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5일 [제22회 강원연구원 월례 아침포럼] 강연 자료
저는 우리나라 미래를 약간 다르게 보려고 노력합니다.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과 라이프스타일 중에서 라이프스타일이 기술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프스타일 혁신이 계속된다면 강원도, 그러니까 산업화에서 소외된 지역이 우리나라의 탈산업화와 라이프스타일 경제를 주도할 것입니다. 강원도의 미래는 전통적인 시각보다는 제가 연구하는 라이프스타일 산업, 로컬 산업, 골목 산업의 관점에서 보시면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영업은 600~700만 명으로 우리나라 고용의 25% 정도 됩니다. 엄청난 규모의 산업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영업이나 소상공인의 정책, 육성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자영업 담론을 보면 영세, 과잉공급, 총체적 위기를 말하는데 저는 다른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영업은 미래 산업이고 지금 우리나라 자영업 규모도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시장이 아니고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형성된 자연스러운 시장의 결과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영업 산업 내에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핵심은 이것입니다. 골목상권,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부상하는 혁신적인 소상공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이들 이야기를 안 했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라는 단어를 쓰는데, 골목상권이나 온라인에서 자라고 있는 젊은 창업가들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그동안 소상공인, 자영업이란 단어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은 다른 단어를 찾습니다. 아직 보편적으로 자리를 잡진 않았지만 많이 쓰는 단어가 로컬크리에이터입니다.
소상공인이 우리나라 국가 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자꾸 잊는 것 같습니다. 자영업은 국민경제에 의존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지역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큰 변화가 서울에서는 강북의 부활입니다. 강북이 다시 살아났다고 말씀드리면 동의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20년 살다가 1996년에 서울로 돌아왔는데 그때는 오렌지족이 활동한 강남이 트렌드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강남에 갔었는데 지금 현재 상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동네가 좋아졌습니다. 동네가 브랜드가 되니까 제가 사는 동네에서도 굳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아도 전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상권이나 상업시설 차원에서는 서울 강북에 좋은 동네가 많이 생겨 밀레니엄 세대들이 논다는 골목상권 중심으로 동네가 브랜드가 되고 있습니다.
2005년 정도에 언론에서 말하기 시작한 1세대 골목상권이 네 지역입니다. 홍대, 이태원, 삼청동, 가로수길인데 지금 2세대, 3세대로 가면서 서울 전역에 50개 정도의 골목상권이 번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세대 골목상권은 단순히 상권을 넘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시산업 생태계로 발전했습니다. 홍대, 성수 같은 지역은 문화산업이나 골목 산업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서울에서는 강남과의 격차 얘기를 많이 하는데 적어도 강북의 중심지역은 부동산 가격조차도 거의 강남 수준을 따라왔을 정도로 강북의 부활이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정부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게 누구의 공이냐 생각해봤을 때 저는 골목상권을 개척한 소상공인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경제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제주이민이라는 얘기를 하는데 제주도는 거의 서울 수준인 것 같습니다. 관광지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동네 하면 제주도가 1등입니다. 언론에서는 높이 평가하지 않지만 그 정도로 제주가 부상했고 원도심들을 중심으로 지역에 있는 골목상권들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대구, 광주, 전주, 부산뿐만 아니라 춘천도 보이지 않게 골목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골목상권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유형의 지역 산업 차원에서 보면 강원도가 이미 한국을 선도한다고 봅니다. 정부 차원에서 전혀 예상 못했던 산업이 여기저기서 나오는데 대표적인 산업이 제주도의 녹차나 화장품, 강릉의 커피산업, 양양의 서핑 산업입니다. 이런 산업은 정부가 산업단지를 조성해서 유치한 산업이 아닙니다. 정부가 계획하고 육성한 산업이 아니라 소상공인이 밑으로부터 주도한 것입니다. 소상공인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고 의미 있는 고용이나 기업을 창출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지역의 변화를 보면 저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아직 우리가 범국가 차원에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혁신적 소상공인 창업 모델을 개념화를 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실리콘밸리 모델인 기술창업에 집중하는 상황입니다. 창업 기업 유형을 6가지로 나눠 봤는데 우선 타깃 시장에 따라 내셔널-글로벌인 기업과 로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창업기업을 핵심 경쟁력 요소로 분류한다면 기술혁신형, 생활혁신형, 지역혁신형 기업이 있습니다.
(로컬, 내셔널-글로벌)*(기술혁신형, 생활혁신형, 지역혁신형) 이렇게 6가지로 나눠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기업이 실리콘밸리 모델(내셔널-기술혁신형)이 아닌 나머지 5개 분야에서 창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전체 창업 지원 시스템은 실리콘밸리 창업 모델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영역은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않습니다.
생활혁신형과 지역혁신형 기업들은 보통 로컬에서 시작해 단계별로 전국화, 세계화를 합니다. 스타벅스 같은 굴지의 글로벌 기업도 처음에는 로컬에서 시작한 작은 기업이었습니다. 소상공인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커간 것입니다. 우리가 실리콘밸리 모델이 아닌 다른 영역의 창업을 잘 관리해 생활혁신형과 지역혁신형 소상공인 중 우수한 기업을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키우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실리콘밸리 모델은 대학에서 기술창업 인력을 육성해서 벤처캐피털 회사가 이들을 지원해 처음부터 대기업으로 육성하는 유니콘 모델이 주를 이룹니다. 다른 영역, 다른 과정을 통해서 소상공업으로 창업한 뒤에 대기업으로 올라가는 모델에 대한 정책은 부족합니다. 장인대학, 직업학교, 소상공인 인큐베이터 등 소상공인 창업 관련 분야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지역에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활동하고 성공한 사람을 로컬크리에이터라고 합니다. 지역 기반이기 때문에 지역성과 결합된 콘텐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합니다. 조금 복잡하게 들리실 수 있겠지만 메이커라던가 지역의 독립 브랜드, 수제 맥주, 커피, 도시 양조장, 공유 자전거, 코워킹(Co-working) 같은 업종의 사업자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로컬크리에이터 업종과 로컬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는데 미국에 있는 포틀랜드가 로컬 브랜드의 중심지로 부상했습니다. 기술창업, 스타트업만이 기업생태계의 전부가 아니고 인디 비즈니스라고 하는 독립기업, 작은 소상공인 중심으로 생태계를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는 도시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실리콘밸리 모델에만 집중합니다. 당연히 실리콘밸리 모델에 투자해야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실리콘밸리 모델을 성공적으로 수입하거나 제2의 실리콘밸리를 건설한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지역 산업 생태계 고유의 장점을 활용한, 복사하기 어려운 모델인데 아무래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니까 우리가 따라가려고 합니다. 이에 학자들은 조금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더 보편적인 모델은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산업생태계입니다. 오히려 그쪽에 집중해서 우리 고유의 특성에 맞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특히 강원도 같은 지역에서는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드렸지만 로컬크리에이터 영역은 강원도가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잘 도와주고 지원해서 시스템을 만들면 강원도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일단은 스몰 브랜드, 작은 가게로 시작합니다. 수요 부분에 보면 2000년대 이후에 나온 산업입니다. 우리나라같이 대기업 중심적인 경제에서는 대기업 상품을 선택할지 아니면 작은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찾을지 일단 그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골목길 현상에서 나타나듯이 2000년도 중반부터 많은 사람들이 감성, 체험 등을 같이 소비합니다. 이것을 가치소비라고 합니다. 남이 모르는 개성 있는 가게라든가 다양한 상품을 다루는 상권을 선호하기 시작해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이 최근 현상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로컬 브랜드를 가진 사람들의 시장이 생겨났습니다. 이를 체험 경제라는 말로도 씁니다.
