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지향의 시대가 왔다. 전국 곳곳에서 기성세대의 창업 문화를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사업화하는 창업자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권이 형성되지 않거나 전통적인 상권만 존재하지 않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로컬 창업자는 대부분 같이 협업할 수 있는 커뮤니티의 부재를 애로사항으로 지적한다.
로컬에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지향점이다. 지역을 혁신하고 지역성과 결합된 자신만의 콘텐츠로 지역을 혁신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커뮤니티가 지향해야 할 도시는 어디일까?
도시 전체의 미래를 생각하면 기술과 인간의 ‘황금비율’을 찾는 데 성공한 도시가 적합한 모델일 것이다. 여기서 황금비율이란 기술 주도의 하이테크 산업과 인간 중심의 하이터치 산업(생활 서비스와 라이프스타일 산업)의 균형 잡힌 결합을 의미한다.
황금비율 도시에서는 하이테크 산업이 성장과 고용 창출을 주도하는 한편, 크리에이티브와 혁신적인 소상공인이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특색을 더하는 로컬 브랜드를 창업한다.
미국 도시 중에서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산업의 균형을 달성한 도시를 찾는다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오스틴, 포틀랜드, 보스턴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도시는 모두 상당 규모의 하이테크 산업이 집적되어 있고 개성과 활력 있는 도시 문화와 산업을 자랑한다.
황금비율 도시의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하이테크 산업과 하이터치 산업의 독립성이다. 하이터치 산업이 하이테크 산업 성장의 부산물로 치부되는 도시는 진정한 의미의 균형과 거리가 멀다.
미국 하이테크 도시 중 독립 기업과 로컬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도시가 어디일까?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독립/로컬 브랜드 자원으로 평가하면 포틀랜드를 능가할 도시는 찾기 어렵다.
포틀랜드의 독립 산업
포틀랜드는 다른 도시에 비해 독립적인 소상공인 산업(Small Business)의 비중이 높은 도시다. 2015년 포틀랜드가 속한 오레곤 주의 고용에서 소상공인 산업이 차지한 비중은 미국 평균 49%를 상회하는 55%로 50개 주 중 8위에 올랐다.
독립 기업(Independent, Non-Franchised Businesses)의 규모를 측정하는 “인디 시티 인덱스(Indie City Index)”에 따르면 포틀랜드는 인구 백만에서 3백만 사이의 메트로폴리탄 지역 중 6번째로 독립 산업의 규모가 크다. 포틀랜드를 앞선 도시는 산호제이, 오스틴, 투산, 뉴올리언스, 내쉬빌 정도다.
규모도 규모지만 포틀랜드 독립 산업이 특별한 진짜 이유는 창의성에 있다. 포틀랜드의 독립 가게, 로컬 크리에이터, 공예공방, 메이커스, 스타트업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로컬 브랜드를 많이 배출한다.
포틀랜드에서 출발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로컬 브랜드는 다양하다. 커피의 스텀프 타운 커피 로스터즈(Stumptown Coffee Roasaters), 코바 커피(Coava Coffee), 리스트레토 로스터즈(Ristretto Roasters), 수제 맥주의 데슈트 브루어리(Deschutes Brewery), 팻 헤즈 브루어리(Fat Head’s Brewery), 텐 배럴 브루잉(Ten Barrel Brewing), 로그 증류소&펍(Rogue Distillery and Pub House), 독립 서점의 파웰스 북스(Powell’s Books), 브로드웨이 북스(Broadway Books), 자전거의 조우 바이크(Joe Bike), 사가 프로파일즈(Saga Profiles), 호텔의 에이스 호텔(Ace Hotel), 유기농 슈퍼마켓의 뉴 시즌즈 마켓(New Seasons Market)을 꼽을 수 있다.
