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자본론은 크리에이터 자본론이 맞습니다
2017년 '골목길 자본론'의 잠정 제목은 '골목길 경제학'이었다. 출판사가 마지막 편집 회의에서 골목길 자본론으로 수정했다. 당시 유행하던 마스다 무네아키의 '지적 자본론'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추측했으나, 큰 고민 없이 출판사 제안을 받아들였다. 골목길을 유무형 자본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제목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골목길 자본론에서 사용한 분석 틀은 자본 이론이 아닌 마이클 포터의 클러스터 이론이다. 골목상권을 장인 소상공인들이 모인 클러스터로 보고, 클러스터 이론, 그리고 골목길 건축환경을 설명한 제인 제이콥스의 동네 창조성 이론을 결합해 골목상권을 설명한다.
골목길 자본론에서 새로운 자본론을 기대한 독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내심 미안했다. 독자들이 이러한 아쉬움을 새로운 저서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에서 일부 해소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설명하는 크리에이터 경제를 새로운 자본주의 유형으로 설정하면, 크리에이터 경제를 견인하는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강조하는 크리에이터 자본론이 가능해진다. 골목상권도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재설정해, 크리에이터 경제의 도시 모델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2017년은 크리에이터 경제나 크리에이터 자본주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이 이미 존재했지만, 크리에이터 경제가 경제 담론의 중요한 부분으로 부상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2017년 당시 크리에이터 경제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지금만큼 높았다면, 제목으로 골목길 자본론이 아닌 크리에이터 자본론을 고려할 수 있었을 것이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는 창의적 개인들이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회를 의미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생산과 공유에서 시작된 크리에이터 경제는 이제 오프라인 활동과 도시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이 현상은 개인의 창의성이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로 연결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한다.
크리에이터 사회에서는 전통적인 미디어와 기업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개인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증가한다. 크리에이터들은 단순한 콘텐츠 제작을 넘어 브랜드 협업, 상품 개발, 오프라인 이벤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을 확장한다.
크리에이터 자본론은 이러한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의 특성을 경제 시스템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하는 이론적 틀이 될 수 있다. 이 이론의 핵심은 창의성, 개인 브랜드, 문화적 영향력 등 무형의 자산을 새로운 형태의 자본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자본은 기존의 인적 자본과 지식 자본 개념을 확장하고 재해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적 자본이 개인의 지식, 기술, 경험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개념이라면, 크리에이터 자본은 여기에 개인의 독특한 창의성과 문화적 영향력을 추가한다. 지식 자본이 조직의 지식, 기술, 프로세스, 관계 등 무형의 자산을 강조한다면, 크리에이터 자본은 개인이 생산하는 콘텐츠와 그 영향력 자체를 자본으로 인식한다.
크리에이터 자본론에서는 개인의 아이디어, 재능, 개성이 주요 생산 요소가 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와 문화적 산물이 핵심 상품이 된다. 또한, 생산-소비 구조의 변화로 크리에이터와 소비자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프로슈머(prosumer) 개념이 확산된다.
크리에이터 자본은 기존의 자본 형태들과 복잡한 상호작용을 한다. 산업 자본과의 관계에서, 크리에이터들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산업계는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도구와 플랫폼을 개발한다. 금융 자본과의 상호작용에서는 크라우드펀딩 같은 새로운 투자 방식이 발전하고,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새로운 형태의 무형 자산으로 인식되어 금융 상품화된다. 플랫폼 자본과의 관계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을 통해 활동하며, 플랫폼은 크리에이터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크리에이터 자본론은 현대 경제의 새로운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창의성과 문화적 가치의 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개념은 개인의 역할과 영향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크리에이터 자본론은 기존의 경제 체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고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크리에이터 경제는 전체 경제의 한 부분으로, 다른 형태의 자본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더욱 다양하고 역동적인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개인적으로는 크리에이터 자본론은 골목길 자본론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의 진화이며, 현대 경제의 새로운 동향을 설명하는 유용한 개념으로 사용되길 바란다.
그러나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에서는 크리에이터 자본주의와 자본론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크리에이터 경제를 자본주의 이론이나 자본론의 틀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관련 개념과 이론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자본론'이라는 이 글의 제목은 오히려 하나의 문제 제기에 가깝다.
이 글을 쓴 주된 이유는 골목상권 현상을 '골목길 경제'보다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관점에서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경제에서는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이 온라인 플랫폼과 연결된 오프라인, 어번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 크리에이터 경제의 특성들이 현대 골목상권의 변화와 활성화를 설명하는 데 더 적합한 분석 틀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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