우리가 대기업의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청년이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창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많이 늘고 있습니다. 에어비엔비, 레트로 붐, 뉴트로 붐처럼 우리가 자랄 때는 전혀 상품가치가 없던 골목상권이라든가 오래된 골동품처럼 낡은 것들이 상품가치가 생긴 상황이 됐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까 각 지역과 도시가 특색이 없으면 경쟁할 수 없고 특히 관광지에 위치하려면 단순히 문화재의 차원이 아닌 그 지역의 특색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조만간 춘천에도 메이드 인 춘천, 춘천 메이드 같은 편집숍들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관광객이 춘천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 질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춘천 입장에서는 로컬 브랜드를 키우지 않으면 외국인 관광객, 젊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골목상권이 부상하고 로컬 브랜드가 부상하는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더군다나 SNS가 확산되면서 큰 기업이 아니더라도 SNS를 통해서 많은 손님을 유치합니다. 위치기반 서비스가 잘되어 있어 사람들이 지도만 가지고도 좋은 곳을 찾아갑니다. 그래서 작은 기업들이 경쟁력이 더 높아진 것입니다.
복합적인 이유에서 로컬 크레이터가 활동하는 공간이 넓어졌고 여기서 활동하는 기업도 늘어났습니다. 이 산업이 얼마나 중요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는 산업을 저는 골목 산업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일반적으로 문화창조산업에서 활동합니다. 현재 골목 산업, 문화창조산업 사업자 중 몇 %가 로컬 크리에이터 급인지 아니면 그 정도로 창조적·창의적인 베이스 모델을 가졌는지가 학문적으로 관건입니다. 한국 표준산업분류로 보면 골목 산업은 보통 우리가 얘기하는 골목상권 업종들이고, 문화창조산업은 정부가 말하는 대로 콘텐츠, 문화산업 업종입니다.
거의 모든 로컬 크리에이터가 이들 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모태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중요한 산업인 만큼 고용의 약 20%(골목 산업 14.4%, 문화창조산업 5.2%)를 차지합니다. 아시다시피 강원도가 사실은 골목 산업 의존도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습니다. 강원도는 골목 산업이 21%, 문화창조산업이 전국 평균보다 조금 낮아서 2.8%로 강원도에서는 약 24% 정도가 로컬 크리에이터 모태 산업입니다. 우리가 로컬 크리에이터 산업에 투자를 잘하면 강원도 산업의 25%가 고부가가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강원도의 모든 골목 산업, 문화창조산업 사업자가 로컬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지 잠재적인 사이즈를 한 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직은 규모가 작을지 모르지만 잘 키우면 강원도 산업의 25%를 차지할 수 있는 큰 산업인데 체계적인 투자를 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과정이나 성공 비결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년 동안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지원한 70명의 사업자를 인터뷰했습니다. 그리고 골목 산업, 문화산업, 창조산업으로 분류해 봤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 사업체들이, 사업자들이 전국적으로 굉장히 많이 알려진 가게들입니다. 예를 들면, 속초의 문우당, 동아서점 같은 독립서점과 옛날 조선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꾼 칠성조선소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곳입니다. 독립서점, 카페, 복합문화공간, 수제 맥주 브랜드 등 요새 어느 도시든지 이런 가게들이 없으면 관광객을 유치하기 어렵습니다. 수요를 메꿔주는 사업자들입니다. 문화사업을 보면 전통적으로 문화 활동하는 기업들, 창조산업에서 보시면 출판, 영상 등의 사업자들이 합쳐져 골고루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미래 강원도 관광 산업을 견인할 사업자들입니다. 지금 현재는 리조트나 대형 호텔 같은 업종들이 중요하지만 미래에는 도시 상권들이 활성화되면서 각 지역마다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로컬 브랜드 사업자가 많아야 강원도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적인 현상인데 현재 주목받는 젊은 창업자의 배경을 보시면 대개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음악 등의 콘텐츠 분야에서 교육을 받은 분입니다. 앞으로도 여러 번 강조하겠지만 골목 산업을 주도하는 분은 공간 기획자입니다. 옛날에는 골목 산업이라 하면 식당에 가서 요리를 배워서 창업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새 젊은 사람은 가게를 공간이라 부릅니다. 그 정도로 건축 인테리어 등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간으로 기획합니다. 그 결과, 건축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진입해 있습니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인 것 같기도 한데 건축가가 골목 산업에 뛰어든 것은 아주 특이한 현상입니다. 그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세련되고, 참신한 공간을 쥐고 카페를 하든 식당을 하든 인력들을 고용합니다. 일본과는 다른 현상입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장인 중심으로 골목상권이 활성화됐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공간 중심으로 활성화됐습니다. 이러다 보니까 전통적인 소상공인이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훈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격차를 메꿔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도 그렇지만 강원도도 콘텐츠 분야 출신들이 이런 로컬 크리에이터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장기적으로 우리가 소상공인의 미래를 봤을 때 저는 골목상권에서 성공한 사람을 ‘골목 장인’, 온라인 쪽에서 쇼핑몰을 통해 올라오는 사업자들을 ‘디지털 장인’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소상공인 생태계는 이 두 그룹이 주도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정부가 ‘골목 장인’, ‘디지털 장인’ 중심으로 소상공인 생태계를 구축하면 서울의 1세대 골목상권 사례처럼 도심지역이 자연스럽게 도시산업 생태계로 진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가 기술 창업에만 투자하지 말고 ‘골목 장인’, ‘디지털 장인’에도 투자해 소도시, 중소도시, 지방도시, 원도심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골목상권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소상공인이 창업할 때 기댈 수 있는 곳이 골목상권입니다. 