탄탄한 독립 브랜드를 기반으로 포틀랜드는 커피, 수제 맥주, 자전거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2018년 인포그룹(Infogroup) 수제 맥주 도시 1위, 2018년 바이시클링 매거진 자전거 도시 5위(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포트 콜린스, 미니애폴리스 다음), 2018년 월렛 허브 커피 도시 4위(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다음)로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포틀랜드 소상공인 생태계
포틀랜드 소상공인 산업이 강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소상공인 생태계,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소상공인에 우호적인 도시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하바드 경영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운영하는 ICIC 연구소에 의하면 소상공인 생태계에는 주민단체, 정부, 경제개발청, 금융기관, 직업훈련 기관, 소상공인 단체가 중요하다.
포터 교수가 지적한 6개 분야에서 포틀랜드에서 이 분야를 대표하는 기관을 적어봤다. 모든 분야에서 활발한 지역 단체를 찾을 수 있는 것이 흥미롭다.
포틀랜드 소상공인 생태계는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생태계가 아닌 각 분야를 지원하는 생태계로 구성돼 있다. 메이커, 신발 디자인, 로컬 푸드 등 적어도 포틀랜드를 대표하는 3개 소상공인 산업에서는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창업훈련과 지원기관을 찾을 수 있다.
첫 번째가 메이커 산업이다. 메이커 협동조합 '포틀랜드 메이드 컬렉티브(Portland Made Collective)'가 메이커 스페이스 ADX, 메이커 편집숍 ‘메이드 히어 PDX (Made Here PDX)’와 협력해 지역 메이커를 지원한다. ‘메이드 히어 PDX’는 포틀랜드에 매장을 두 개 운영하는데 정말 많은 포틀랜드 브랜드를 판매한다. 자기 물건을 팔아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이 가게를 찾아오는 사업자가 매일 있을 정도로 포틀랜드 메이커 기반은 탄탄하다.
두 번째 생태계는 운동화 창업 생태계다. 포틀랜드는 나이키 본사, 아디다스 미주 본사, 언더아머 연구소 등 수많은 운동화 기업이 모여있는 클러스터다. 디자이너 교육기관으로 주목해야 할 곳이 ‘펜솔 풋웨어 아카데미(Pensole Footware Academy)’다. 나이키 디자이너가 창업한 이 기관은 포틀랜드 기업과 협업해 미래 디자이너를 기업이 발주한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훈련한다.
세 번째 생태계가 로컬 푸드 생태계다. 환경단체 에코트러스트(EcoTrust)가 로컬 푸드를 장려하기 위해 운영하는 로컬 푸드 인큐베이터 ‘레드 온 새몬스트리트(Redd on Salmon Street)’가 대표적인 기관이다. 비영리 환경단체이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라는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창업자를 지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포틀랜드도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지역의 몇 개 산업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돼 있다. 운동화 디자인, 메이커, 로컬 푸드 등 포틀랜드에 생태계가 존재하는 산업 중 로컬 푸드는 한국 도시도 벤치 마케팅해야 하는 산업이다. 농산물을 전국 단위로 유통하고 있는 한국에서 로컬 푸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환경과 건강과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사업이다.
독립 산업 경쟁력의 기원
포틀랜드 독립 산업이 활발한 더 근본적인 원인은 로컬 문화, 동네 문화, 환경주의, 힙스터 문화이 대표하는 도시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로컬 중심 문화의 영향력은 거리를 걸으면 금방 느낄 수 있다. 편의점, 패스트푸드 등 다른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가게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2006년 월마트 매장의 진입을 저지한 것처럼 포틀랜드는 전통적으로 스몰 비즈니스와 독립 상점을 보호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지역 상품 구매를 독려하는 “바이 로컬(Buy Local)” 소비자 운동도 활발하다.
시정부의 동네상권 정책 또한 로컬 브랜드 발전에 기여한다. 포틀랜드는 하나의 통합된 도시라기보다는 여러 동네가 네트워크를 형성한 도시다. 그만큼 동네와 동네 상권이 정체성이 뚜렷하고 독립적인 경제 단위로 중요하다.
포틀랜드는 지역을 중심부, 산업지역, 대학지역, 동네 상권(Neighborhood Business District)으로 구분해 관리하고 지원한다. 현재 50개 지역이 동네 상권으로 지정돼 있다. 동네 상권은 포틀랜드 총고용의 1/4을 담당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동네 상권에서 활동하는 소상공인은 2만 명에 이른다. 시정부는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이 협동조합 등 주민 협의체를 조직해 상권에 필요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지원한다.
