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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Sep 19. 2019

문체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골목상권 정책의 목표는 골목 정체성을 바탕으로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유치한 인재와 기업이 지역 경제 성장과 골목 정체성을 강화하는 선순환 골목경제 구축에 있다. 현재 골목경제 선순환 구조에 가장 근접한 골목상권은 음악, 미디어, 패션과 디자인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한 홍대 앞이다.


서울을 비롯해 각 지역 골목상권을 경제 중심지로 육성하려면 누가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할까. 시장, 문화, 관광, 도시계획 등 도시의 모든 분야가 골목상권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 부처가 골목 정책을 독점할 수 없다. 모든 관련 부처가 참여하고 협업하는 것이 이상 적이다. 그럼에도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주무 부처 하나를 선택하자면, 관광산업 정책을 수립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될 수 있겠다. 


골목상권은 관광, 유통, 문화, 부동산 등 다양한 산업에 포함될 수 있으나, 그중 상권 성장을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관광산업이기 때문이다. 



골목길 정책, 어디로 가고 있나 


골목상권은 연남동, 삼청동, 가로수길 등 주거지 인근에 형성된 근린상권이나 기존 상권의 배후상권이 새롭게 활성화된 상권이다. 골목상권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행되는 다양한 정부 정책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 


첫째, 소상공인 정책이다. 골목상권은 주로 소상공인들의 구역이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골목상권의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대형마트, 대기업 브랜드,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둘째, 상권 활성화 정책이다. 골목상권은 지역 경제 활력에 중요한 상점가다. 2013년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된 후 중기부는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시장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셋째, 도시 재생 사업이다. 골목상권 재생은 낙후된 원도심과 지역을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사업이다. 상권이 살면 주변 주거지와 상업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넷째, 지구단위 계획이다. 많은 지자체가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구단위 계획(용도와 고도규제)을 활용한다. 대표적인 지역이 서촌과 익선동이다. 서울시는 이곳의 한옥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골목길 구조와 골목 건축물을 보호한다.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보호하길 원하는 골목상권은 3층 이하의 낮은 건축물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자동차가 다니지 않거나, 다녀도 혼잡하지 않은 1차선 또는 왕복 2차선 도로 주변에 형성된 상권이다. 


다섯째,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이다. 일부 급성장한 골목상권에서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 상인들이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에 밀려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서울시는 자율 협약 체결, 공공임대 시설 건설, 임차인의 건물 구매 지원 등 급 격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방지하고 임차인과 건물주의 협력 및 예술가와 청년 창업자의 유입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현재 정부 정책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홍대, 이태원, 삼청동 등 서울의 주요 골목상권이 한국 대표 관광지로 부상했음에도, 골목길 관광을 촉진하는 섬세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소상공인 보호 정책이나 도시재생 지원 정책으로는 한국의 골목상권이 선진국 대표 쇼핑거리와 경쟁할 만큼 매력적인 상권으로 성장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략이 필요할 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전통시장과 상점가 지원 사업으로는 글로벌 수준의 골목상권을 육성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은 경쟁력 있는 상인 유치보다는 주차장, 간판과 도로 경관 개선, 문화행사 등 기존 상인을 위해 유동인구를 늘리는 사업을 요구하고 지원받는다. 일부 전통시장에서 청년창업몰을 조성하는 등 청년 창업자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창업자의 준비 부족, 기존 상인의 비협조적 태 도, 전통시장의 폐쇄적 공간 등의 이유로 성과가 미비하다. 


문제는 장소와 인력이다. 전통시장과 기존 상업시설에 한정된 지원으로는 글로벌 관광산업이 요구하는 상권을 조성하기 어렵다. 일반 골목상권과 신규 상업시설로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하다. 숙박시설, 음식점, 갤러리, 공방, 서점 등 여행자에게 중요한 골목 산업 업종 중 문체부가 직접적인 권한을 가진 업종은 숙박업이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관광객의 숙박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어 이를 관광객에게 제공하거나 숙박에 딸리는 음식·운동·오락·휴양·공연 또 는 연수에 적합한 시설 등을 함께 갖추어 이를 이용하게 하는” 호텔업을 운영하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본금, 시설, 설비 등을 갖추어야 하며 해당 지자체장에게 등록을 해야 한다. 관광숙박업뿐만이 아니다. “관광객을 위하여 음식·운동·오락·휴양·문화·예술 또는 레저 등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어 이를 관광객에게 이용하게 하는” 관광객 이용시설업은 정부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 


