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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Feb 13. 2024

모리스의 미술공예 유토피아가 창조도시의 원형

모리스의 미술공예 유토피아가 창조도시의 원형


창조도시는 도시 경제와 사회 진화를 이끄는 창조성과 문화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도시 모델이다. 창조적 인재 활성화, 혁신 촉진, 지식 경제 강화를 통해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를 실현하는 도시다. 창조도시를 활기차고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예술, 문화, 디자인, 기술을 통해 발현되는 창의성이다. 공동체 참여, 포용성, 환경 지속 가능성, 공공장소의 창조적 활동도 창조도시가 중시하는 가치다.  


윌리엄 모리스의 'News from Nowhere'는 19세기 후반에 상상된 유토피아적 세계를 묘사하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모리스는 산업 혁명으로 인해 손상된 사회를 벗어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공동체 중심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상적인 세계를 그린다. 노동은 강요가 아닌 개인의 만족과 창조적 표현의 수단이며, 모든 사람은 예술과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경험한다. 모리스는 이 유토피아에서 기계화와 대량 생산 대신 장인정신과 수공예품을 중시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노동과 생산물에 대해 깊은 애착과 자부심을 가지는 삶을 상상한다. 이러한 세계관은 모리스의 미술공예 운동과 일치하며, 예술과 노동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사회적 조화와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이 글은 창조도시의 지성사적 뿌리를 19세기 영국 미술공예 운동과 윌리엄 모리스에서 찾는다. 그의 유토피아 소설 'News from Nowhere'에서 제시한 도시 모델을 창조도시의 원형으로 간주한다.


모리스의 미술공예 유토피아와 창조도시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논의를 통해, 모리스의 도시 철학이 예술성, 창조성, 공동체, 개인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중시하는 창조도시 이론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설명한다. 문헌적으로는, 가든시티운동과 문화생산이론을 모리스의 사상과 창조도시 이론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로 주목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모리스의 미술공예 유토피아가 창조도시 이론과 실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설명한다.


모리스 유토피아와 창조도시의 유사점

'News from Nowhere'에서 윌리엄 모리스가 그린 유토피아는 중심 가치 측면에서 창조도시 개념과 일치한다. 두 모델은 공통적으로 예술성과 창조성, 창조성의 발현 방식, 지속 가능성, 공동체 중심의 사회 구조,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의 존중, 그리고 유기적 성장을 도시의 중심 가치로 설정한다.


모리스는 일상에서의 예술과 아름다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모든 인간이 예술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봤다. 이는 창조도시의 창조성, 문화, 지식 경제 중심의 발전 목표와 맥을 같이한다. 창조성의 발현 방식도 유사하다. 예술적 표현을 노동의 수단으로 보고, 사람들의 협력을 통해 창조된 진정한 아름다움을 중시한 모리스의 생각은, 창조도시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일치한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모리스의 유토피아는 창조도시가 추구하는 환경 지속 가능성의 가치와 동일하다. 창조도시는 환경 친화적인 실천을 통해 도시와 자연의 균형을 추구한다. "News from Nowhere"에서 강조된 공동체의 중요성도 창조도시의 공동체 참여와 포용성과 일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창조도시는 모든 구성원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도시 발전을 도모한다. 두 모델은 또한 개인의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 모리스의 유토피아는 창조도시에서 개인의 창의력과 혁신을 중시하는 원칙과 일치한다.


모리스의 유토피아와 창조도시 개념 사이의 중요한 연결 고리 중 하나는 유기적 성장 또는 비계획성에 있다.


모리스의 이상적인 사회와 창조도시 모두, 창의성과 공동체의 활력은 경직된 계획보다는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에서 자주 나타난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러한 공통점을 통해, 두 이념은 혁신과 문화적 풍부함을 촉진하는 유연성과 적응성을 강조함으로써, 공동체 주도의 발전과 인간 중심의 도시 설계를 중시한다.


모리스 유토피아와 창조도시의 차이점

윌리엄 모리스의 "News from Nowhere"에 그려진 유토피아와 현대 창조도시는 기술과 현대성에 대한 태도, 경제 체제와 시장 역할, 사회적 평등과 접근성, 자연과의 관계 등에서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이 차이를 파악하는 것은 모리스의 이상과 현대 도시 계획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모리스의 유토피아는 산업화와 현대 기술이 미친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난 사회를 제시한다. 여기서 기계와 대량 생산은 인간의 창조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간주된다. 반면, 창조도시는 기술 혁신을 포용하며, 디지털 경제와 기술적 혁신을 발전의 중요한 요인으로 본다.


"News from Nowhere"는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협력과 공유가 강조되는 공동체 기반 경제를 상상한다. 반대로, 현대 창조도시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운영되며, 창조성을 경제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기업가 정신을 장려한다.


