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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뉴타운의 뉴다운타운

by 골목길 경제학자

타마뉴타운의 뉴다운타운


1990년대 이전의 신도시

타마뉴타운은 1960년대 일본의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도쿄 도심의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구릉지에 조성된, 1990년대 도시 재생 모델이 실험되기 훨씬 이전의 전형적인 신도시 모델을 대표한다. 1971년 첫 입주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도 순차적으로 개발이 진행된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다마시, 이나기시, 하치오지시, 마치다시 등 여러 행정구역에 걸쳐 펼쳐진 일본 최대의 뉴타운 계획이었다.


그 개발 철학은 주거 기능의 대량 공급에 집중되었으며, 상업과 업무 기능은 획일적으로 분리되었다. 이는 '도시를 구성 요소별로 분리해야 한다'는 20세기 초중반 도시계획의 지배적 패러다임이었다. 주거지는 주거지대로, 업무는 업무대로, 상업은 상업대로 명확히 구획하는 이 접근법은 효율적으로 보였지만, 결국 도시의 활력을 위한 복합성과 자족성을 간과하는 결과를 낳았다.


타마센터역 주변조차 업무 지역이 거의 없어, 대다수 주민들은 도쿄 도심으로의 장거리 통근을 감수해야 했다. 타마뉴타운은 신주쿠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타마센터역 주변조차 업무 지역이 거의 없어 대다수 주민들은 도쿄 도심으로의 장거리 통근을 감수해야 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월 교통비만 70만 원이 소요되는 현실은 교외 거주의 경제적 이점을 완전히 상쇄시켰다. 타마뉴타운은 이 시대착오적인 대규모 신도시 모델이 성공적인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교훈이 되었다.



대규모 신도시의 흑역사

르코르뷔지에는 20세기 도시계획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축가다. 그의 '빛나는 도시(Ville Radieuse)' 모델은 주거, 업무, 여가, 교통을 명확히 구분하고, 고층 주거동을 녹지 속에 배치하며, 보행자와 자동차 동선을 입체적으로 분리하는 기능주의적 유토피아를 제시했다. 효율성과 합리성, 위생과 일조를 중시한 이 비전은 전후 주택난에 시달리던 각국 정부에게 매력적인 해법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비전을 실현한 도시들의 현재는 암울하다. 프랑스 파리 교외의 방리유(Banlieue) 지역은 르코르뷔지에식 대규모 주거단지(Grands Ensembles)로 개발되었지만, 단조로운 고층 아파트들이 늘어선 이곳은 사회적 고립과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 2005년 방리유 폭동은 기능 분리된 신도시가 얼마나 취약한 사회적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프루이트-아이고(Pruitt-Igoe) 주거단지는 더 극적인 실패 사례다. 1954년 르코르뷔지에 원칙에 따라 건설된 이 33개 동의 고층 아파트 단지는 당시 진보적 공공주택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범죄율 급증, 공실 증가, 유지보수 실패로 불과 18년 만인 1972년 폭파 철거되었다. 이 폭파 장면은 모더니스트 도시계획의 종말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었다.


브라질의 수도 브라질리아는 계획도시로서 상징성은 있지만, 엄격한 기능 분리로 인한 극심한 자동차 의존과 사회적 분절로 '아름답지만 살기 힘든 도시'가 되었다. 업무지구, 주거지구, 상업지구가 멀리 떨어져 있어 모든 이동에 자동차가 필수이며, 거리의 활기와 우연한 만남이 사라진 도시가 되었다.


그렇다면 르코르뷔지에식 실험 이후 진정으로 성공한 대규모 신도시가 어디 있는가?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타마 뉴타운은 이 질문에 부정적인 그림자를 드리우는 또 하나의 사례다.


타마뉴타운 실패론?