로컬 소비와 동네 상권 문화는 지역 환경운동을 통해 축적되어 왔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로컬에서 생산하는 독립 기업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이다.
포틀랜드 환경주의의 대표적인 사례가 도시계획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이다. 포틀랜드의 환경 철학은 도시계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환경과 삶의 질을 보호하는 성장, 즉 "스마트 성장 (Smart Growth)"을 추진하는 대표적인 도시다. 1979년 처음으로 서울의 그린벨트와 유사한 도시 성장 경계(Urban Growth Boundary)를 설정한 후 지속적으로 무분별한 도시 성장과 개발을 제한한다.
구체적인 스마트 성장 전략으로 밀집지역(Compact Neighborhoods) 건설, 대중교통망 구축, 보행자와 자전거에 편리한 도시 디자인을 들 수 있다. 상업과 주거 건물의 밀도를 높여 도심 중심으로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밀집지역 전략이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에 이미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17% 감축했다. 그 기간 미국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은 7%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포틀랜드 시민이 감수한 불편과 희생은 상상하기 어렵다. 자연과 도시의 공존을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9년 코펜하겐 협정 준비 당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에 대해서는 1990년 대비 25∼40% 감축하는 것을 권고했다. 온실가스 배출 강경파인 EU는 최종안으로 1990년 대비 20% 감축안을 제출했다. 2016년 포틀랜드는 EU와 IPCC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감축한 셈이다.
포틀랜드의 환경주의, 로컬 문화는 1960년대 반문화(Counter Culture)와 관련이 있다. 1960대 후반과 1970년대 초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던 히피들이 새로운 생활 문화를 개척하기 위해 지나치게 상업화됐다고 판단한 캘리포니아를 떠나 오레곤으로 이주한다.
자연주의, 평화, 공동체를 표방한 히피 반문화 전통이 오레곤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히피 반문화를 승계한 것이 힙스터(Hipster) 문화다. 힙스터 정의에 대한 합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주류 사회와 상업 문화를 거부하고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는 사람을 힙스터로 정의할 수 있다.
포틀랜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힙스터 도시다. “포틀랜드를 계속 엉뚱하게 (Keep Portland Weird!)”. 힙스터 가치를 대변하는 도시의 공식 슬로건이다. 무브 허브(Movehub)가 매년 발표하는 힙스터 도시 랭킹에서 포틀랜드는 늘 최상위권을 지켰다. 무브 허브는 수제 맥주 기업, 비건 식당, 커피전문점, 독립 서점, 자전거 통근자, 타투 스튜디오, 바이널 레코드 가게 등의 통계로 힙스터 도시 순위를 매긴다.
하이테크-하이터치 하이브리드 산업의 발전
포틀랜드 하이테크 산업의 앵커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인텔이다. 전 세계 12만 명의 고용인 중 2만 명이 포틀랜드 교외 힐스보로 공장에서 일한다. 2012년 인텔 포틀랜드 사업장은 232억 달러의 생산, 37억 달러의 수입, 4만 명의 직간접 고용을 창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글, 애플, 이베이 등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이 저렴한 생활 비용, 높은 삶의 질, 하이테크 인재와 크리에이티브를 찾아 포틀랜드에 진출, 사업장을 확장하고 있다. “실리콘 포리스트(Silicon Forest)”라 불리는 포틀랜드는 2016년 5,000개 가까운 반도체와 IT 기업이 활동하는 하이테크 중심지로 성장했다.
