년 대선에서 조국 사태의 여파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윤석열 후보가 승리한 것이다. 예상 못한 변수가 없었다면 2022년은 86세대 정치인의 선거가 아니었을까?
경제적으로도 2020년대에 들어 86세대 주도 기업들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lT 선두 기업들이 혁신을 선도하는 이미지를 잃고 오히려 기득권 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24년 7월 23일의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는 우연의 일치일 수 있으나, 전반적인 추세는 86세대에게 도전적인 상황임을 보여준다.
X세대 여당 대표가 다음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권력의 중심은 X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압박감이 여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86세대 후보들이 보여준 조급함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경제 분야에서도 86세대 기업들이 혁신을 지속하지 못할 경우, 신흥 X세대 '크리에이티브'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는 상황이다.
86세대에게 기회는 또 있을지 모른다. 쇠락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면 가능하다. 86세대의 부진은 여러 요인에서 비롯되었겠지만, X세대 이후 세대의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베이비부머와 86세대가 주로 전통적인 자본-노동 구도의 세계관을 가진 반면, X세대는 상대적으로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크리에이티브'와 '인디'같은 개념이 X세대를 설명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86세대가 X세대와 MZ세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수용한다면, 세대 간 협력을 통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7월 23일의 사건들은 한국 사회에 세대 간 변화의 징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