지금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은데 골목상권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언론에서는 부정적으로 얘기를 많이 합니다. 2005년쯤 골목상권이 홍대, 삼청동, 가로수길, 이태원 4개로 시작해 현재는 서울에만 최소 50개가 넘습니다. 골목상권은 기본적으로 ‘여행 가는 상권’입니다. 주민만 서비스하는 것이 아니고 20~3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가게들입니다. 그런 가게들이 모여 있어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상권이 골목상권입니다. 골목상권의 반대말은 어떻게 보면 먹자골목입니다. 이런 이유로 골목 업종 가게가 식당만 있으면 관광객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경리단길이 몰락했다고 부정적으로 얘기하는데 그것은 정확한 평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분류에 의하면 경리단길은 이태원의 12개 골목상권 중 하나입니다. 홍대 같은 경우는 홍대 정문 앞이 젠트리피케이션 피해가 크다고 하는데도 마포구 전체를 삼킬 정도로 계속 확장해 왔습니다. 삼청동도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 삼청동에서 시작한 골목상권이 북촌, 서촌, 익선동, 창신동까지 퍼졌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서울의 도심, 종로 주변의 상권을 하나의 상권으로 보면 삼청동에서 시작해서 전역으로 확산되는 과정이고, 남산권도 이태원으로 시작해서 남산을 뱅뱅 돌고 있고, 서부지역도 홍대에서 시작했는데 서부지역 전체로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강남지역이 정체되고 있습니다. 강남은 가로수길에서 시작해 전반적으로 자동차 도시화가 되고 있기 때문에 거리 상권은 오히려 잠실의 송리단길 말고는 새롭게 추가된 상권이 없습니다. 지금은 성수동 주변이 크게 확장하고 있고 예상 못 한 지역에도 골목상권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제가 주목하는 지역은 6호선 지역입니다. 6호선 지역이 연신내에서 태릉으로 가는 노선인데 그 주변으로 새로운 골목상권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고 있지만 강북을 부활시킨 골목상권은 지역발전의 동력입니다. 그곳에 사람과 돈이 모이기 때문에 대기업들도 관심이 많고 글로벌 기업까지 투자하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 개인적으로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춘천도 제가 보기에는 골목상권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서 확산되는 것인지, 자연발생적으로 확산되는 것인지 저도 좀 더 공부를 할 생각이고, 중요한 것은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골목상권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골목상권은 일반적인 상권이 아니라 관광지로 부상한 새로운 상권이므로 업종 자체가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업종들이 모여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전국의 전통적인 상권이 골목상권으로 바뀌는 과정입니다. 약 10년 후면 골목상권이라는 단어를 안 쓸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전국의 모든 상권이 골 목상 권화 되어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게들로 꽉꽉 채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통계를 보더라도 골목상권의 성장률이 제일 높습니다. 제일 낮은 것이 몰링 상권이고 중심상권, 대로변 상권도 성장률이 낮습니다. 요새 홍대의 경우를 보면 뒷골목 가게의 임대료가 대로변이랑 거의 동등해서 대로변 뜀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 정도로 큰 변화인데 이렇게 되다 보니까 상권끼리 경쟁합니다. 옛날에는 내 가게만 잘 잘됐으면 됐지 어떤 상권 전체의 경쟁 내에서 공유하지 않았는데 삼청동이나 경리단길 같은 곳을 보면 내가 아무리 잘해도 상권 전체가 부진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상인회를 결성하고 정부가 상권 단위로 지원해서 상권관리시스템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옛날에 제조업 산업 단지를 조성해서 그 안에 제조업체를 넣은 것처럼 앞으로는 상권이 중요해지니까 상권도 하나의 산업단지처럼 관리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경리단길이나 삼청동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데 그렇게 되면 단지 건물주, 상인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드렸듯이 서울의 중심 상권은 관광자원이기 때문에 관광산업을 계속 지원하기 위해서 상권 관리는 불가피합니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관광할 때 우리처럼 자연경관이나 역사문화재를 굳이 보지 않습니다. 그냥 시내의 조그마한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서 옆에 책방이 하나 있으면 주말 내내 게스트 하우스에서 책만 읽는 이런 모습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에어비엔비가 확산되고 현지 주민체험 같은 여행패턴이 증가하면서 우리도 전반적인 인프라를 트렌드에 맞게 개편해야 합니다. 그 핵심이 바로 도심상권입니다. 그리고 도심 상권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지역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지가 골목상권입니다. 지역문화라든가 지역주민의 삶이 가시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곳을 중심으로 골목상권을 육성해야 합니다.
2012년에서 2017년까지 많은 골목상권이 생겼고 경쟁을 하다 보니까 임대료가 그때 가장 많이 뛰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을 분기점으로 임대료가 조금 낮아지면서 정책의 안정화가 됐는데 그 당시 상권의 활력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 지표가 맛집 수입니다. 이 표는 블루리본이라는 회사에서 서울 시내 맛집 수를 상권별로 집계한 것입니다. 보면 서울 상권이 66개로 15개가 골목 상권이고 51개가 비 골목 지역입니다. 임대료가 계속 오르지만 새로운 골목상권이 계속 진입합니다. 2016년 자료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상권 분류를 넓게 해서 15개밖에 없지만 제 기준에는 골목상권이 50개가 넘는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 압구정동, 삼청동이 젠트리피케이션 피해로 몰락했다고 연일 보도하는데 맛집 통계를 보면 2012~2017년 사이에 맛집 수가 대폭 줄어듭니다. 압구정동도 60개였는데 43개로 줄었고 지금은 아마 더 줄었을 것입니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언론 보도가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상권이 쇠락한 것은 맞습니다.