모리스는 모든 시민이 예술과 창조적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완벽한 평등을 강조한다. 현대 창조도시도 포용성과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경제적, 사회적 격차로 인해 모든 구성원에게 동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모리스는 기술 발전이 아닌 자연과의 깊은 조화를 이상으로 제시한다. 현대 창조도시는 환경 지속 가능성을 중요시하나, 도시화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모리스가 그린 완벽한 조화는 실현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 차이점들은 모리스의 시대와 오늘날 사이의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맥락 변화를 반영한다. 모리스의 유토피아는 창조도시 이론에 영감을 제공할 수 있으나, 현대 도시 계획과 발전의 현실적 조건을 고려할 때 그의 비전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창조도시 문헌에서의 모리스

모리스 유토피아와 창조도시의 이러한 관계성에도 불구하고 도시 문헌에서 두 모델의 명시적 연결이 드물게 언급되는 현상은 흥미롭다. 창조도시 이론을 발전시키는 주요 학자들인 찰스 랜드리, 리처드 플로리다, 제인 제이콥스, 사사키 마사유키는 현대 경제와 사회 맥락에서 창조도시 개념에 집중한다. 이는 모리스의 사상이 오늘날 도시 계획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유산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이유일 수 있다.


문헌적 연결 통로: 가든시티운동

모리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동시대 가든시티운동이 모리스와 창조도시를 연결하는 주요 통로다. 미술공예운동이 산업화에 대한 반응으로서 현대주의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면, 모리스는 이 운동의 정신적 지도자로 중세주의에 빠져 있으면서도 현대 상업적 성공을 거둔 복합적인 인물이었다.


미술공예운동의 건축가들이 전통 건축 기법을 현대 문화의 요구에 맞게 적용한 것처럼, 가든시티운동은 도시와 시골의 융합을 시도하며 도시 슬럼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농촌 인구에게 적절한 주거와 고용을 제공하려 했다.


에베네저 하워드가 윌리엄 모리스와 피터 크로포트킨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산업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할 가든시티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하워드에게 가든시티는 단순한 디자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도시와 농촌의 조화로운 결합을 통해 새로운 생활공간을 창출하는 공간적 전략이었다. 가든시티 이념은 오늘날에도 현대 도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제인 제이콥스는 가든시티를 도시적 특성을 배제한, 농촌형 도시를 목표로 하는 계획도시로 비판했지만, 가든시티 개념을 건설 산업의 일환으로 보거나 사회주의적 신도시 계획과 동일시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일 수 있다. 가든시티는 분명 계획도시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그 핵심 가치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 포용성,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창조성 촉진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가든시티 운동은 창조도시와 공통된 목표를 추구하는 도시 계획의 한 형태로 평가할 수 있다.


문헌적 연결 통로: 문화생산이론

창조도시와 모리스 유토피아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문헌적 통로는 문화생산이론이다. 이 이론은 윌리엄 모리스의 문화적 리더십이 어떻게 현대 창조도시의 문화적 리더십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모리스의 작업과 그가 이끈 미술공예운동은 단순히 취향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 이상으로, 문화적 제품의 디자인, 제조, 그리고 마케팅에 직접 참여했다.


모리스는 로맨티시즘, 중세주의, 신화, 그리고 자연 세계와의 연결을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 제품에 독특한 속성을 부여했다. 창조도시에서도 문화적 리더십과 문화적, 사회적 자본의 활용이 창의적인 문화 제품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도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리스와 그의 파트너들이 형성한 취향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창조도시에서도 창의적인 생산자와 선도적인 소비자 간의 협력이 활발하다.


모리스의 취향 공동체가 다양한 시장 부문을 목표로 한 제품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확장된 것은 창조도시에서 문화적 리더십과 메시지 전파의 필수성을 보여준다. 모리스가 추구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통한 세대 간 취향의 전달은 창조도시에서 엘리트 문화적 행위자와 기관이 제품과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우수한 취향의 상징으로 승인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미술공예운동의 문화적 리더십은 창조도시에서 문화적 리더십이 왜 중요한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모리스가 추구한 취향과 가치가 오늘날 창조도시에서 추구하는 문화적 가치와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모리스의 문화적 리더십이 현대 도시의 창조성, 공동체 정신, 그리고 취향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모리스의 미술공예와 유토피아 사상은 이처럼 도시 계획과 문화산업을 통해 현대 창조도시 담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모리스가 비현실적인 유토피아를 제시했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앞으로도 창조도시 이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모리스가 제시한 예술성, 창조성, 지속 가능성, 공동체 기반의 사회 구조, 개인의 자율성과 결정권, 유기적 성장과 같은 원칙들은 단기간 실현하기 어려운 가치로서, 도시를 단순히 경제적 성장의 장으로 보지 않고, 인간 중심의, 지속 가능하며 창의적인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방향성을 제공한다.


<참고문헌>

Charles Holland, Arts and Crafts Utopia, The RIBA Journal, December 14, 2017

Jane Jacobs, The Death and Life of Great American Cities, Vintage, 1961.

Charles Harvey, Jon Press, and Mairi Maclean, William Morris, Cultural Leadership, and the Dynamics of Taste, The Business History Review, Summer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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