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는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
"우리는 모두 크리에이터다." 이 선언적 문장으로 시작하는 신간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가 제기하는 질문은 "크리에이터는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다. 만약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그들이 원하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향해야 할 세상일 가능성이 높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의 방향성은 크리에이터 개념과 경제의 확장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크리에이터의 개념은 '3대 축 크리에이터'로 확장하고 있다. 3대 축 크리에이터란 온라인, 오프라인, 도시 공간을 동시에 활용하는 크리에이터다.
3대 축 크리에이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홍대의 크리에이터들은 온라인 축에서 웹사이트나 앱으로 주문 시스템을 운영하고 SNS로 고객과 소통한다. 오프라인 축에서는 카페, 공연장, 갤러리, 공방, 스튜디오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시회, 공연, 워크숍 같은 문화 이벤트를 개최한다. 도시 축에서는 지역 축제 참여, 골목 가꾸기, 지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홍대 고유의 문화 형성에 기여한다. 이처럼 3대 축 크리에이터는 온라인, 오프라인, 도시라는 세 영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3대 축 전략이 개인 크리에이터에 국한되지 않고 대기업도 활용하는 혁신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무신사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무신사는 온라인 플랫폼, 오프라인 매장, 그리고 성수동 본사와 지역 문화 연계를 통해 3대 축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3대 축 전략과 콘텐츠는 AI 시대에 개인과 기업 크리에이터의 경쟁력에 결정적인 요소다. AI가 온라인 콘텐츠 생성을 가속화하는 시대에, 온라인 콘텐츠만으로는 독창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공간과 도시 콘텐츠를 온라인 콘텐츠와 통합할 때 비로소 AI나 경쟁 기업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고유한 콘텐츠가 탄생한다. 무신사가 성수동의 문화적 특성을 브랜드에 녹여내는 전략은 단순한 온라인 쇼핑몰을 넘어서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3대 축 콘텐츠는 AI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인간 중심의 창의성과 지역성을 반영한다.
공간과 지역으로 분산된 크리에이터 경제는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3대 축 크리에이터 경제에서 독립적인 경제 기반을 확보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촉진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대 축 전략은 이처럼 크리에이터 개인의 성공뿐만 아니라, 보다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크리에이터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 열쇠가 된다.
정부의 역할은 3대 축 경제의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첫째, 온라인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의 수익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오프라인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크리에이터 친화적인 건축물과 거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셋째, 도시 차원에서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직주락(職住樂) 복합 센터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고유한 문화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자원과 시설을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크리에이터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다.
책은 3대 축 플랫폼이 원활하게 작동하는 도시를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개념화한다. 크리에이터 타운은 도시 발전과 크리에이터 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무신사의 성수동 전략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성수동의 문화적 특성을 활용해 브랜드의 독창성을 강화하고,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는 윌리엄 모리스의 아르티장 유토피아, 스튜어트 브랜드의 디지털 유토피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크리에이터 유토피아'를 제시한다. 홍대 크리에이터와 무신사의 사례는 이러한 유토피아가 개인과 기업 수준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크리에이터가 원하는 세상'은 온라인, 오프라인, 도시라는 3대 축이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혁신되는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다. 이 사회에서 크리에이터는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를 넘어 새로운 경제와 문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다. 저자는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가 크리에이터들의 이상향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개인주의 경제의 모습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