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대기업 중심의 산업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노잼 도시'라는 오명이 울산의 도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자리 확보가 핵심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회복기에도 기업들은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울산은 도시의 매력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그 해답은 바로 '크리에이터-지역산업 연결을 통한 지역산업 확장'에 있다. 이는 울산 전역에서 제조업을 문화산업으로 확장하는 노력으로 시작해야 한다. 조선산업은 해양문화산업으로, 자동차산업은 자동차문화산업으로, 석유화학산업은 생활문화산업으로 확산해야 한다.
이를 주도할 주체는 바로 콘텐츠를 손수 만드는 크리에이터다. 울산은 산업 관련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이들이 조선문화, 자동차문화, 석유화학문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울산의 각 구역별 특성을 활용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울산 동구는 사택도시, 해양문화도시, '작은 이태원'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소 인근에는 과거 사택 지역이 발달해 있어 이를 활용한 복고풍 관광 자원화가 가능하다.
또한, 동구에는 대왕암공원, 일산해수욕장 등 매력적인 해양 관광지가 있어 해양레저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동구 화정동 일대에는 외국인 거주자가 많아 이국적인 음식점과 상점이 몰려 있어 이른바 '작은 이태원'으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동구만의 특색을 바탕으로 조선해양문화와 이국적인 먹거리 문화, 해양레저 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확립할 수 있다. 나아가 해양레저 장비, 요트, 서핑보드 등을 비롯해 자동차 캠핑 장비 등 아웃도어 레저 관련 크리에이터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면 동구만의 특화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동구는 울산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시 북구 양정자동차테마거리는 자동차문화 콘텐츠의 타운화를 시도한 사례다. 현대자동차문화회관에서 양정초등학교 사이의 골목에 조성된 이 거리는 시대별 자동차의 변천사를 담고 있다. 초창기 자동차부터 스피드 자동차, 레트로 자동차, 뉴트로 자동차, 그리고 미래의 자동차까지 다양한 테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영화 속 명장면과 함께 자동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이색적인 공간 연출로 젊은 층의 데이트 코스로 부상하고 있으며, 새로운 카페와 미니카1공장 같은 미니카 수집 전문점도 문을 열었다. 양정자동차테마거리는 자동차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골목상권 활성화 사례로, 울산의 산업 유산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동차 테마 거리는 자동차 소비와 관련된 일종의 자동차 애프터마켓이다. 자동차 애프터마켓은 자동차 부품 및 액세서리, 자동차 관리 및 서비스, 자동차 레저 및 스포츠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자동차 수집 및 관련 상품, 자동차 라이프스타일 및 콘텐츠 등을 포괄하는 거대 산업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튜닝, 자동차 캠핑, 자동차 테마 파크 등은 울산의 자동차 산업 인프라를 활용한 차별화된 관광자원으로 개발될 수 있다.
양정동 자동차테마거리의 미래도 애프터마켓 개발에 달렸다. 현재 테마 상권으로 기증하나, 다음 단계에서는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와 같은 콘텐츠 개발과 창업 지원 기관을 통해 애프터마켓 분야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콘텐츠 생태계로 성장하는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울산 남구의 유통문화는 롯데그룹 창업자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격호 회장은 울산공고 출신으로, 울산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의 고향에 대한 애착과 투자가 남구 삼산동에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롯데시네마, 영플라자, 공중관람차 등으로 이루어진 롯데타운을 탄생시켰다. 이는 단순한 상업시설의 집합체가 아닌, 울산의 산업화를 이끈 인물이 만든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롯데타운 인근에는 신격호 회장을 비롯한 수많은 울산의 인재를 배출한 울산공고가 자리하고 있다. 1970년대에 지어진 울산공고의 건물들은 산업도시 울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에게 향수와 자부심을 불러일으킨다.
남구의 로컬 콘텐츠는 의외로 산업도시 콘텐츠에서 찾을 수 있다. 공장, 창고 등 산업시대 자원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산업도시의 흔적들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달동의 충청향우회공원과 강원도민회공원은 고향을 떠나 한국 산업화를 일군 ‘아버지 세대’의 레거시로, 전국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산업도시 울산의 포스를 보여준다.
삼산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권은 울산 시민들의 주요 쇼핑 및 여가 활동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에는 트렌디한 카페, 레스토랑, 셀렉트숍 등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신정동 공리단길, 울산공고 주변 상권 등 골목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남구만의 유통문화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남구의 산업도시 유산과 유통문화 콘텐츠를 창조적으로 결합하고 발전시킨다면, 울산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이 산업도시에서 창조도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로컬 콘텐츠의 산업화는 도시학 언어로 표현하면 울산이 산업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창조도시로의 변신을 모색해야 하는 과정이다.
창조도시는 창조산업을 잉태하는 도시로, 문화산업, 콘텐츠 산업에서 리테일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골목상권에는 크리에이터 산업이 집적되고,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동네 문화와 로컬 브랜드를 만들어간다. 이는 도시를 '노잼'에서 '꿀잼'으로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조선산업, 자동차산업, 석유화학산업, 유통산업에서 파생된 크리에이터 산업이 울산의 차별적인 로컬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커피, 베이커리, 스테이, 디자인숍 등 크리에이터가 살고 싶은 도시에 필요한 골목산업 크리에이터를 로컬 브랜드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 업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로컬 창업에 친화적인 건축 자원을 확충하고, 골목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상업 공간을 개발해야 한다. 단순히 상가를 분양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상가를 운영하거나 선 운영 후 매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꼬마 빌딩 건물주들도 건물의 컨셉을 기획하고 이에 맞는 임차인을 유치하는 데 힘써야 한다. 상권 개발자들은 동선과 유동인구뿐만 아니라 건축, 보행, 문화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권을 설계해야 한다.
결국 울산이 노잼 도시에서 탈피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골목상권을 중심으로 한 지역산업 육성 전략이 필수적이다. 창조도시, 자동차 애프터마켓, 크리에이터 산업,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등의 개념을 적극 활용하고, 부동산 개발 업계의 협력을 통해 로컬 창업과 크리에이터 타운에 친화적인 도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울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문화도시이자 창조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