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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Aug 18. 2024

미국의 1990년대

미국의 1990년대


1990년대는 현대 사회의 많은 특징들이 형성된 중요한 시기다. 냉전의 종식, 인터넷의 대중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가속화 등이 이 시기에 일어났다. 이 격동의 시대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문화적 측면에서 1990년대는 대중문화의 다양화, 하위문화의 주류화,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변화들은 현재의 크리에이터 경제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최근 미국과 한국의 1990년대를 분석한 신간이 나왔다. 척 클로스터만의 "The Nineties: A Book"과 윤여일의 "모든 현재의 시작, 1990년대"가 바로 그 책들이다. 이 두 책을 통해 현대 크리에이터 사회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책, 클로스터만의 "The Nineties: A Book"은 1990년대의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현상을 폭넓게 다룬다. 저자는 그런지 음악, 인디 영화, 인터넷의 등장, 정치적 변화, 스포츠 문화, TV 프로그램, 그리고 Y2K 공포 등 90년대를 대표하는 여러 키워드를 소개한다.


책은 서론과 12개의 챕터, 그리고 각 챕터에 따른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클로스터만은 각 장에서 특정 사건이나 트렌드를 중심으로 90년대의 정서와 문화를 분석한다. 각 장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Introduction

'시트콤 Seinfeld'를 90년대의 문화적 태도와 가치관을 반영하는 TV 프로그램으로 소개한다. 이 시트콤은 "A Show about Nothing"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일상의 사소한 일들에 집착하는 90년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또한 "No hugging, no learning"이라는 원칙을 통해 전통적 가치관에 도전하며, 뉴욕을 배경으로 한 도시적 냉소주의와 개인주의를 부각한다. Seinfeld는 끊임없이 대중문화 트렌드를 언급하고 패러디함으로써, 90년대 미디어의 범람과 그것이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는 변화하는 사회적 규범을 반영하며, 전통과 현대적 가치 사이의 갈등을 표현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Seinfeld는 90년대 도시 중산층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포착하며, 그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1. "Fighting the Battle of Who Could Care Less"

이 챕터의 제목은 90년대 X세대의 특징적인 무관심과 냉소적 태도를 반영한다. 클로스터만은 X세대의 문화, 만델라 효과로 대표되는 집단적 오기억 현상, 주류에 대항하는 대안문화, 그리고 '팔아먹기(sellout)' 개념을 통해 상업적 성공과 예술적 진정성 사이의 갈등을 탐구한다. 이 장을 통해 90년대의 문화적 정체성, 젊은 세대의 가치관, 그리고 그들이 직면한 사회적, 문화적 도전들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2. "The Structure of Feeling (Swingin' on the Flippity-Flop)

이 챕터의 제목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The Structure of Feeling"은 문화 이론가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특정 시대의 공유된 감정과 경험을 의미한다. "Swingin' on the Flippity-Flop"은 시애틀 그런지 씬의 은어로, 90년대 초 대안 문화의 특징적인 언어 사용을 반영한다. 클로스터만은 이 장에서 니르바나를 중심으로 90년대 음악 문화를 분석한다. 'Nevermind' 앨범의 폭발적 성공과 그것이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 커트 코베인의 아이콘화, 그리고 그런지 문화의 부상과 주류화 과정을 탐구한다. 이를 통해 90년대의 음악이 어떻게 세대의 불안과 분노를 표현하고, 동시에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는지를 조명한다.


3. "Nineteen Percent"

로스 페로의 대선 득표율을 통해 90년대 정치를 분석한다. 이 장은 미국 정치에서 나타난 변화와, 당시의 정치적 환경이 현대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4. "The Edge, as Viewed from the Middle"

"The Edge, as Viewed from the Middle"은 90년대의 문화적 현상을 중도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장이다. 여기서 클로스터만은 "Concepts, not words, are in charge"라는 핵심 주장을 통해 90년대의 언어와 문화 현상을 분석한다. 이는 단순히 단어의 사용이 아니라 그 단어가 내포하는 개념과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로스터만은 이러한 관점을 통해 90년대의 언어 사용, 검열 문제, 페미니즘 음악 등 다양한 문화 현상을 분석하며, 과거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현재의 문화를 형성하는지 탐구한다.


