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콘텐츠, 그리고 커뮤니티: 강한 로컬의 조건

by 골목길 경제학자

건축, 콘텐츠, 그리고 커뮤니티: 강한 로컬의 조건


강한 로컬 기업이 모인 곳이 결국 강한 로컬 지역이 됩니다. 로컬의 힘은 한두 개의 랜드마크나 공공사업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공간, 콘텐츠, 커뮤니티—이 세 가지 축이 균형 있게 작동하는 기업들이 축적될 때, 그 지역은 비로소 진짜 로컬다움을 갖춘 도시가 됩니다.

이 세 가지 축은 기업과 지역 모두에 똑같이 적용되는 조건입니다.

좋은 로컬 기업은 스스로의 공간을 설계하고, 고유한 브랜드 스토리와 콘텐츠를 만들며, 고객과 파트너 커뮤니티를 키워갑니다.

좋은 로컬 지역은 매력적인 건축 환경을 갖추고, 지역적 서사와 문화 콘텐츠가 살아 있으며, 다양한 관계망과 협력 기반이 작동합니다.

따라서 로컬 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곧, 지역의 경쟁력과 정체성을 함께 구축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때 핵심 전략은 단순한 매출 확대나 점포 확장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깊이 있게 구축하고 지역에 뿌리내리는 ‘스케일 딥(Scale Deep)’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기업가 모델’과 ‘기획자 모델’, 두 가지 실행 방식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1. 기업가 모델: 자기 정체성을 통해 지역에 확산하는 방식

대부분의 로컬 브랜드는 이 모델에서 출발합니다.
기업은 먼저 자사 내부에 다음의 세 가지 축을 깊이 있게 구축합니다.

건축(공간): 브랜드 정체성이 드러나는 공간을 직접 설계·운영해 ‘찾을 이유’를 만듭니다.

브랜드 스토리와 콘텐츠: 고유한 철학과 지역적 맥락을 담은 스토리를 콘텐츠로 풀어냅니다.

커뮤니티: 고객, 파트너, 로컬 크리에이터와의 관계망을 통해 충성도와 신뢰를 축적합니다.

이러한 스케일 딥 전략은 내부 경쟁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지역 전반에 파급 효과를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매력적인 건축은 인근 거리와 상권의 공간적 품격을 끌어올리고, 스토리와 콘텐츠는 지역의 문화 자산과 서사를 풍부하게 만들며, 커뮤니티는 지역 내 사회적 자본과 협업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기업이 자기만의 뿌리를 단단히 내릴수록, 지역도 함께 자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됩니다.


2. 기획자 모델: 지역 전체를 설계 대상으로 삼는 방식

이 단계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원, 브랜드 내공, 실행 역량이 갖춰졌을 때 가능한 모델입니다.

기업은 자신의 역량을 기반으로 지역 전체의 3대 축을 의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합니다.

건축: 브랜드 공간뿐 아니라 거리 전체의 건축 디자인과 경관 개선에 직접 참여합니다.

콘텐츠: 자사 콘텐츠를 다른 로컬 브랜드, 지역 전시, 로컬 아카이브, 페스티벌 등과 연계해 공동 제작합니다.

커뮤니티: 상인, 시민, 창작자, 지자체 등과의 파트너십을 주도하며 협력 기반을 만듭니다.

이 모델에서 기업은 단순한 사업체가 아니라 지역 생태계의 공동 설계자이자 실행자가 됩니다. 로컬 문화의 허브이자 기반시설처럼 작동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죠.


로컬에서 시작하는 모든 브랜드는 ‘기업가 모델’부터

중요한 점은, 기획자 모델은 반드시 기업가 모델의 성공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3대 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전체를 설계하거나 생태계를 주도하려 하면, 실행력도 설득력도 갖추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금 로컬에서 시작하거나 성장 중인 대부분의 기업은 먼저 자기 내부의 3대 축을 깊이 있게 구축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스케일 딥 전략의 출발점이며, 진정한 로컬 경쟁력을 만드는 기반입니다. ‘스케일 딥’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자신의 공간, 콘텐츠, 커뮤니티를 정성스럽게 설계하고 다듬는 기업만이, 결국에는 지역을 움직이고 함께 성장하는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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