사실 골목 상권에 관심 있으시면 주목해야 할 지역이 이태원하고 홍대입니다. 여긴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했는데도 불구하고 맛집 수가 늘어납니다. 홍대가 85개에서 143개로 거의 2배가 늘어났는데 새로 진입한 연남, 연희도 홍대권입니다.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망원동, 성산동, 서강동, 신촌동을 추가하면 홍대 맛집은 계속 중가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태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느냐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골목상권은 한 지역에서 시작되어 주변에 확장할 공간이 있으면 계속해서 뻗어 나갑니다.
이태원이 지금 뻗어 나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한남동 방향으로는 순천향병원, 한남5거리로, 북쪽으로는 경리단길로 뛰어넘어 해방촌, 그리고 언덕 넘어서 후암동을 활성화했고, 이제는 후암동을 넘어 회현동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남산 남쪽 지역을 빙빙 돌면서 이태원 권역이 되고 있습니다. 즉, 서울 같은 경우는 기존 상권에서 멀리 떨어진 상권이 부상하기보다는 처음 중심지로 시작된 4개 상권이 확장하는 패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태원이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느냐는 질문에는 한 문장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여기는 경쟁상대가 없습니다. 지금은 미군이 철수해서 많이 약화됐지만 외국인 문화 기반이기 때문에 외국인 2~3만 명을 이주시키기 전에는 이태원 같은 상권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가 없습니다. 여기는 특색과 정체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더라도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홍대가 어떻게 보면 더 무서운 상권입니다. 처음에 남쪽으로 상수동/합정동, 서쪽으로 망원동/상암동, 북쪽으로는 연남동/연희동으로 뻗었는데 이것이 지금 남가좌동으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경의선 숲길이 열리면서 상권이 동쪽에 서강대/효창공원으로 가고 있어 서강대 지역도 드디어 골목상권으로 떴습니다. 마포구 전체를 홍대라고 할 정도고 이제는 서대문구, 은평구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여기가 지역경제의 엄청난 힘인데도 이런 현상에 대해서 아무도 체계적인 연구를 하지 않습니다. 그 부분에서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홍대 상권의 확산 이유는 ‘인디’라고 하는 독립문화의 중심지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에 가면 공동체가 많지만 서울 중심부에는 특정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이태원하고 인디문화의 중심지 홍대가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조금 삐딱한 사람들, 운동권, 시민운동하는 분들, 예술가, 작가가 대부분 여기서 살았습니다. 홍대 인디문화는 주민 문화에 가깝고 홍대 문화 보존을 위해 투쟁하는 분들도 많아서 다른 곳과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렇게 시민운동 성향의 사람이 모여 있는 동네가 또 하나 있습니다. 서촌입니다. 서촌, 홍대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규제를 많이 해가면서 버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동네가 성수동입니다. 소셜 벤처라고 해서 사회적 기업들이 모여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전국 어느 골목상권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지역에 사는 주민이 선호하는 문화를 갖고 있어야지만 다른 상권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있습니다.
몰락한 상권이 몰락한 이유는 특색이 약한데 있습니다. 임대료가 올랐어도 다른 곳은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고 어떤 곳은 몰락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삼청동, 압구정동, 가로수길 이 세 지역은 특색이 없습니다. 그냥 좋고 비싼 가게만 있었지 다른 데서 얻을 수 없는 자원이나 장점이 없었기 때문에 옆 동네에 비슷한 가게가 생기면 손님을 뺏깁니다.
그래서 삼청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복원하려면 그 지역만의 특색을 살려야 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장인대학 중심으로 지역 고유의 골목 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그러기 전에는 서울의 그 많은 상권이 각자의 개성을 유지해 가면서 공존하고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춘천도 춘천 전체의 특색도 중요하지만 춘천 각 동네의 특색을 살리는 방법을 같이 고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골목상권이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아무도 연구를 안 해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답답한 마음에 2년 전 '골목길 자본론'을 썼는데 주로 서울 골목상권 역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서울 골목상권 역사를 보면 건축이나 예술하시는 분들은 건축가나 예술인의 기여를 많이 강조하시는데 저는 소상공인이 개척한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각 골목상권의 역사를 보면 항상 첫 가게가 있습니다. 일단 첫 가게가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임대료가 싼 지역에 진입해서 장사가 잘되니까 다른 가게들이 따라 들어가 상권이 형성됩니다. 공통적으로 모든 상권이 그렇게 시작했고 2단계에 접근성, 공간 디자인, 정체성을 개선하면서 제가 말한 성공하는 장인 공동체, 골목상권으로 발전합니다.
이 성장과정에서 공간이 특색인데 지금까지는 쉽게 성장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원도심 골목상권이 이렇게 발전한 이유는 건축자원 때문입니다. 정부는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북촌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홍대를 마케팅‧브랜드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옥마을이 먼저 떴고 2005년 정도에 아까 말한 4개 지역이 뜨는데 70년대 단독주택 지역들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단독주택에 굉장히 매력을 느낍니다. 춘천도 이 기준대로 70년대 단독주택 지역, 옥천동 같은 곳이 잠재력이 있고 이미 구촌 중심으로 골목상권이 형성되어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이 판잣집, 벽화마을, 심지어 일부 달동네 지역까지 골목상권으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군산, 인천 등에서 일본식 근대 건축물로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으며 가장 최근 트렌드는 공장입니다. 굉장히 역설적인데 아파트가 아니면 다 뜰 수 있는 상황입니다.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아파트가 아닌 지역을 보면 뭔가 새로운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도시자원을 많이 파괴했지만 지금은 지역 중심으로 새로운 레트로 붐, 뉴트로 붐으로 오래된 지역이 살아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건축자원만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버틸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먼저, 골목상권의 성공요인 6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문화자원(Culture), 임대료(Rent),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접근성(Access), 공간 디자인(Design), 정체성(Identity)으로 세부 조건을 보면 16개가 됩니다. 이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례를 모은 책이 골목길 자본론인데 이렇게 보면 쉽지 않습니다. 단순히 건축적인 특징이 있고 다운타운에 있다고 자연스럽게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골목상권을 조성하고 성공한 경우는 별로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 살고 계신 지역의 현재 상황을 평가하여 이 6가지 조건의 체크리스트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역 지역을 응용하면 서울역의 정체성은 중앙역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중앙역 주변이 어떤 산업이 형성되어 있나 보면 서울역의 미래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관광, 지역발전, 유통, 컨벤션 등 중앙역은 전 세계 공통적으로 비슷한 산업들이 들어갑니다.