타마뉴타운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유령도시'라는 극단적 표현에 있다. 흥미롭게도 한국 언론이 보도한 "인구가 반토막 났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도쿄도 도시정비국 자료에 따르면 타마 뉴타운의 인구는 1975년 약 3만 명에서 2015년 약 22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행정구역상 다마시의 인구도 1990년대 14만 4천 명에서 2015년 14만 6천 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에도 300세대 민간 분양 아파트가 준공될 정도로 개발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유령도시'라는 표현이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인구 감소가 아니라 고령화와 노후화다. 1970년대 20~30대로 입주했던 젊은 층이 50년의 시간을 거쳐 70~80대가 되면서 도시의 기능이 정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게이오나가야마 지구 같은 초기 입주 단지에서는 70~80대가 가장 많이 거주하며, "50세대 건물에 5세대만 입주"하는 극단적 사례도 보고되었다. 2015년 다마시 조사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한 지역 활동(자치회, 동아리)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


젊은 층의 이탈은 두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하나는 2000년대 이후 가시화된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의 부상이다. 도쿄 시부야, 롯폰기, 에비스 같은 도심 지역은 24시간 활기찬 거리 문화, 다양한 문화 공간, 보행 친화적 환경을 제공하며 젊은 세대를 끌어들였다. 반면 타마 뉴타운은 저녁이면 상가 셔터가 내려가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이었다. 문화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는 '다운타운'의 부재는 젊은 층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다.


더 직접적인 원인은 노후화된 인프라다. 엘리베이터와 지하 주차장이 없는 1970년대식 5층 주택들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유모차를 끌어야 하는 육아 세대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다. 구릉지에 조성되어 유모차나 자전거 통행도 불편하고, 전철역까지 가는 버스비용도 부담스럽다. 자연환경, 맑은 공기, 일조 등은 높게 평가받지만, 교통과 쇼핑 인프라의 불편함은 도시의 활기를 떨어뜨렸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도쿄 통근 의존과 자족 기능 미비다. 타마센터역 근처조차 업무 지역이 거의 없어 대다수 주민들이 도쿄 도심으로 출퇴근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월 교통비만 70만 원이 소요되는데, 이는 출퇴근 시간(편도 1시간 40분)과 함께 고려하면 도쿄 도심이나 요코하마 거주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이로 인해 악순환이 발생한다: 자족 기능 부재 → 장거리 통근 → 높은 교통비와 시간 손실 → 젊은 층 기피 → 고령화 심화 → 지역 활력 저하 → 더 많은 젊은 층 이탈. 도시가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결국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여 젊은 세대의 선택지에서 멀어진다.



타마뉴타운의 잠재력

그러나 타마뉴타운이 가진 잠재력도 분명하다. 첫째, 전원도시로서의 가능성이다. 노후화의 문제는 있지만, 주민들은 맑은 공기, 일조, 풍부한 자연환경을 높게 평가한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외 도시가 추구할 수 있는 핵심 가치다. 리모트 워크의 확산으로 매일 도쿄로 출퇴근할 필요가 줄어든다면, 타마 뉴타운의 자연환경은 큰 장점이 된다.


둘째, 캠퍼스타운으로서의 정체성이다. 타마뉴타운에는 16개 대학 및 전문대학 캠퍼스가 위치해 있다. 이는 젊은 인구 유입과 문화 생산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대학가 특유의 활기, 카페와 서점, 문화 공간들이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셋째, 테마파크와 문화 시설이다. 타마센터역 주변에 위치한 산리오 퓨로랜드 같은 테마파크는 타마 뉴타운에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기반이다. 이러한 시설들을 단순히 흩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도시의 활력을 창출하는 '문화 생산의 공간'으로 엮어낼 때 타마 뉴타운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전원도시의 쾌적함, 캠퍼스타운의 지적 활력, 테마파크의 문화적 매력—이 세 가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타마 뉴타운은 단순한 베드타운을 넘어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교외 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다.


서버번 다운타운 모델

타마뉴타운이 지향해야 할 도시는 무엇인가? 2018년 도쿄도가 수립한 '타마뉴타운 지역재생 가이드라인'은 '거주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재생'을 제시했다. 고령자와 육아세대 등 거주자 특성별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재생을 큰 방향성으로 두고 있다. 이는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타마뉴타운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서버번 다운타운(Suburban Downtown)'의 건설이다. 이는 베드타운의 굴레를 끊고 직주락(職住楽)이 통합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팬데믹 이후 교외도시의 미래는 단순히 '자는 곳'이 아니라 '일하고, 살고, 즐기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핵심은 역세권 중심의 고밀도 복합 개발과 일반 주택지의 저층 재생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전략이다. 타마센터역 같은 핵심 역세권에는 강력한 앵커 시설을 중심으로 쇼핑, 업무, 문화 기능을 집약한 고밀도 복합단지를 건설해야 한다.