5. "The Movie Was about a Movie"

"The Movie Was about a Movie"라는 제목은 90년대 영화의 자기 참조적, 메타적 특성을 가리키며, 특히 타란티노의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타란티노의 작품은 90년대 영화 산업의 변화, 관객 취향의 진화, 대중문화와 예술의 경계 흐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클로스터만은 이 장에서 타란티노를 중심으로 90년대 영화 문화의 변화와 그 의미를 탐구하며, 당시의 문화적 신화와 가치관을 반영하는 90년대 스포츠 문화를 다룬다.


6. "CTRL + ALT + DELETE"

"CTRL + ALT + DELETE"는 컴퓨터를 재시작하는 키 조합을 의미하며, 이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한 문화의 재설정을 상징한다. 이 장에서 클로스터만은 인터넷이 90년대 대중문화를 변화시킨 방식을 탐구한다. 초기 인터넷은 디지털 낙관주의를 불러일으켜 정보의 민주화와 글로벌 연결성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동시에 프라이버시 문제가 대두되며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윤리적 질문들이 제기되었다. 이 장은 인터넷이 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새로운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냈음을 보여준다.


7. "Three True Outcomes"

마이클 조던의 야구 도전과 스포츠계의 스테로이드 문제를 다룬다. 이 장은 90년대 스포츠 문화와 그 사회적 함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8. "Yesterday's Concepts of Tomorrow"

Zima, 크리스털 펩시, 바이오스피어 2, 복제양 돌리 등 90년대의 미래 지향적 시도들을 분석한다. 이 장은 90년대에 형성된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그에 따른 문화적 기대를 조명한다.


9. "Sauropods"

이 장에서 클로스터만은 1990년대 대중문화의 거대한 규모와 그 의미를 탐구한다. 'Sauropods'라는 제목은 용각류처럼 크고 영향력 있는 대중문화 현상을 의미하며, 이는 가스 브룩스, 'Seinfeld', 'Friends', 'Titanic'과 같은 90년대의 문화 아이콘을 가리킨다. 흥미로운 점은 90년대가 무관심과 냉소주의로 특징지어진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형 작품들이 대중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90년대의 대중은 냉소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동시에 커다란 스케일의 작품과 그 안에서 구현된 단순하고 명확한 서사에 매료되었다. 이는 90년대의 사회적 불안과 복잡성 속에서 사람들이 오히려 명확하고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대중문화에 끌렸기 때문일 수 있다. 클로스터만은 이를 통해 90년대가 단순히 냉소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시대가 아니라, 여전히 집단적 경험과 대형 문화 현상에 대한 갈망이 강했던 시대였음을 보여준다.


10. "A Two-Dimensional Fourth Dimension"  

챕터 제목인 "A Two-Dimensional Fourth Dimension"은 2차원적 현실 속에서 4차원적 경험을 한다는 역설적인 개념을 나타내며, 이는 90년대 후반 대중이 경험한 현실과 가상의 뒤섞임을 상징한다. 'The Matrix' 같은 영화는 가상현실과 진짜 현실을 혼동하게 만들었고, OJ 심슨 사건과 같은 실제 사건들은 미디어를 통해 극화되어 진짜와 가상의 경계를 더욱 흐리게 했다. 또한, 콜럼바인 총기 사건은 미디어에서 본 폭력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현실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클로스터만은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90년대 후반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불확실해진 시대였음을 분석하며, "무엇이 진짜인가?"라는 질문이 90년대를 정의하는 핵심적인 물음임을 강조한다.