우리나라 소상공인들이 오프라인의 기회를 개척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글로벌 대기업이 지금 오프라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이나 편의점 등을 인수해서 진출하고 있고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지역화를 강화합니다. 지역화 모델을 다양하게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 먼저 스타벅스입니다. 도시재생 걱정을 많이 하는데 사실 스타벅스 하나 들어오면 그 동네가 엄청나게 덕을 봅니다. 제가 지자체 장이면 낙후 지역에 스타벅스를 유치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미 잘되는 상권에만 들어오기 때문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가게 하나의 힘이 그 정도로 큽니다.
스타벅스가 1999년에 서울에 들어와 인사동에 간판을 한글로 써서 뉴스가 되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어딜 가나 똑같은 매장 디자인과 상품을 팔지만, 최근에 들어와서 동네마다 특색을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조금 더딘 편이고 일본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콘셉트 스토어 15개가 일본 전역에 있습니다. 스타벅스 콘셉트 스토어를 찾아다니는 여행자가 생길 정도로 관광지로서 인기를 끌고 있고 대표적인 지점이 교토 매장입니다. 일단 그 지역에서 문화재 가치가 있는 건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오프라인에서도 플랫폼이 됩니다.
플랫폼이 되려면 그 지역 중심지가 되어야 하는데 가장 빠른 방법이 그 지역 문화재 건물을 매입하거나 그 안으로 입점하는 것입니다. 스타벅스가 그 지역에서 건축적으로 중요한 건물에 들어가고, 인테리어를 전통 찻집처럼 해놓고, 전통재료로 만든 새로운 상품도 팝니다.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오던 20년 전, 아니 10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대기업이 동네 가게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오프라인이 전반적인 동네 중심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새 호텔들도 커뮤니티 호텔이 되려고 합니다. 현지인처럼 살고 싶으면 에어비엔비로 가라고 하니까 호텔들이 손님을 뺏깁니다. 그래서 호텔이 자신들도 현지체험을 제공한다고 만든 것이 커뮤니티 호텔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커뮤니티 호텔을 개발한 대표적인 기업이 에이스호텔입니다. 스타벅스는 한 골목을 살리고 에이스 호텔은 한 동네를 살릴 정도로 굉장히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여기도 그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유서 깊은 건물에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YMCA 건물에 들어가서 겉은 하나도 고치지 않고 내부만 수리하여 처음부터 동네 사랑방이 되겠다고 선포를 합니다. 여행자들이 주로 주민들과 교류하니까 라운지에 지역주민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기념품, 매장, 식당,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인 등 전부 로컬에서 구합니다. 그래서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이 가게는 호텔 설립할 계획을 세운 시점부터 오픈할 때까지 5년 정도 시간을 투자해 처음부터 그 동네의 사랑방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모델이 지금 한국에도 많이 들어와 젊은 사람이 각 지역에서 커뮤니티 호텔을 창업하겠다고 합니다. 동네를 파는 개념입니다. 일본에는 손님이 왔을 때 그 지역의 빈방을 주고, 음식은 지역 특산물로 준비하고, 자전거가 필요하다 하면 동네 자전거 가게를 소개해 주는 등 동네 전체를 호텔로 만드는 모델이 있는데 이 모델과 비슷합니다. 결국에는 우리가 동네(동네 문화)를 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요새 젊은 사람이 많이 창업하는 것이 로컬 편집샵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전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메이드 인 시드니, 포틀랜드 등 동네 상품들을 모아놓는데 전통적인 특산물이 아닌 디자인 상품, 음식, 그 동네에서만 살 수 있는 의식주, 가구, 소품 등을 모아 놓은 가게들이 많습니다. D&D는 그 지역의 50년 이상 된 브랜드만 모아 놓은 편집샵으로 일본에서 굉장히 활성화되어 47개의 도도부현에 하나씩 있습니다. 반은 그 지역에서 온 것이고 반은 일본 전역에서 온 것인데 한국 한남동에도 들어왔습니다.
한국에서 50년 이상 된 생활용품 반, 일본에서 반을 꺼내 갖다 놨는데 가보면 깜짝 놀랍니다. 우리나라에 50년 된 브랜드로 모나미 만년필이 있는데 국산 만년필이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연세대에서 일하면서 외부 손님이 오면 독일 라미 펜에 연세 마크를 찍어 선물했는데 그걸 굉장히 창피하게 생각했었습니다. 한국은 만년필도 못 만드는 줄 알았는데 했는데 만년필 회사가 있었습니다.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70년대 대기업으로 만년필을 300만 개 팔았고 광고 모델이 정윤희였던 부산 기업인 아피스 만년필이 D&D에 있습니다. 제가 사서 써봤더니 세계적인 만년필에 뒤처지지 않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여기에 영감을 받아 전국에 참기름을 수집, 편집해서 파는 곳이 연남방앗간입니다. 자기들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매장에 놓고 파는 것을 편집한다고 합니다. 명란젓 편집샵, 참기름 편집샵, 이런 식으로 로컬 상품을 모아 놓습니다.
