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행정 통합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서 행정 통합의 핵심 기준으로 '규모'나 '효율'이 아닌 '정체성'을 제안했다. 고유한 서사와 상징이 실제 작동하는 힘이 되는 시대에, 정체성의 일관성은 지역 공동체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와 동력을 얻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미국 50개 주의 '중심부-전체' 정체성 구조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글로벌 브랜드로 기능하는 미국 초광역권들의 사례는 지역의 정체성이 어떻게 경제적 활력과 연결되는지 명확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국의 각 주를 중심 도시의 인지도와 주 전체의 브랜드 파워를 기준으로 분류했을 때, 흥미로운 성패의 지점이 나타난다. 가장 주목할 모델은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의 대비다.
캘리포니아 (강-강 구조): LA와 샌프란시스코라는 서로 다른 강력한 엔진이 주 전체의 '혁신' 정체성과 결합해 있다. 중심 도시의 에너지가 주 전역으로 확산되며 거대 지역 전체가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모델이다.
뉴욕주 (강-약 구조):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NYC)을 보유했지만, 그 명성이 주 전체의 브랜드로 확장되지 못했다. NYC라는 강력한 블랙홀이 나머지 지역의 정체성을 흡수하면서, 주 전체의 활력은 상대적으로 정체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프레임은 미국 전역의 경제 지형 변화를 관찰하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텍사스의 상공: 휴스턴, 댈러스, 오스틴이라는 세 개의 강력한 거점이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텍사스 프라이드'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결합해 있다. 이들은 전형적인 강-강 구조로서, 주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경제적 활력체로 만들어내고 있다.
일리노이의 침체: 시카고라는 초강력 엔진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주 전체의 정체성 통합에 실패하며 강-약 구조의 한계에 부딪혔다. 시카고의 에너지는 주 내부로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인재들은 주를 떠나 정체성이 선명한 다른 지역으로 이탈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정체성 구조의 차이는 지난 20년간 벌어진 미국 5대 경제권의 판도 역전으로 극명히 증명된다. 2025년 현재 미국 GDP 순위는 1위 캘리포니아, 2위 텍사스, 3위 뉴욕, 4위 플로리다, 5위 일리노이 순이다. 이는 20년 전인 2005년 1위 캘리포니아, 2위 뉴욕, 3위 텍사스, 4위 일리노이, 5위 플로리다와 비교했을 때 지각변동을 보여준다.
이 통계의 핵심은 ‘강-강’ 구조를 가진 주들의 약진과 ‘강-약’ 구조에 머문 주들의 쇠락이다. 2005년 당시 3위였던 텍사스는 강력한 다극 거점과 초광역 브랜드(강-강)를 무기로 뉴욕주를 제치고 2위 자리를 굳혔다. 더 드라마틱한 변화는 5위였던 플로리다다. 명확한 주 브랜드와 다극화된 도시 성장을 바탕으로 일리노이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4위로 올라섰다.
다른 주들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전역의 사례를 종합해 볼 때, 강-강 구도의 주들은 초광역적 경쟁력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이를 지속시키는 모습을 보인다. 정체성이 초광역권을 하나로 묶는 ‘접착제’이자 성장을 추동하는 ‘엔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강-강 구도를 가진 주들의 압도적인 경쟁력을 볼 때, 미국의 다른 주들 역시 이 모델을 지향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미국의 주 경계는 역사적 산물로서 이미 확고히 고착되어 있기에, 인위적인 조정보다는 주어진 경계 안에서 어떻게 ‘강-강 구도’를 구축하느냐가 생존의 핵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상은 강-강 구도에 도달하지 못한 강-약, 약-강, 약-약 구조의 지역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과제다. 특히 중심 도시마저 미약한 '약-약' 구조의 지역들에게는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숙제가 동시에 주어진다. 우선은 경쟁력을 견인할 수 있는 강력한 거점으로서의 중심 도시 구축이 시급하며, 동시에 그 도시의 에너지를 주 전체의 브랜드로 확산시키는 전체 정체성 확립을 병행해야 한다.
