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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Oct 04. 2024

아파트의 위기: 마이애미에서 한국까지

아파트의 위기: 마이애미에서 한국까지


햇살 가득한 플로리다의 해변가. 그곳에 우뚝 선 고층 아파트들은 많은 이들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2021년 6월, 그 꿈은 악몽으로 변했다. 마이애미 서프사이드의 샴플레인 타워 붕괴 사고로 98명의 생명이 희생되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단순한 안전사고를 넘어, 현대 도시 주거의 근간을 흔드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이애미 사고의 근본 원인은 공동주택 거버넌스의 실패에 있다. 사고 조사 결과, 건물의 구조적 문제는 수년 전부터 인지되고 있었으나,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콘도 관리위원회(Board)는 고액의 수리 비용을 두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고, 필요한 보수 작업은 계속 지연되었다. 개별 소유자들의 이해관계 충돌, 의사결정 구조의 비효율성, 그리고 장기적 안전보다 단기적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관행이 빚어낸 결과였다. 더불어 지방 정부의 느슨한 규제와 감독 역시 이러한 문제를 방치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 사고는 공동주택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유사한 비극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이 사고의 후속 기사를 통해 사고 후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다. "플로리다 콘도 소유가 '악몽'으로 변했다"는 제목의 이 기사는 사고 이후 강화된 건물 안전 규제로 인해 콘도 소유자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30년 이상 된 건물들은 이제 의무적으로 정밀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하며, 필요한 경우 대규모 보수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이다. 일부 콘도 소유자들은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특별 부과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많은 이들, 특히 은퇴자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콘도 매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잠재적 구매자들은 예상치 못한 고액의 수리 비용을 우려해 구매를 꺼리고 있으며, 이는 기존 소유자들의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소유자들은 파산이나 강제 퇴거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다. 한국은 다를까? 안타깝게도 한국의 상황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일부 측면에서는 한국이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아파트 시스템은 미국의 콘도와 유사한 점이 많지만,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첫째, 한국의 개인 소유 아파트 비중은 미국보다 훨씬 높다. 한국의 개인 소유 아파트 비중이 60%에 달하는 반면, 미국은 8-9%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아파트 관련 문제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미국보다 훨씬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한국의 아파트 관리 시스템은 더욱 파편화되어 있다. 미국의 콘도나 코업(Co-op) 시스템에서는 관리위원회(Board)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입주자대표회의는 더 많은 소유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이는 필요한 보수나 개선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셋째, 한국은 오랫동안 재건축을 통한 가치 상승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이러한 패러다임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재건축의 경제성이 악화되면서, 노후 아파트들의 안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마이애미 사고와 그 여파는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한국보다 강력한 거버넌스를 가진 미국의 공동주택도 재건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 노후 아파트 위기는 이미 국가적 차원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안전과 미래가 걸린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변곡점에 서 있다. 마이애미의 비극이 한국에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때다. 앞으로는 산업사회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면, 그 방법의 하나로 신규 공동주택을 임대주택 중심으로 공급하는 서유럽 모델을 고려해 볼 만하다. 공동주택의 소유권을 정부나 기업으로 통일함으로써, 전문적 관리, 신속한 의사결정, 장기적 가치 유지, 비용의 효과적 분산 등을 가능케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매우 급진적인 제안이며,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주거권 이론과 탈상품화 담론은 주택의 기본권적 성격과 공공재로서의 속성을 강조해 왔다. 마이애미 사태는 적어도 공동주택은 공공 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새로운 논리와 근거를 제공한다.



https://www.nytimes.com/2024/10/03/realestate/miami-condo-collapse-buying-selling.html?smid=nytcore-ios-share&referringSource=articleShare&sgrp=c-cb


* 미국의 콘도(Condominium)와 코옵(Co-op)은 공동 주택의 두 가지 주요 형태지만, 그 구조와 운영 방식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콘도에서는 소유자가 개별 유닛의 완전한 소유권을 가지며 공용 공간에 대해서는 지분을 갖는 반면, 코옵에서는 소유자가 건물 전체를 소유한 법인의 주식을 구매하고 특정 유닛에 대한 독점적 사용권을 갖는다. 관리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데, 콘도의 관리위원회(Board)는 개별 소유자의 권리를 더 존중하는 편이지만, 코옵의 관리위원회는 입주자 선별, 전대(서브리스) 등에 대해 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 재정적 책임 측면에서 콘도 소유자는 자신의 유닛에 대한 모기지와 세금을 개별적으로 책임지는 반면, 코옵에서는 건물 전체에 대한 모기지와 세금을 법인이 책임지며 이는 각 주주(거주자)의 월 관리비에 포함된다. 구매 과정에서도 차이가 나타나는데, 콘도 구매는 일반적인 부동산 구매 과정과 유사하지만, 코옵 구매는 주식 구매 형태로 이루어지며 관리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해 더 엄격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가격과 유지비용 측면에서 콘도는 일반적으로 구매 가격이 더 높지만 월 관리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코옵은 구매 가격은 낮을 수 있지만 월 관리비가 더 높은 경향이 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콘도와 코옵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주택 시장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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