포틀랜드는 또한 하이테크와 하이터치가 결합된 산업이 발전했다. 대표적인 하이테크 기반 생활 산업이 아웃도어 산업이다. 현재 1,000개의 아웃도어 기업이 대규모 생태계를 이루고 있고, 이 생태계를 앵커 하는 대기업은 나이키, 아디다스 미국 본사, 컬럼비아 스포츠웨어다. 이 중 1978년에 진입한 나이키가 포틀랜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포틀랜드 아웃도어 산업은 처음에는 운동화로 시작했지만, 그다음 스포츠 용품, 자전거,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연관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포틀랜드의 아웃도어 산업의 경쟁력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지역 기반 생태계다. 생산자, 소비자, 전문인력 그리고 시민이 모두 생태계의 일원이다. 소비자가 포틀랜드의 경쟁력인 이유는 아웃도어 활동을 많이 하고, 아웃도어 상품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걷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웃도어 소비가 다른 도시보다 높다.
포틀랜드 생태계의 저력은 참여 주체들이 공유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생산자, 소비자, 전문인력 모두 포틀랜드 아웃도어 문화를 공유하고 즐긴다. 다른 아웃도어 산업 도시가 포틀랜드 생태계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라이프스타일 내재화의 격차 때문이다.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결합의 가능성
포틀랜드 모델은 미국을 넘어 경제 불평등을 고민하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중요하다. 소득, 지역, 세대, 성 등 사회를 분리하는 많은 축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갈등 요인은 기술과 비기술 세력의 대립이다. 기술 수용성, 즉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소득, 지역, 세대 간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AI, 빅데이터, 로봇이 대표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것이다. 단순 노동을 대체했던 이전 산업혁명 기술과 달리, 4차 산업혁명 기술은 지식노동자, 창조 노동자를 포함해 폭넓은 노동자의 노동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술과 비기술 세력의 대립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세기 초의 영국도 러다이트 운동(Luddite)이라 불리던 반기술 세력의 저항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선진국은 복지의 점진적인 확대로 대량 실업, 주기적 불황, 불평등 심화 등 기술 변화의 부작용에 대응해왔다.
선진국들이 전통적인 복지 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이 가져 올 대량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술 주도 세력이 비기술 세력의 복지 비용을 지불할 수 있을 수준의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해도, 비기술 세력이 정부 지원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주체적인 삶과 노동 성취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전문가들은 기술 세력이 미래 경제를 독점할 것으로 전망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기술 편리성과 가격 합리성을 중시하면서도, 동시에 맞춤형 서비스, 감성, 체험 등 자기표현/자아실현 니즈를 만족시키는 서비스 차별성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 시장을 강타하는 레트로, 골목길, 아날로그 현상이 하이터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이테크와 하이터치의 공존과 결합을 예측한 대표적인 학자가 존 나이스비트다. 그는 <메가 트렌드 2000>에서 하이테크가 도입되면 될수록 그 반작용으로 인간적인 것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하이터치 수요를 충족하는 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기술도 고도의 기능과 감성을 융합하는 방향으로 진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틀랜드 전성시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이, 전성시대를 누리는 포틀랜드의 성공이 영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부에선 이미 2014년경에 정점을 찍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 도시가 미래 혁신을 이끌 창조계급을 계속 유치하기엔 주택을 포함한 생활 비용이 지나치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그해에 일본에서 포틀랜드에 대한 책이 많이 나왔다. 너무 많이 알려지면 더 이상 힙하지 않다는 통념이 포틀랜드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한국 골목상권에서도 관찰할 수 있듯이 뜨는 지역에는 유행과 라이프스타일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유행은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계속 돌아다니지만, 그렇다고 유행이 떠난 지역이 쇠락하는 것은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은 지역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지역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역 산업의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포틀랜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포틀랜드 경쟁력의 원천은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이다. 아웃도어, 친환경주의, 독립문화, 로컬리티 등 포틀랜드가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앞으로의 글로벌 생활문화를 선도할 탈물질주의 라이프스타일이다. 포틀랜드 라이프스타일 위에 쌓인 거품은 사라질지 모르지만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원천 경쟁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포틀랜드 모델의 관건은 라이프스타일과 창의성의 결합이다.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속 가능한 생산 문화로, 즉 새로운 산업과 비즈니스 창출의 동력으로 활용한다면, 하이테크와 하이터치 황금비율을 찾은 도시로서의 명성은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