결국 미국의 미래 경쟁력은 거대 도시라는 '점'이 아니라, 그 점들이 공명하며 주 전체를 적시는 '면'으로서의 정체성을 얼마나 단단하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커지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중심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며 강-강 구도를 실현하는 주만이 캘리포니아나 텍사스와 같은 초광역적 번영을 영속화할 수 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 - LA(강), SF(강) / 주 전체(강)
LA: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SF: 실리콘밸리, 테크
주: 미국 드림, 혁신, 라이프스타일
텍사스 - 휴스턴(강), 오스틴(강), 댈러스(중강) / 주 전체(강)
복수 중심도시 모두 강함
주: 카우보이, 독립정신, BBQ, 텍사스 프라이드
플로리다 - 마이애미(강), 올랜도(중강), 탬파(중) / 주 전체(강)
마이애미: 라틴 문화, 아르데코, 비치
올랜도: 디즈니월드
주: Sunshine State, 은퇴자 천국, 관광
매사추세츠 - 보스턴(강) / 주 전체(강)
보스턴: 하버드/MIT, 독립의 요람
주: 교육, 역사, 뉴잉글랜드
펜실베이니아 - 필라델피아(강), 피츠버그(중강) / 주 전체(강)
필라델피아: 미국 독립, 록키
피츠버그: 철강→테크 전환
주: 미국 독립과 산업의 역사
루이지애나 - 뉴올리언스(강) / 주 전체(강)
뉴올리언스: 재즈, 크레올, 마디그라
주: 프랑스계, 케이준 문화
미시간 - 디트로이트(강) / 주 전체(강)
디트로이트 대도시권: 자동차 산업, 모타운
주: 자동차 제조업, 오대호 문화
콜로라도 - 덴버(중강) / 주 전체(강)
덴버: 스키, 아웃도어, 마리화나
주: 로키산맥,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미네소타 - 미니애폴리스(중강) / 주 전체(강)
미니애폴리스: 프린스, 타깃, 스칸디나비아 문화
주: "Minnesota Nice", 북부 문화, 호수의 땅
애리조나 - 피닉스(중강) / 주 전체(강)
피닉스: 선벨트, 은퇴, 사막 도시
주: 그랜드캐년, 사막 문화, 서부
뉴욕 - 뉴욕시(강) / 주 전체(약)
NYC: 금융, 패션, 미디어, 브로드웨이
주: 업스테이트는 별도 정체성, 통합 약함
일리노이 - 시카고(강) / 주 전체(약)
시카고: 건축, 재즈, 금융
주: 시카고 외 지역은 중서부 농업지대
워싱턴 - 시애틀(강) / 주 전체(약)
시애틀: 아마존, MS, 스타벅스, 그런지
주: 시애틀 외 정체성 부재
조지아 - 애틀랜타(강) / 주 전체(약)
애틀랜타: 민권운동, 힙합, CNN
주: 남부지만 애틀랜타 외 약함
네바다 - 라스베이거스(강) / 주 전체(약)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엔터테인먼트
주: 라스베이거스 외에는 정체성 부재
테네시 - 내슈빌(강), 멤피스(강) / 주 전체(약)
내슈빌: 컨트리 음악
멤피스: 블루스, 엘비스
주: 두 도시가 각자 강하지만 주 전체 통합 정체성은 약함
오리건 - 포틀랜드(강) / 주 전체(약)
포틀랜드: 힙스터, 크래프트 비어, 환경주의
주: 포틀랜드 외 약함
사우스캐롤라이나 - 찰스턴(중강) / 주 전체(약)
찰스턴: 남부 역사, 건축
주: 분산됨
노스캐롤라이나 - 샬럿(중), 롤리-더럼(중) / 주 전체(약)
복수 도시 분산
주: 통합 정체성 없음
