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로컬 브랜드 콜래보로 탄생한 새로운 로컬 브랜드

by 골목길 경제학자

로컬 경제와 로컬 브랜드를 강조한다고 해서 로컬에서 안주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로컬에서 자리를 잡은 후 재창업이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으로 전국으로, 세계로 나가야 한다. 이런 확장성을 통해 글로벌 기업을 배출하지 못하면 로컬은 의미 있는 생태계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개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던 경제에서 로컬이 중요한 이유는 복제 불가능한 콘텐츠다. 로컬 자원을 활용하고 로컬에 생태계를 구축한 비즈니스는 다른 지역과 다른 국가의 기업이 쉽게 넘볼 수 없다.


로컬의 확장성을 확대하는 방법의 하나가 로컬 기업 간의 협업이다. 이미 많은 로컬 비즈니스 사례에서 설명했듯이 로컬 크리에이터의 특징 중 하나가 협업에 대한 개방성이다. 마을 축제, 행사와 전시 기획, 마을 지도 제작, 동내 콘텐츠 제작, 로컬 매거진 발행 등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구성해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는 것이 보편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확대해야 할 협업 모델은 공동 브랜드 개발이다. 공동 브랜드 개발은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로컬 브랜드가 참여하는 모델과 여러 지역의 로컬 브랜드가 공동 생산하는 모델이 있다. 하나의 로컬이 아닌 여러 로컬을 연결한 '멀티 로컬' 모델은 독립 진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전국 진출 모델이다.



아사히주조 x 스노우피크 = 쿠보타 셋포


같은 지역의 로컬 브랜드가 협업해 탄생시킨 대표적인 브랜드가 일본 니가타 지역의 아웃도어 사케 브랜드 구보타 셋포다. 프리미엄 사케 브랜드 구보타를 생산하는 아사히주조와 일본을 대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가 파트너로 참여했다.


인구 240만의 니가타현도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지방이다. 쌀, 눈, 그리고 사케로 유명한 고장답게 니가타는 쿠보타, 핫카이산, 코시노칸바이 등 국내 애주가들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프리미엄 사케 브랜드를 다수 배출했다. 니가타의 풍부한 수자원은 또한 금속가공업을 발전시켰다. 츠바메산조 부근에 집적된 금속가공업체들은 카지돈야(KAJI donya) 등 세계적인 주방용품 브랜드를 생산한다. 니가타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 스노우피크(Snow Peak)도 츠바베산조에 위치해있다. 1958년 산악인 야마이 유키오가 창업한 이 회사는 1990년대 글램핑 붐을 일으켜 세계적인 캠핑 브랜드로 도약했다.


"스노우피크의 브랜드명은 일본이 자랑하는 명산인 타니가와 봉우리에서 유래하고 있습니다. 조난자가 많아 매우 위험한 산으로 불리면서도 그 아름다움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을 현혹하는 타니가와 봉우리를 창업자인 야마이 유키오는 클라이머로서 목숨을 걸고 계속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토대로 1958년부터 니가타 츠바메산죠 지역의 뛰어난 금속가공 기술을 활용하여 오리지널 등산용품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본사 홈페이지).


니가타의 산악 스포츠 전통을 이어가는 스노우피크는 생활 속에서 자연을 사랑하고 즐기는 문화를 기업 이념으로 삼고 있다. CEO 야마이 토루는 일 년에 최소한 100일은 캠핑 생활을 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캠핑의 생활화에 솔선수범한다. 전 직원이 '우리 스스로가 유저다'라는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다.





캠핑 문화에 대한 이 기업의 의지는 본사 운영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도심 지역에 본사를 두지 않고 산 중턱에 조성한 5만 평의 캠핑장을 본사로 사용한다. 캠핑장은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캠핑시설 외에 직영 매장, 사무와 공장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전 직원이 캠퍼로 생활하는 문화는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전략일지 모른다. 아웃도어 생활을 하기 이상적인 지역에서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는 것이 끊임없이 아웃도어 제품을 혁신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노우피크가 지역발전 사례로 중요한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로컬 브랜드로 경쟁력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다른 로컬 브랜드와 협력해 새로운 로컬 브랜드를 창출한다는 사실이다. 사케 브랜드 쿠보타와 2017년 공동 개발한 캠핑 사케 ‘쿠보타 셋포’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웃도어에서 일본주를 즐기는 씬(Scene)’을 만들기 위해 개발했다는 이 브랜드는 야외에서 쉽게 휴대할 수 있도록 가볍고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사케 산업과 아웃도어 산업은 각기 독립적으로 성장했지만 니가타 자연과 환경을 활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런 지역성이 새로운 연결을 가능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일랜드 오브(Island of)


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로컬 브랜드의 콜라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 3개 지역의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패션 브랜드가 탄생했다. 제주 성산의 커뮤니티 호텔 플레이스캠프가 기획한 아웃도어 브랜드 아일랜드 오브다.


필자는 두 가지 이유에서 아일랜드 오브를 혁신적인 브랜드로 평가한다. 첫 번째가 브랜드 스태킹(Stacking) 모델이다. 아일랜드 오브가 출시한 첫 두 라인은 아일랜드 오브 탠저린(Island of Tangerin)과 아일랜드 오브 비자림(Island of Bijarim)인데 앞으로 제주의 다른 테마로 계속 새로운 라인을 출시할 계획이다. 브랜드 전체 이름을 정하고 그 이름에 서브 브랜드를 추가하는 방식인데 로컬 브랜드 모델로 적합하다. 제주에 하나의 통합된 브랜드 위에 많은 서브 브랜드를 쌓을(Stacking)만큼 로컬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두 번째가 '멀티 로컬' 모델이다. 기획과 판매는 플레이스캠프 편집숍 페이보릿, 스니커스는 연희동 브랜드 마더그라운드, 의류는 제주 브랜드 라이클리후드가 분업한다. 의류는 서울에서, 신발은 부산에서 생산된다. 전부 계산하면, 제주 성산(기획과 판매), 제주시(의류 디자인), 서울 연희동(스니커스 디자인), 부산 어딘가 (신발 제조), 서울 어딘가(의류 제조) 등 총 5개 로컬이 참여하는 브랜드다.


두 개의 로컬을 연합한 비즈니스 모델로 흥미로운 모델이 홍대 x 대구다. 패프릭 원단 기업 키티버니포니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홍대에서 디자인한 원단을 대구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안경 디자이너 기업 젠틀몬스터, 카린도 마찬가지입니다. 홍대에서 디자인하고 대구에서 생산한다. 대구 제조와 홍대 디자인의 멋진 콜라보다.


이렇게 다수의 로컬이 협업하는 멀티 로컬 모델은 로컬 브랜드가 확장성과 지역성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다. 로컬 브랜드 x 로컬 브랜드 = 로컬 브랜드! 지방소멸 시대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지역이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지역발전 공식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