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말
이 책의 기원은 도시 연구다. 2014년 『작은 도시 큰 기업』 으로 시작한 나의 도시 연구는 라이프스타일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도시 문화를 주도하는 크리에이터와 비즈니스의 근본 동력이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욕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라이프스타일의 역사를 탐구하면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들은 단순히 자본에 저항한 것이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는 기술과 기술관료사회가 강요하는 획일주의에 맞섰다는 것이었다.
과학과 기술을 사회와 독립된 영역으로 인식해왔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이후 저작들은 이 통찰을 바탕으로 확장해나갔다.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에서는 거대 기술에 저항한 19세기 보헤미안 예술가와 1970년대 히피 기업가를 조명했다.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에서는 미술 공예 운동으로 산업 사회 대량 생산 체제에 대응한 윌리엄 모리스를 현대 크리에이터 경제의 창시자로 재조명했다.
기술에 대한 인류의 대응이 순환 구조를 갖는다는 인식에서 이 책을 구상했다. 세 번의 도전과 응전을 비교 분 석하는 기술문화사를 완성하고자 했다. 연세대 국제학대 학원에서 2021년 가을학기 이후 매 학기 ‘Technology and Culture’ 강의를 개설했고, 2022년 2월부터는 브런치에서 ‘윌리엄 모리스의 후예들’ 매거진을 운영해왔다.
과학기술 분야 입문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2016 년 가을학기 연구년 중 카이스트에서 강의할 기회를 제공해준 과학기술대학원 박범순 교수, 2022~2025년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서비스 디자인 박사 학위 지도에 초대해준 남기영 교수, 2021년 가을학기 Technology and Culture 과목을 함께 강의한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박민아 박사, 2023년 봄학기 Technology and Culture 조교로 기여 한 이하연 박사, 카이스트 출강과 학위 지도를 통해 동료가 된 박성윤 박사와 우은지 박사, 이 책의 초안을 읽고 수정 의견을 주신 한동대 손화철 교수와 카이스트 박주용 교수,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통찰을 공유해준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2025년 9월
모종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