하와이 - 호놀룰루(중약) / 주 전체(강)
호놀룰루: 도시 자체보다
주: 폴리네시아, 알로하 문화가 더 강함
알래스카 - 앵커리지(중) / 주 전체(강)
앵커리지: 석유, 변경
주: 최후의 개척지, 자연 정체성
유타 - 솔트레이크시티(중) / 주 전체(강)
SLC: 몰몬교 본부이지만
주: 몰몬 문화 정체성이 주 전체에 강함
버지니아 - 리치먼드(중) / 주 전체(강)
리치먼드: 남부연합 수도 (역사)
주: 미국 탄생지, 건국의 아버지들, 상징적으로 강함
켄터키 - 루이빌(중) / 주 전체(중강)
루이빌: 켄터키 더비
주: 버번, 경마, 남부 문화가 더 강함
뉴멕시코 - 산타페(중), 앨버커키(중) / 주 전체(중강)
산타페: 예술, 삼중문화
주: 원주민-멕시코-미국 융합, 독특한 정체성
미시시피 - 잭슨(약) / 주 전체(중)
잭슨 약함
주: 블루스, 딥사우스 (부정적이지만 강함)
몬태나 - 중심도시 부재 / 주 전체(중)
도시 없음
주: 카우보이, 자연, Big Sky Country
와이오밍 - 중심도시 부재 / 주 전체(중)
도시 없음
주: 옐로스톤, 카우보이, 최소 인구
버몬트 - 중심도시 부재 / 주 전체(중)
도시 없음
주: 버니 샌더스, 메이플 시럽, 진보적 전원
메인 - 포틀랜드(약) / 주 전체(중)
포틀랜드 약함
주: 랍스터, 등대, 뉴잉글랜드 변방
뉴햄프셔 - 중심도시 부재 / 주 전체(중)
도시 없음
주: "Live Free or Die", 뉴잉글랜드 보수
오하이오 - 클리블랜드(약), 신시내티(약), 콜럼버스(약) / 주 전체(약)
세 도시 모두 약함
주: 스윙스테이트 외 특징 없음
미주리 - 세인트루이스(중), 캔자스시티(중) / 주 전체(약)
두 도시 모두 중간
주: 미국 중심부이지만 약함
인디애나 - 인디애나폴리스(약) / 주 전체(약)
인디애나폴리스: 인디 500 외 약함
주: 중서부 전형, 무특징
위스콘신 - 밀워키(중) / 주 전체(약)
밀워키: 맥주, 독일계
주: 치즈, 낙농업으로 부족
메릴랜드 - 볼티모어(중약) / 주 전체(약)
볼티모어: 항구, 크랩
주: DC 베드타운, 독자성 없음
웨스트버지니아 - 찰스턴(약) / 주 전체(약)
찰스턴 약함
주: 석탄, 애팔래치아 (부정적)
앨라배마 - 버밍햄(약), 몽고메리(약) / 주 전체(약)
도시들 약함
주: 딥사우스이지만 통합 정체성 약함
뉴저지 - 뉴어크(약), 저지시티(약) / 주 전체(약)
뉴어크, 저지시티 약함
주: 뉴욕-필라델피아 사이
코네티컷 - 하트포드(약), 뉴헤이븐(약) / 주 전체(약)
하트포드, 뉴헤이븐 모두 약함
주: 뉴욕 베드타운
로드아일랜드 - 프로비던스(약) / 주 전체(약)
프로비던스: 약함
주: 뉴잉글랜드 일부
델라웨어 - 윌밍턴(약) / 주 전체(약)
윌밍턴: 약함
주: 법인 등록지 외 없음
오클라호마 - 오클라호마시티(약) / 주 전체(약)
OKC: 약함
주: 원주민, 오일 외 약함
아칸소 - 리틀록(약) / 주 전체(약)
리틀록: 약함
주: 월마트, 클린턴 외 약함
네브래스카 - 오마하(약) / 주 전체(약)
오마하: 워런 버핏 외 약함
주: 중서부 농업지대
아이오와 - 디모인(약) / 주 전체(약)
디모인 약함
주: 대선 코커스 외 약함
캔자스 - 위치타(약) / 주 전체(약)
위치타 약함
주: "오즈의 마법사" 외 약함
아이다호 - 보이시(약) / 주 전체(약)
보이시: 약함
주: 감자 외 약함
노스다코타 - 파고(약) / 주 전체(약)
파고 약함
주: 석유, 혹한 외 약함
사우스다코타 - 수폴스(약) / 주 전체(약)
수폴스 약함
주: 러시모어산 외 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