현재 타마센터역 북쪽에서 진행 중인 하몬스(Harmonz)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역과 직접 연결된 이 복합개발은 1층 상업시설, 중층부 오피스, 상층부 주거를 결합한 진정한 복합용도 개발로, 타마센터역이 단순한 쇼핑 거점을 넘어 업무와 문화가 집적된 서버번 다운타운으로 진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역 출구와 직접 연결된 보행 네트워크, 광장과 공공공간의 전략적 배치, 24시간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용도 믹스가 핵심이다.


두 번째는 초기 설계에서 간과한 캠퍼스타운 조성이다. 현재 타마 뉴타운에 위치한 16개 대학 캠퍼스 대부분은 전철역이나 모노레일역에 직접 연결된 구조를 갖고 있다. 역에서 바로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는 동선은 효율적이지만, 역과 캠퍼스 사이에 형성되어야 할 대학가 상권의 발전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대학가가 창출할 수 있는 카페, 서점, 음악 공간, 독립서점, 갤러리 같은 문화 생산 공간이 자리 잡을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앞으로 건축과 디자인 개입을 통해 대학 주변에 문화지구와 창조지구를 조성하는 것이 자족도시로 가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다. 캠퍼스 경계부에 학생과 주민이 교류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를 만들고, 대학 시설의 일부를 지역에 개방하며, 창업 인큐베이터와 크리에이터 스튜디오를 유치해 젊은 창조 계층이 모이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역세권에서 벗어난 일반 주택지는 저층 모델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재생되어야 한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을 무조건 고층으로 재건축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지의 인간적 스케일과 전원도시의 쾌적함을 보존하면서 현대적 편의시설(엘리베이터, 주차장, 단열 개선)을 추가하는 리모델링이 적합하다. 저층 주거지 내부에는 소규모 근린상권, 커뮤니티 시설, 육아 지원 공간을 조성하여 일상의 편리함을 높여야 한다.


UR(도시재생기구)이 MUJI와 협업해 재생하는 미나미오사와 베르꼴린느(Belle Colline) 단지의 3구와 16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1989년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중세 이탈리아 산악지방을 이미지 한 붉은 벽돌 조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타마 뉴타운 경관의 기준을 세운 곳이다. MUJI는 기존 3LDK를 개방적인 1LDK로 개조하면서, 고정 벽을 최소화하고 수납가구로 공간을 자유롭게 구획할 수 있는 '제로 인필(zero infill)' 개념을 적용했다. 목재 도어 프레임과 반투명 유리창 같은 원래 요소는 보존해 레트로 감성을 살렸고, 다다미를 삼베 매트로 교체해 미니멀한 미학과 실용성을 동시에 구현했다. 고층 재건축 없이도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다. 미니멀하고 기능적인 디자인, 커뮤니티 공간 강화, 전원도시의 쾌적함 유지—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룬 저층 재생 모델이다.


마지막으로 주거지 근린생활상권의 업그레이드다. 현재는 최소한의 상업시설이 주거지역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2000년대 이후 부상한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 수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 각 주거 단지마다 소규모 슈퍼, 카페, 동네 식당, 의료시설, 서점, 베이커리가 도보권 내에 있도록 근린상권을 육성해야 한다. 고령자와 육아세대가 멀리 나가지 않아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15분 도시(15-minute city)' 원칙을 적용한다. 단순히 생필품 구매를 넘어, 친구를 만나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제3의 장소(third place)'를 주거지 안에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신도시 재생의 기본 틀은 다운타운 조성이다. 새로운 다운타운은 노후된 기존 주택 단지를 흡수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타마뉴타운의 재탄생은 단순히 일본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전 세계 대규모 신도시들이 직면한 공통의 도전이며, 한국의 1기 신도시가 곧 마주할 미래다. 타마뉴타운이 서버번 다운타운 건설을 통해 성공적으로 재탄생한다면, 그것은 르코르뷔지에 이후 반세기 동안 실패를 거듭해 온 대규모 신도시 모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도쿄도 도시정비국 (2018). 「多摩ニュータウン地域再生ガイドライン」 (타마뉴타운 지역재생 가이드라인)

이성오 (2019). "인구 반토막이라던 다마신도시… 인구급감 '사실무근', 노령화는 '반면교사'". 『고양신문』, 2019년 8월 19일

MUJI×UR 団地リノベーションプロジェクト (MUJI×UR 단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多摩ニュータウン ベルコリーヌ南大沢」. https://www.muji.net/ie/mujiur/area/37_minamiosaw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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