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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Sep 06. 2020

미래의 키워드, 책문화 도시

1.

우리의 과제는 책문화의 활성화입니다. 책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수요입니다. 전자책 보편화, 도서관 시설의 확충, 번역물의 증가 등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사람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이 유독 심각한 것 같습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요? 교육 개혁을 통해 성장 과정에서 책 읽는 습관을 기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오늘 다른 대안을 제안합니다. 작가, 서점, 독자가 모이는 책문화 도시의 조성입니다. 책문화와 도시문화를 융합하는 일입니다.


2.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각 도시에 책문화 지구를 조성해야 합니다. 일차적으로는 한 곳을, 장기적으로는 도시 생활권(동네)을 책문화 지구로 만드는 일을 제안합니다.


다행히 한국에서 책문화 지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책문화 지역으로 가장 유망한 지역이 골목상권인데, 골목상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역과 책의 문제, 저는 골목상권, 골목상권에서 활동하는 독립서점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책문화로 가장 앞선 도시라고 말할 수 있는 뉴욕을 보시죠. 뉴욕은 생산, 소비, 유통 모든 분야에서 출판시장을 선도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시 전체가 책문화 도시입니다.


하지만 뉴욕 안에서도 책문화 지구가 있습니다. 작가, 서점, 독자가 집적된 지구를 말합니다. 뉴욕의 전통적인 책문화 지구는 뉴욕대학 주변에 형성된 보헤미안 지역인 그리니치 빌리지입니다. 뉴욕의 지식인과 작가들이 모여 사는 동네입니다.


1930년대 유럽에서 망명한 지식인을 중심으로 자유주의, 사회주의, 아나키즘, 페미니즘, 동성애 주의 등 20세기를 지배한 중요한 사상을 탄생시킨 곳이라고 말합니다. 그곳에 스트랜드, 맥널리 잭슨 등 세계적인 독립서점이 위치한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뉴욕의 책문화 지구는 뉴욕이 확장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확장합니다. 현재 맨해튼을 대표하는 예술가, 작가의 도시는 이스트 빌리지입니다.


4.

최근 새로운 지역이 ‘작가의 도시’로 부상했습니다. 뉴욕의 독립서점, 독립출판의 중심지 브루클린입니다.


뉴욕 언론은 여행자에게 조언한다. 미국 현대 문학의 거장을 거리에서 만나고 싶다면 브루클린 독립서점 여행을 떠나라고.


브루클린 문학계의 구심점은 단연 독립서점입니다. 2014년 '브루클린 매거진'에서 20개 이상 주요 서점이 소개될 정도로 지역 전역에 퍼져 있습니다.


독립서점들은 지역 작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브루클린 북 페스티벌 기간에는 저명 작가를 초대해 독서회와 저자 사인회를 엽니다. 평상시에도 거의 매일 독서회를 열고 커뮤니티 행사를 통해 브루클린 작가들의 작품을 홍보하고 판매합니다.


독립서점은 지역 독자와 작가가 만나고 대화하는 일종의 사랑방입니다. 독자들은 독립서점에서 인터넷 쇼핑이 제공하지 못하는 문화와 가치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은 작가에게 중요합니다. 그들의 경험과 스토리가 작품의 소재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5.

한국에서도 홍대 지역을 중심으로 독립서점과 독립출판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독립서점과 같이, 동네 거점으로서 주민에게 특별한 책을 소개하고, 동네에서 구하기 어려운 문구류나 아트상품을 판매합니다.


과연 홍대가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독립서점과 독립 출판사가 영업하는 장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파주 출판문화도시도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작가와 독자가 빠진 출판사만 모여 있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브루클린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작가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 구축이 필요합니다. 주민들이 책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고 독서를 즐기며,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통해 글을 쓰는 작가들이 많은 지역 문학 공동체가 작가의 도시 브루클린을 만들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6.

책문화 지구가 한 곳만 필요할까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더 많은 책문화 지구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중심지가 아니어도 책문화 지역이 가능합니다.


시작은 독립서점입니다. 그냥 독립서점이 아니고, 동네를 바꾸는 독립서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토 이치조지의 게이분샤입니다. 서점뿐만 아니라 갤러리, 팝업 스토어, 동네 축제를 운영해 동네를 핫플레이스 탈바꿈했습니다.


한국에도 그런 서점이 늘어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카페, 독립서점을 미술관 등 기존의 문화 자원과 연결해 통영 봉평동의 작은 골목을 여행자가 찾는 관광 명소로 만든 독립 출판사 '남해의 봄날'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역 관점에서 독립서점은 지역 문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골목상권에서 독립서점의 일차적 기능은 동네 여행 가이드입니다. 단적으로 동네에서 동네 지도를 자발적으로 만드는 업소가 어디인지를 질문하면 됩니다. 어느 동네에서나 그곳이 독립서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립서점은 또한 지역 콘텐츠를 모으는 것부터 시작해 독서모임, 북 토크, 책 만들기 수업 등 다양한 행사로 지역의 책문화를 활성화합니다.


독립서점 정책에서도 지역발전 기여를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의 논란이 되는 도서정가제도 지역발전정책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지역문화 공공재를 생산하는 독립서점을 지원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독립서점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정책이 도서정가제입니다.


7.

독립서점이 성공할 수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한국에서는 밀레니얼이 여행 가듯이 찾는 골목상권에서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립서점은 이미 베이커리, 커피전문점, 게스트하우스와 더불어 골목상권이 갖춰야 할 필수 업종 4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독립서점 없이는 골목상권을 조성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 성격의 2세대 업종에서도 서점은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복합문화공간, 라운지, 코워킹, 편집숍 등 서점이나 책 판매대가 들어가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8.

골목상권에서 독립상점이 수행하는 역할은 앵커스토어입니다. 골목상권이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앵커스토어가 필요한데 독립서점은 그중의 하나입니다.


현재 골목상권에는 다양한 업종의 가게가 앵커스토어 기능을 담당합니다. 독립서점은 독립적으로, 또는 다른 업종의 가게와 협업해 골목상권 문화를 창출합니다.


9.

앵커스토어의 개념을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앵커스토어란 혁신성, 지역성, 문화성을 기반으로 유동인구, 시설, 구심점, 정체성 등 상권 공공재를 제공하는 상업시설입니다.


10.

독립서점이 앵커스토어가 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나의 브랜드와 나의 동네를 일치시켜야 합니다.


11.

이제부터 골목상권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책문화 도시를 원한다면 일차적으로 골목상권을 함께 조성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골목상권 없는 책문화 도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2-29 중략 - 골목상권에 대한 기존 강연 참조]


30.

정리합니다.


책문화는 도시문화입니다. 책문화와 도시문화를 융합해야 합니다.


책문화 도시 건설의 핵심 기재는 골목상권과 독립서점입니다. 독립서점 중심으로 골목상권을 조성하고, 그 골목상권을 서점, 작가, 독자가 모이는 책문화 지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역과 책의 문제, 골목상권과 그곳에서 활동하는 독립서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도서정가제가_사라지면_동네책방도_사라집니다


*2020 대한민국 독서대전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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