11. "I Feel the Pain of Everyone, Then I Feel Nothing"

이 장에서 클로스터만은 빌 클린턴을 1990년대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조명한다. 이 문구는 미국 록 밴드 다이노서 주니어(Dinosaur Jr.)의 노래 "Feel the Pain"에서 가져온 것으로, 1990년대의 냉소적이고 복잡한 감정 상태를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클린턴은 젊고 매력적인 이미지로 대중과 소통하며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한다. 클린턴의 성추문 스캔들은 정치적 사건이 대중문화 속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논의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90년대 미국 사회에서 도덕과 윤리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그의 경제 정책은 신자유주의와 맞물려 90년대의 경제적 번영을 이끌었고, 정치적 올바름(PC)과 문화적 다원주의의 부상을 촉진했다. 클린턴은 이러한 문화적, 사회적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으며, 그의 리더십은 1990년대의 복잡한 정서를 반영하면서도 그 시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12. "The End of the Decade, the End of Decades"

마이크 타이슨, Y2K 공포, 2000년 대선 등 90년대에서 2000년대로의 전환기를 다룬다. 이 장은 1990년대의 종말과 새로운 천년의 시작을 분석하며,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화적 전환을 조명한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클로스터만은 90년대의 다양한 문화적, 사회적 현상을 심도 있게 분석하며, 동시에 추가적인 맥락과 연관된 주제들을 제공한다. 클로스터만의 핵심 메시지는 1990년대가 모순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시대였다는 것이다. 그는 90년대를 무관심과 열정, 낙관주의와 냉소주의, 진정성에 대한 갈망과 상업주의의 팽창이 공존했던 시기로 그린다. 또한 90년대를 현재와 과거 사이의 과도기적 시기로 보며, 이 시기에 형성된 문화적 코드들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록 클로스터만의 책이 크리에이터 경제의 기원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그의 분석은 현대 크리에이터 문화의 이해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첫째, 인터넷의 등장과 초기 발전에 대한 설명은 크리에이터들의 플랫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보여준다. 둘째, 인디 문화와 DIY 정신에 대한 논의는 크리에이터들의 독립적인 콘텐츠 제작 정신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MTV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영향력에 대한 분석은 현대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중심 콘텐츠 제작의 뿌리를 보여준다.


비록 클로스터만의 책이 크리에이터 경제의 기원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그의 분석은 현대 크리에이터 문화의 이해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첫째, 인터넷의 등장과 초기 발전에 대한 설명은 크리에이터들의 플랫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보여준다. 둘째, 인디 문화와 DIY 정신에 대한 논의는 크리에이터들의 독립적인 콘텐츠 제작 정신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클로스터만이 "사인펠드"와 "프렌즈"와 같은 90년대 시트콤을 통해 분석한 일상의 중요성은 현대 크리에이터들이 일상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시트콤들은 일상생활의 사소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대중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오늘날 크리에이터들이 일상 속에서 콘텐츠를 발견하고 이를 공유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넷째, MTV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영향력에 대한 분석은 현대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중심 콘텐츠 제작의 뿌리를 보여준다.


누군가가 1990년대를 크리에이터 경제의 관점에서 다시 쓴다면, 다음과 같은 이슈를 더 깊이 다룰 필요가 있다. 첫째, 도시 공간의 변화, 특히 카페와 북스토어 등 '제3의 공간'의 등장과 그것이 창조적 활동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둘째, 소비문화의 변화, 특히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 표현으로서의 소비에 대해 더 깊이 다룰 필요가 있다. 셋째, 초기 블로그와 개인 홈페이지 문화가 어떻게 현대 크리에이터 문화의 씨앗이 되었는지 탐구해야 한다. 넷째, 팬덤 문화의 변화와 그것이 크리에이터-팬 관계에 미친 영향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90년대의 경제적 변화, 특히 지식 경제로의 전환이 어떻게 크리에이터 경제의 토대를 마련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1990년대와 현대 크리에이터 경제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 명확히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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