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상권 사업이 왜 잘 안 되는가"라는 질문은 핵심을 짚고 있었다. 기자는 상인들의 참여 방식을 문제로 지적하며, 관 주도와 용역회사 중심의 사업 추진 방식이 한계라는 시각을 제시했다. 일면 타당한 분석이다.
하지만 상인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상권의 본질이 바뀌었다는 데 있다. 오프라인 상권은 더 이상 단순한 유통 채널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살아남으려면 콘텐츠 생산지로 탈바꿈해야 한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과의 차별화가 없으면 도태된다.
문제는 콘텐츠를 만들 사람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 점이 상권 침체의 핵심 원인이다. 해결책은 두 가지다. 기존 상인을 콘텐츠 생산자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콘텐츠 생산자를 유치하는 것. 현실적으로는 후자가 더 실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력 있는 창업자는 아무 곳에나 가지 않는다. 매력적인 건축 환경, 걷기 좋은 거리, 장사하기 좋은 공간—이런 요소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도시환경이 획일적이고 자동차 중심이면 아무리 지원금을 줘도 창의적인 사업자들은 오지 않는다.
결국 상권의 브랜드 파워는 그곳에 입점한 개별 사업자들의 브랜드 파워가 총합된 결과다. 하나하나의 가게가 스토리와 개성을 갖고 있어야 동네 전체가 ‘브랜드’가 된다. 상권을 살리는 길은 명확하다. 브랜드 파워를 가진 창업자가 오고 싶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상권 사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