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대한 개인의 요구가 늘어나는 이유
/1973년 다니엘 벨이 탈산업사회를 선언했을 때, 그가 말한 탈산업사회는 서비스 산업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 산업도 여전히 '산업'의 범주에 속하기에,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탈산업사회인지 의문이 듭니다.
산업사회를 대량 생산 체제로 정의한다면, 그 반대 개념은 개인 생산 체제일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의미의 탈산업사회는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경제의 영향력은 단순히 콘텐츠 제작 영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는 일반 기업과 공공 기관의 운영 방식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칼럼에서는 크리에이터 경제가 가져오는 변화와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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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대한 개인의 요구가 늘어나는 이유
모종린, 연세대 교수
최근 들어 일과 삶의 균형, 원격 근무, 부업 허용, 아티스트 주권, 프리랜서 권리 등 기업에 대한 개인의 요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직업윤리 약화, 기강 해이, 청년 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경제 구조의 변화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웹툰 등 플랫폼이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경제의 성장과 맞물리며,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전통적 고용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 경제는 개인이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경제 구조다. 초기에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현재는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가 커머스와 제조업 분야까지 진출하며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크리에이터 경제의 확장은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경제가 기존 기업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인사 관리 방식의 변화다. 과거에는 대기업을 목표로 했던 인재들이 이제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직접 소득을 창출하는 것을 유력한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들도 부업이나 창업을 통해 크리에이터 경제에 참여하면서 직장 외의 새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기업에 대한 개인의 협상력을 높이고,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기업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해 직원들에게 자유로운 휴가와 재량 근무를 허용하는 반면 애플과 같은 기업은 외부 활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크리에이터 경제와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기업의 다양한 대응 방식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크리에이터 경제의 확산이 기존의 경영 방식에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기업이 외부 크리에이터와 협업하거나, 직원들에게 부업을 허용하며 대응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일부 기업이 크리에이터 플랫폼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이 플랫폼 모델은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부여하고 개인이 자율적으로 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앞으로 더 많은 산업 분야에 확산될 수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과 도시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면서 경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의 잠재력은 도시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홍대, 성수동 등 오프라인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사는 지역들이 새로운 기업 생태계로 도시의 문화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물론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가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수입의 불안정성, 플랫폼 의존성, 양극화 심화 등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혁신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대 플랫폼에 대한 크리에이터의 의존도를 낮추는 탈중앙화와 블록체인 기술, 그리고 콘텐츠 수요를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하이퍼로컬 서비스에 투자한다. 플랫폼도 수익 배분 구조와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수익이 크리에이터에게 더 많이 돌아가도록 노력한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는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사회 모델이다. 기업이 이 흐름에 적응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데 중요한 것은 성장과 혁신의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가 가져올 변화를 통해 기업과 개인이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