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전포동은 독특한 문화와 활기찬 분위기로 가득 찬 곳으로, 흔히 '부산의 홍대'라 불린다. 서면 동쪽에 자리 잡은 이 지역은 전포공구길, 전포카페거리, 전포사잇길, 놀이터 등 네 개의 특색 있는 상권이 어우러진 종합 세트 골목상권이다. 전포동의 매력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공간을 넘어선다.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것이 이곳의 진정한 매력이다. 베이커리, 커피숍, 독립서점, 게스트하우스 등 골목상권 기본 세트가 풍성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이 지역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개성 넘치는 편집숍과 소품숍들이다.
최근 필자의 북토크를 호스트한 독립서점 크레타는 편집숍이 밀집된 전포공구길(구 전리단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다. 부산 편집숍 씬의 대표주자인 발란사 역시 이 골목에 자리 잡았다. 전포동은 단순히 볼거리와 먹거리를 넘어 '살거리'까지 갖춘 완성도 높은 상권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포동의 진정한 가치는 현재의 모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지역이 지닌 잠재력, 특히 패션 산업 육성의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섬유 제조업이나 봉제업 중심의 패션 산업 육성보다 편집숍 중심의 육성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가 섬유 제조업을, 서울 창신동이 봉제업 중심으로 시도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험은 전포동이 나아갈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편집숍 기반의 성공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 편집숍으로 시작해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기업으로 성장한 무신사가 대표적이다. 무신사는 다양한 브랜드와 스타일을 큐레이션하는 편집숍 모델을 온라인으로 성공적으로 구현했다. 이는 편집숍 문화가 오프라인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도 편집숍을 중심으로 패션 산업을 발전시킨 성공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아메토라' 패션 산업은 특정 지역에 밀집된 편집숍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단순한 미국 패션의 모방을 넘어 독자적인 스타일을 창조하며 세계적인 패션 트렌드를 선도했다. 또 다른 사례로 베를린을 들 수 있는데, 이 도시는 독특한 편집숍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패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전포동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러한 국내외 사례들을 고려할 때, 전포동의 편집숍 문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패션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는 단순한 유통을 넘어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창의성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패션 산업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와 성장 과정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있다. 예술가적 성향의 편집숍 운영자들을 기업가로 육성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신발 도시'라는 부산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보다 더 많은 신발 편집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포동에 패션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여 더 많은 패션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전포동은 단순한 상업 지역을 넘어 부산의 새로운 패션 산업 중심지로 발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 패션 디자이너, 편집숍, 공방 등 다양한 패션 크리에이터가 밀집된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패션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원과 육성 정책, 그리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포동의 미래는 단순히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와 잠재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데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