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스티브 잡스의 유년 시절에 대한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제3의 응전의 기원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글이다.
잡스는 양아버지 폴 잡스와 함께 차고에서 목공을 배우며 성장했다. 그는 단순히 나무를 다루는 기술을 익힌 게 아니었다. 복잡한 도구를 직접 다룰 수 있다는 감각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완벽하게 완성해야 한다는 태도를 배웠다.
이 일화는 흔히 잡스의 완벽주의나 디자인 감각의 기원으로 설명되지만, 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애플의 혁신은 단순히 디자인을 넘어, 기술을 개인의 도구로 만들려는 메이커 전통의 직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애플의 기술 철학을 이해하는 통상적인 설명은 조나단 아이브의 바우하우스 미학, 잡스가 리드 칼리지에서 배운 캘리그래피, 히피 문화와 선불교의 단순함을 강조한다. 물론 모두 타당하다.
그러나 애플을 진정으로 혁신적으로 만든 것은 다른 차원에 있었다. 메인프레임이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던 시대에 개인용 컴퓨터를 제시하고, 복잡한 유닉스를 클릭과 아이콘으로 누구나 다룰 수 있게 한 것. 이는 단순히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기술을 소유하고 다룰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였다.
이 철학은 메이커 문화와 맞닿아 있다. 메이커 문화의 본질은 기술의 개인 도구화다. 과거 대기업 연구소나 전문 장인만이 다룰 수 있던 도구를 개인의 손에 돌려주고, 전문가의 과정을 일반인이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메이커 문화는 단순히 기술을 쥐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개인을 해방하고 동시에 개인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도구를 손에 쥔 개인은 더 이상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 창조자가 되고, 오픈소스·커뮤니티·협업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개인들과 이어진다. 따라서 메이커 문화는 “기술의 개인 도구화 = 해방 + 연결”이라는 공식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제3의 응전이 지향하는 철학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애플의 독창성은 디자인, 메이커 두 전통의 결합에서 비롯되었다. 바우하우스가 외관의 단순함을 제공했다면, 메이커 전통은 사용의 직관성을 제공했다.
아이맥의 반투명 케이스는 바우하우스적 미학의 산물이었지만, 누구나 박스에서 꺼내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구조는 메이커 문화의 발상이었다. 아이폰 역시 미니멀한 디자인은 람스의 영향이었지만, 손가락 터치만으로 복잡한 기능을 다룰 수 있게 한 직관은 메이커 철학의 결과였다.
이런 맥락에서 애플은 제3의 응전의 방향성을 제시한 기업이다. 제1의 응전에서 윌리엄 모리스는 “모든 사람이 예술가가 될 것”이라 선언했고, 제2의 응전에서 스튜어트 브랜드는 “모든 사람이 기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제3의 응전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애플은 “모든 사람이 기술의 주인이 될 것”이라는 비전을 실천했다. IBM과 HP 같은 대기업의 전유물이던 컴퓨터를 개인의 기술로 바꾼 기업, 그것이 바로 애플이었다.
그리고 이 철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앱스토어를 통해 개인 개발자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스위프트(Swift) 언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누구나 코딩을 배울 수 있도록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s)를 제공한다. 모두 복잡한 하이테크를 개인의 손에 쥐여주는 시도다.
제3의 응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오늘날 3D 프린터, 아두이노, 라즈베리 파이는 메이커스페이스에서 누구나 다루는 도구가 되었다. 스마트폰 하나로 수백만 명의 관객에 도달하는 크리에이터, 침실에서 만든 앱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개발자,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의료기기를 만드는 발명가 모두 같은 흐름 속에 있다.
애플은 하이테크만으로는 기술 혁신을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기업이다. (적어도 초기에는) 기술을 개인의 도구화함으로써 해방과 연결을 구현한 대표 기업이었고, 그 철학의 출발점은 하이테크가 아닌 일상적인 메이커 문화였다.
출처: Income.i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