오프라인의 플랫폼이 온라인 플랫폼과 비슷한 개념으로 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모여 교육받고 새로운 가게를 창출합니다. 그 정도로 민간 기업이 오프라인에서 플랫폼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강조해 드리고 싶은 것은 오프라인이 그렇게 만만한 곳도 아니고 아직 기회가 많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대기업이 추구하는 모델을 ‘로컬 앵커스토어’라고 하는데 베이스 모델 자체가 혁신적이고 수익성이 있으며 지역에 대해서 다르게 접근합니다. 지역을 무시하고 세계적인, 전국 단위의 표준화된 모델을 선호했었는데 요새는 전부 지역화합니다. 지역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그 지역의 문화재를 구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건 아주 쉬운 방법이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지역에 어울리는 건축, 가게, 상품,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 지역의 사랑방이 되겠다는 것은 그곳의 플랫폼이 되어서 충성 고객층을 구축하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새 골목상권을 보면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업종들이 전부 중심 업종이 됐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커뮤니티 얘기를 많이 합니다. 우리처럼 전통적인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개인의 편리에 따라서 그때그때 만들었다가 해체하는 느슨한 연대라고 합니다. 극도로 개인주의적으로 가지만 또 필요에 따라서 커뮤니티를 많이 만드는 모습이 어쩌면 도시의 미래이고 미래세대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비즈니스에 맞게끔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문화성인데 아까 말씀드린 문화 소비자, 감성 소비자가 많이 늘면서 문화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 동네의 중심 가게가 될 수 없습니다. 이 3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기업을 로컬 앵커스토어라고 합니다. 글로벌 대기업이 로컬 앵커스토어가 되겠다고 밀려오니까 전국 골목상권의 젊은 창업자가 다양한 모델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애플스토어, 츠타야 서점은 복합문화공간에 해당하고 표를 보시면 커피 전문점이 안 들어가는 매장이 거의 없습니다. 어떤 매장이든 커피 전문점과 서점을 들여놓고, 공연장을 만드는 것이 전반적인 트렌드입니다. 요즘 전국의 모든 교회가 카페를 열고 화랑을 엽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것이 다 골목상권에서 얻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제 책을 학교, 병원, 교회에서 더 많이 읽습니다. 골목상권에 사람과 돈이 모이는 비결이 쓰여 있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의 모든 사업자가 똑같은 것을 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과 돈을 모으기 위해 골목상권의 분위기를 재현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계속 커피 전문점이 들어가고 서점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복합문화공간, 로컬 콘텐츠, 공간 자체를 도시형 쇼핑센터로 디자인하는 등 골목상권을 새로 만듭니다. 또는 커뮤니티 중심, 충성고객 중심이나 골목길 전체를 공간 다자 인하여 쇼핑센터를 만들어서 기존의 골목길에 가게를 여러 개 엽니다. 이처럼 로컬 플랫폼을 띄우는 사업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저는 이런 독립 사업자들도, 기업들도 공통적으로 로컬 앵커스토어 모델을 추구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동안은 공간으로 쉽게 장사를 했지만 문제는 미래 도전입니다.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아파트가 아닌 공간에 매력을 느껴 한옥이나 70년대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여 지금까지 왔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앞으로는 콘텐츠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로컬 전성시대'는 서울지역의 로컬 창업가 사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 분야에 정부 연구기관은 관심을 보이지 않으나 청년 창업자들이 독립출판사 중심으로 자신들의 얘기를 쓴 책이 수십 권이 있습니다. 최근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 이름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줄여서 ‘죽.떡’이라는 책이 있는데 독립출판, 개인 출판한 책이 50만 권이 팔렸습니다. 정신병원에 다니던 환자인 작가가 본인이 의사와 대화한 내용을 기록한 책입니다. 그런 책이 50만 권이 팔릴 정도니까 우리가 모르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산업은 다들 알고 계십니다. 때문에 로컬 크리에이터 산업의 위력에 대해서도 작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오프라인에서도 많은 기회가 있고 젊은 층들이 여기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로컬 콘텐츠’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인풋(Input)의 문제인데 우리 특색을 살리는 방법이 뭐냐는 것입니다. 당연히 공식은 없고 정답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로컬 자원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자연환경, 역사문화, 지리 장소, 공동체까지 전부 우리가 어떻게든 연결해서 나만의, 아니면 우리 지역만의 콘텐츠를 만들면 됩니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콘텐츠를 어떤 전통적 개념인 영상이나 오디오라 하지 않고 식당, 음식도 콘텐츠라 하고 가게도 공간이라 하고 모든 것을 콘텐츠라고 합니다. 예술성이 가미됐다는 의미에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된다고 합니다. 강원도 인터뷰를 보면 로컬 크리에이터는 기본적으로 자신들을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과거랑 큰 차이입니다. 콘텐츠를 다양한 의미로 사용하여 문화기획, 커뮤니티 기획, 공간 기획, 이런 식으로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 골목상권에서 큰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기업과의 관계입니다.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로컬 브랜드가 필요합니다. 제주 탑동 이마트에 가면 제주 특산품뿐만 아니라 제주 로컬 브랜드를 많이 갖다 놓습니다. 제주도가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이마트 입장에서는 관광객들이 제주도에서 살 것이 뭐가 있냐고 물어보면 이런 것이 있다고 소개해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로컬 브랜드를 찾아 우유, 두부, 치즈 같은 것뿐만 아니라 로컬 디자인 상품도 같이 판매합니다. 특히 관광지 같은 경우에 대기업이 로컬 맛집을 유치하는 것을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백화점들이 항상 어디서 백화점을 열던 로컬 맛집을 유치하는데 그 현상이 수제 맥주, 전통주, 디자인 상품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대기업, 소상공인 상생은 이런 것입니다. 대기업이 플랫폼 역할을 하고 로컬 브랜드는 자신의 브랜드를 유지해 가면서 대기업에 협조하는 것입니다. 충분히 시장이 커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경쟁력이 높은 로컬 브랜드를 많이 키워야 합니다.
골목상권은 이러한 업종이 있어야 합니다. 독립서점, 게스트하우스, 음식은 파스타, 브런치나 커피 전문점, 갤러리, 사진관, 공예공방 등 보통 우리가 삼청동이나 홍대 가면 만날 수 있는 그런 업종들입니다. 육림고개도 대부분 이런 쪽이라 골목상권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세대가 가는 먹자골목은 이런 업종들이 아닙니다.
2세대로 가면 주력 업종이 코워킹, 살롱, 로컬 미디어, 로컬 편집숍, 커뮤니티 이러한 업종입니다. 이 업종을 국가에서 창조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골목 산업은 창조산업, 문화산업과 연결되어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창조산업, 문화산업 인재들이 골목 지역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그렇다면 골목 산업 자체가 창조 산업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창조문화산업을 신도시에 육성할 것이 아니라 골목 지역에 키워야 합니다. 일단 골목 산업을 육성하고 거기에 문화산업, 창조산업을 얹는 것이 제가 보기에는 올바른 문화창조산업 육성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골목상권 기반으로 도시산업 생태계로 성장한 사례가 어디냐면 홍대가 그렇고 성수, 이태원도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대가 주변 언론에서는 홍보를 안 하지만 지금 끊임없이 새롭고 혁신적인 기업을 계속 배출하고 있습니다. 홍대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홍대다운 기업들입니다. YG는 자기가 인디음악가를 키우는 홍대 기업이라고 홍보를 합니다. ‘스타일난다’ 같은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우리나라 패션 화장품 기업들도 대개 홍대에서 많이 나옵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해야 하냐면 춘천은 원도심 중심으로 춘천다운 기업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면 도시 생태계가 됩니다. 과거 제조업 시대처럼 외곽에 산업단지를 만들어 공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서비스산업, 창조산업이 부상하니까 원도심만의 생태계가 구성된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우리나라 사례부터 깊이 연구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실리콘밸리 모델만 따라 하려 합니다. 균형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스타일난다’도 로레알(L'Oreal)이 6천억 원에 인수하기 전까지는 주요 언론에서 무시하던 회사입니다.