골목산업의 거의 모든 업종이 직간접적으로 관광진흥법에 따른 규제와 지원 대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문체부는 관광호텔과 관광식당 지정을 통해 관광지 상업시설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화랑, 미술관, 문화콘텐츠, 공방 공예, 서점, 스포츠시설 등 문체부가 지원하는 문화산업의 많은 업소가 골목상권에서 영업한다. 문체부가 이들 업소를 관광객 이용시설로 인식해 전략적으로 지원하 면 골목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문체부도 아직은 직접적으로 지원하지 않지만 홍보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홍대 거리, 인사동, 강릉 커피 거리, 부산 원도심 스토리 투어 등 18개 골목상권이 2017~2018년 대한민국 100대 관광지로 선정됐다. 한국관광공사의 대표적인 국내 관광지 홍보 사이트 ‘대한민국 구석구석’도 수시로 숨겨진 골목상권을 소개한다. 최근에 는 골목상권 지도책 「같이 걸을까, 인문 지도」를 출간하기도 했다. 문체부가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골목상권을 지원한다면, 앞으로 할 일은 명확해진다. 기존 사업을 하나의 정책 플랫폼으로 묶어 지원하는 것이다. 



도시형 관광단지 사업의 추진 


문체부가 진행하는 골목상권 지원 사업을 하나로 묶어 특정 지역의 골목상권을 지원하는 방식의 도시형 관광단지 사업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지정할 수 있는 관광특구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현재의 관광특구 제도는 보완이 필요하다. 


1996년 지정 요건 완화에 따른 지정 개소수가 대폭 증가하고 ‘영업시간 제한’ 규정이 공중위생관리법 및 식품위생법에서 삭제되면서 실효성이 부족하며, 지정에 따른 혜택도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융자 정도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또한 관광특구 지정에 따른 다른 법률의 규제 특례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호텔 앞 공지 사용 규제완화 및 도로 통행금지 또는 제한 등의 조치 정도에 불과하다 (강원발전연구원, 강원도 관광특구 활성화 방안, 2012).


도시형 관광단지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문체부의 ‘올해의 관광 도시’ 사업을 벤치 마크할 수 있다. 2016년 첫 시행된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은 지자체 단위의 경쟁력 있는 사업을 발굴, 해당 도시를 관광명소로 키우고자 한다. 잠재력이 큰 중소도시 세 곳을 선정, 도시의 매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문화 콘텐츠 개발과 도시 컨설팅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2016년 처음 선정된 제천시의 경우 청정 자연환경과 한방바이오 엑스포 경험을 토대로 치유 관광 상품을 개발한다. 통영시는 남해안의 자연환경과 문화예술 잠재력을 결합한 문화예술 관광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다. 무주군은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월드 스키 점프 대회 등의 국제대회 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레포츠 시설을 건립한다. 세 도시는 각각 지리적, 문화적 자원을 활용해 힐링 관광도시, 문화예술 관광도시, 레저스포츠 관광도시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역 고유의 문화관광 자원의 상품화를 통해 특색 있는 관광도시로 성장시키는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은 골목상권을 지원하는 도시형 관광단지 사업과 연결된다. 힐링, 문화예술, 레저스포츠 등 특색 있는 도시 색깔을 드러내도록 도시경관을 정비하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골목상권이 뒷받침되어야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성공적인 관광특구와 관광도시를 육성하려면, 지역 내 골목들이 공통된 도시 테마를 지향하면서 교통, 문화시설, 숙박, 음식점 등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관광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보완되어야 한다. 상업시설 유치에 참고할 모델로 재팬 푸드타운(Japan Food Town)을 들 수 있다. 민관 협동으로 406억 엔(한화 약 3740억 원)을 투자하는 쿨 재팬(Cool Japa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본 음식점들을 한데 모아 해외 주요 관광지에 건설하는 사업이다. 2016년 7월 싱가포르 오차드 거리에 개장한 타운에는 총 열여섯 개의 일본 요리 전문점이 입점했다. 한국도 지역과 전국의 맛집 브랜드를 모은 식당가를 도시형 관광단 지에 유치함으로써 한국적이면서도 독특한 맛집을 관광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골목상권의 미래는 어쩌면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전국 주요 거점에 글로벌 수준의 골목상권을 육성하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은 이미 충분하다. 국토부 도시재생, 중기부 전통시장 지원, 행자부 골목경제 지원 등 분산된 골목상권 사업들을 문체부의 관광육성 정책과 연계해 골목상권을 혁신적 도시형 관광단지로 육성하는 것이다. 도시형 관광단지 사업의 핵심은 숙박, 식당 등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뛰어난 상업시설의 고도화다. 기존 시설이 혁신하고 새로운 기업이 진입하는 개방적인 골목상권 생태계가 우리가 원하는 골목상권의 미래가 될 것이다.




출처: 골목길 자본론,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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