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판사와 새 책을 논의했습니다. 『골목길 자본론』 개정판을 검토하다가, 개정보다는 새로운 책이 더 적절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새 책의 가제는 『동네 도시』입니다. 예상 간행 시기는 2027년 상반기로, 『골목길 자본론』 출간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골목길 자본론』으로 시작한 도시 연구가 『동네 도시』로 완결되는 셈입니다.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얼핏 보면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룬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일관된 논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왜 『동네 도시』로 귀결되는지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지난 10년 연구의 전체 그림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겸사겸사 다음 달 공개되는 『제3의 응전』의 맥락도 설명합니다.
8년 전, 『골목길 자본론』을 쓸 때 나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습니다. 우리가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동네 공동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동네를 대체하고,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무언가 근본적인 것을 상실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이 아니었습니다. 인간다운 삶의 토대 자체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설을 검증하기로 했습니다. 미래 트렌드는 동네 공동체 복원에 유리하게 진행된다는 가설입니다. 경제학자로서, 도시연구자로서, 그리고 한 명의 시민으로서 동네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동네 공동체를 복원하려면 단일한 접근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동네 약화 문제의 원인이 복합적이므로 해법도 복합적이어야 했습니다. 동네 공동체를 위협하는 세 가지 주요 요인을 찾아내고, 각각에 대응하는 연구 분야를 구축했습니다. 경제적 요인에는 도시 연구로, 문화적 요인에는 생활방식 연구로, 기술적 요인에는 기술사회 연구로 대응하는 삼면 전략입니다.
중심축은 도시 연구였습니다. 이 연구가 입증하고자 한 것은 동네가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골목길 자본론』(2017)에서 동네 경제의 가능성을 검증했고,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2021)에서 동네 경제의 구성을 확인했습니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2024)에서는 창작자 중심 사회로의 전환에서 크리에이터 타운이라는 새로운 동네 경제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2027년 예정인 『동네 도시』가 이 분야의 완결편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동네 공동체를 위협하는 것은 경제적 요인만이 아니었습니다. 두 개의 추가 연구 분야가 필요했습니다.
첫 번째 보조 분야는 라이프스타일 획일성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물질주의, 효율주의, 서열주의를 강조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도시의 다양한 생활방식을 저해합니다. 목표는 다양한 동네 생활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인문학, 생활방식을 제안하다』(2020)는 이 분야의 결과물입니다. 라이프스타일 역사를 탐구하여 동네와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동네 모델을 도출했습니다. 소비 중심이 아닌 창조와 관계 중심의 삶, 사회적 지위가 아닌 정체성을 추구하는 삶의 구체적 모습들을 역사 속에서 발견하고 현재적 적용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두 번째 보조 분야는 거대 기술에 대한 대응이었습니다. 기계, 컴퓨터, AI 등 자동화, 중앙화, 플랫폼 서비스화로 대표되는 거대 기술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었지만, 동시에 인간의 자율성, 창조성, 공동체성을 체계적으로 위협해 왔습니다. 이 연구의 관건은 거대 기술이 동네 중심 삶과 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제3의 응전』(2025)이 이 분야의 답입니다.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힘으로 기술을 동네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미술공예 운동이 산업기술을, 대항문화가 정보 기술을 길들였듯이, 이제 크리에이터 문화가 인공지능을 동네와 공동체 중심으로 길들일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논제입니다.
이 세 방향의 연구가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바로 동네 도시라는 개념입니다. 우리가 선망하는 모든 글로벌 도시도 자세히 보면 서울이 가는 방향과 일치하는 동네가 강한 동시입니다.
경제적으로는 크리에이터 타운과 지역 창작자들이, 문화적으로는 진정성 있는 생활방식이, 기술적으로는 인간 중심적으로 재구성된 인공지능이 만나는 곳. 이것이 제가 설계하고 있는 미래의 동네입니다. 세 분야는 각각 다른 각도에서 같은 목표를 향해 수렴하는 통합적 전략을 구성합니다.
현재 진행률은 약 80%입니다. 『동네 도시』라는 최종 단계가 남아있고, 그것이 이 10년 연구 계획의 완성이 될 것입니다.
10년간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진행한 연구 계획입니다. 개별 저작들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논증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동네 골목을 걸으며 시작한 질문이 어느새 이렇게 10년 작업이 되었습니다.
이 긴 연구 여정에 함께해 주신 독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