서울의 문화창조산업, 골목 산업이 강남, 여의도, 중구, 종로구 등 비즈니스 중심지, 그리고 정부가 디지털 단지로 조성한 가산, 구로에 모여 있습니다. 그 외에 정부가 조성한 산업단지+전통적인 비즈니스 중심지가 아닌 지역에 문화창조산업이 모여 있는 유일한 지역이 서교동, 홍대입니다. 홍대가 우리나라에서 골목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창조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산업 생태계로 발전했습니다. 통계를 보더라도 상위권이지만 도심지역이 아니고 정부가 조성한 산업단지가 아닌 곳은 서교동 말고는 산업단지로 부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정도로 저는 홍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스탠퍼드 대학을 나왔는데 실리콘밸리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판교 같은 곳입니다. 신도시 지역이고 원도심인 샌프란시스코에서 1시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제가 30년 전에 여기서 학교 다닐 때 천국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20년 전부터 젊은 사람들이 전부 실리콘밸리를 버리고 도심으로 갑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젊은 사람들이 전부 골목상권에서 살고 일하고 즐기기를 원하니까 외곽 신도시를 버리고 도심지역인 홍대로 가는 것입니다. 강북에서 강남을 따라온 지역이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인데 언론에서는 강남이 가까워서 그렇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그 얘기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그 세 지역이 서울을 대표하는 골목 상권을 보유한 지역입니다. 마포의 홍대, 용산의 이태원, 성동의 성수동입니다.
골목 상권이 들어가면 그 동네가 브랜드화됩니다. 그래서 이런 지역에 가면 가게 이름을 전부 자기 동네 이름을 따서 짓습니다. 자기 동네의 대한 자부심이 상호에 다 나타납니다. 그렇게 브랜드가 되어서 젊은 사람들이 모이면 기업이 모이고 동네 자체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골목상권이 무척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유가 아파트 가격만 비교해 봐도 많이 올랐다고 할 정도로 골목상권이 파괴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고 미국, 일본, 유럽도 젊은 사람이 전부 도심으로 가서 살려합니다. 그래서 현재 도시재생을 하려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에 맞습니다.
그러면 홍대가 이렇게 자라고 있는데 정부가 한 일이 무엇인지 조사해 봤습니다. 골목상권의 성공 조건 6개가 있고 옆에는 정부가 그동안 벌려온 사업리스트입니다. 정부도 잘되라고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소상공인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한다고 해서 모든 지역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한 가장 중요한 일은 지하철을 통한 접근성 개선입니다. 홍대 자체로는 2호선이 개통된 것이 하나의 사건이고, 2000년에 6호선이 개통되면서 망원역, 합정역, 상수역으로 확산됐고, 2010년에 인천공항철도가 개통돼 중국인 관광객 접근이 쉬워졌으며, 2016년에 경의선 숲길이 열리면서 동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골목상권 활성화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기존 상권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사업은 효과가 얼마나 큰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아무것도 안 했다고 얘기하는 것도 저는 또 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결론 말씀드리겠습니다. 결국에는 상권이 이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옛날에는 상권이 생계를 위한 부수적, 부차적인 산업이었는데 관광산업이 부상하고 문화창조산업이 중요해지니까 우리는 상권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현재는 아무런 시스템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산업단지는 국가산업단지법이 있고 여러 가지 법적 절차를 따라 산업단지를 조성했는데 상권에 대해서는 정부가 그냥 방치했다가 서서히 상권관리시스템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주로 청년창업몰, 공공임대상가를 운영해 상권을 조직하려고 합니다. 저는 그것보다는 장인대학 중심으로 상권을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장인대학 설립, 장인기획사 육성, 도시형 관광단지 지정, 지역기반 산업생태계 구축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권의 전체적인 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기존 사업자로부터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백종원 대표도 '백종원의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런 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1세대 골목가게 리모델링 모델입니다. 1999년 모델인 <신동엽의 신장개업>은 하나의 가게를 리모델링했는데 지금은 여러 가게를 하고 있고 전문 업체,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강원도도 민간 협력 사업으로 로컬 크리에이터 아카데미를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으며 제주도와 군산도 그런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결국, 장소 기반 산업이기 때문에 장소가 중요합니다. 자신이 창업할 장소를 알아야 그다음부터 로컬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간을 기획하고 커뮤니티와 협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디서 창업할지도 모르는데 창업 교육을 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듯이 공간이 중요하니까 장소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하더라도 내가 창업할 지역이 어딘지 알아야 합니다. 제가 정부한테 건의하는 것은 창업자를 한 지역에 모아놓고 그 지역에서 창업할 사람을 모아서 훈련을 해야 제대로 된 장소 기반, 지역기반 창업자를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소를 알면 무궁무진한 지역자원을 연결할 수 있는데 창업할 장소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장소 기반 창업 (공간기획, 커뮤니티 기획, 콘텐츠 개발)이 별로 실효성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창업 시스템을 보면 원천 기술은 대학에서 맡고 있고 창업 지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나 벤처 기업들이 하고 있는데 중간 단계가 부실합니다. 장소 기반 창업, 공간 커뮤니티, 콘텐츠 기획을 교육하는 기관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말하는 장인대학은 한 지역에서 창업할 사람들을 모아 훈련하고 공간기획, 커뮤니티 기획, 콘텐츠 기획을 교과과정으로 교육하는 것입니다. 장소 기반 창업을 성공할 수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많이 육성하는 것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강원도가 많은 콘텐츠나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간기획은 건축가들이 주도했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분들을 따라다니면서 방법 좀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분들은 자기들이 예술가이기 때문에 감으로 안다고 말합니다. 여기는 창의적인 사람들을 모아 놓으면 스스로 의미 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서로 돕는 커뮤니티만 만들면 됐지 정부가 일일이 계획해서 전통적인 산업 육성하듯 하는 분야가 아니라는 답을 들어서 약간 허무하기는 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수백 가지가 있습니다. 정부는 주로 규제와 보호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보시면 혁신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방법이 많이 있습니다. 상권관리시스템은 현재 정부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상권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고 저는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을 위해서 상권을 관리하자고 주장합니다.
Q.
지금 엄청난 업종 같은 것이 주로 20-30대 SNS를 겨냥한 골목상권이나 개발된 도시에 대해서 많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100세 시대가 되면서 60대 이상의 인구들도 굉장히 많아졌고 즐길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들을 겨냥한 업종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많이 다녀 보시면서 50-60대 인구들이 개발한 업종이 과연 어떤 것이 있으며 또 그로 인해 성공한 도시나 골목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A.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해주셨는데 저도 거의 60대에 접어들기도 했지만 강의하면서 골목상권이 20-30대 여성 취향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고 골목상권을 보면 주로 여성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일단 40-60대 취향이 젊은 세대 취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과장하면 안 되겠지만 이 업종을 가만히 보시면 결국에는 친환경적이며, 사회적 윤리를 강조하고, 로컬 푸드를 강조하는, 우리 미래가 가야 할 길을 먼저 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가 그렇게 가고 있으므로 기성세대가 좀 더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라 UN의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지속가능 발전목표)를 보면 결국에는 우리가 골목상권에서 잘되는 업종 중심으로 사는 것이 인류가 지향해야 할 일입니다. 친환경적이고, 커뮤니티 중시하고, 우리가 산업화 관련해서 무시했던 가치를 다시 복원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세대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60대 이상을 겨냥한 업종의 경우, 츠타야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츠타야 서점이 있습니다. 츠타야의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이 말하길 츠타야 서점 자체가 단카이 세대(1947 ~ 1951년생)를 겨냥한 모델이라고 말합니다. 일본에서는 그분들이 일본 생활의 패션화를 주도하기 때문에 굉장히 존경을 받는다고 합니다. 일본은 단카이 세대를 유치해야만 젊은이들이 올 정도로 우리나라와 완전히 거꾸로입니다. 기성세대는 사는 것이 바빠서 여기까지 왔지만 기본적으로 삶의 질에 대해 우리가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기성 취향 자체가 글로벌 트렌드와는 맞지 않습니다.
제가 일본 도쿄 스가모 거리라는 장년층을 위한 상권에 가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소위 말하는 힙스터 동네가 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장년층을 위한 상권이 존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까지 함께 섞이는 상권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 장년층의 취향 자체가 바뀌어야 합니다.
Q.
저는 춘천에서 낙후되고 낙후화되고 있는 효자동이라는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말씀해 주신 이런 도시가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시작이 어떻게 되어야 할지가 참 궁금합니다. 저는 오래된 도심 동네에 살면서 느꼈는데 대부분의 지역이 말씀하신 도시재생을 일으킬 만한 자생적인 원동력이 없는 곳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골목상권을 만들기 위해 외부로부터 자본이나 인력을 들여와 시작이 된다면, 아까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신 정체성이 쉽게 형성이 안 되고 또 끌려다니다 결국에는 젠트리피케이션까지도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도시 자생적인 도시재생 모델을 혹시 보신 적이 있으신지 아니면 이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A.
한국 상황이 조금 예외적인데 해외에는 대부분이 자생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례는 거의 다 서울 이주민들이나 외지인들이 개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춘천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금 우려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현지인과 외지인 사이 갈등의 소지도 있는데 현지인들이 생각을 고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제주도 주민들은 제주도가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녀들을 제주도에 창업시키는 부모들이 거의 없습니다. 한 군데에 모아 학원을 보내고 서울의 좋은 대학을 보내서 대기업에 취업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주도에서 기회를 찾는 사람들은 다 서울이나 외지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주민들이 전부 서울로 가려고 하니까 관광인력도 전부 수입해야 합니다. 저는 이 현상이 전국적인 현상이라 생각하고 춘천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외지인들이 보기에 춘천은 기회의 땅인데 정작 주민들은 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녀들을 서울로 보내려고만 합니다.
연희동의 주민 문화가 비슷하게 자생적이라면 자생적인데 '사러가 쇼핑센터'를 중심으로 형성됐습니다. '사러가 쇼핑센터'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백화점을 이기는 고급 슈퍼마켓입니다. 이런 가게가 연희동에서만 운영됩니다. 고객의 거의 100%가 연희동 주민입니다. 1년 매출 300억 원이 어떻게 가능한가 했더니 연희동 인구가 3만 명이고 연희동 소득이 조금 높아서 5천만 원이니까 1조 5천억 경제인 것입니다. 우리가 소득의 10%를 식료품에 쓴다고 합니다. 그러면 1,500억 원 시장인데 사러가 쇼핑센터가 그중 20%를 가지고 옵니다. 우리가 자랄 때는 무조건 공부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 가서 교수하라고 하는데 저도 후회는 전혀 안 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기회에 대해서 전혀 교육을 안 시키고 계속 자기 동네가 작다고 합니다. 연희동 같은 경우, 3만 명이면 1조 5천억 경제인데 그러면 내가 여기서 무슨 비즈니스 모델로 몇 퍼센트를 차지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술만 갖고 창업하려는 분위기로 가는 것도 안타깝기 때문에 우리가 로컬에서 충분한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외부 사람들은 그 지역 특색을 찾고 로컬을 찾고, 젊은이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상공인 업종을 선호합니다. 제가 기업 사례를 많이 안 썼는데 대전의 성심당, 부산의 삼진어묵, 서울의 어반플레이 등 '작은 회사'라 볼 수 있는 그곳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일하고 싶어 합니다. 그 정도로 로컬 기업이 브랜드가 되면 충분히 의미 있고 지역 경제 발전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엉뚱한 얘기를 드렸는데, 결국에 자생적으로 발전이 안 되는 이유는 전반적으로 주민 분들이 로컬에 투자를 하지 않고 외지인들이 와서 장사하는 것이 보편적인 패턴이 되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