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다시, 강북 전성시대'를 선언했다. 2024년 도시 대개조 발표에서 시작해 2025년 주택 공급, 2026년 16조 원 투자 계획까지, 강북 전성시대는 오세훈 시장의 가장 중요한 도시 비전이 되었다. 그런데 이 비전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강북이 어디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강북 전성시대는 강북의 다양성을 외면한 채 강남주의적 처방을 반복하는 담론에 머물 위험이 있다.
'강북 전성시대'는 오세훈 시장이 처음 만든 언어가 아니다. 그 기원은 2000년대 초반 이명박 서울시장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시장이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면서 강북 재개발에 불을 당겼고,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는 맹형규 후보가 '강북 제2전성시대 건설'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의 선언은 홍준표 후보의 '강남북 불균형 해소'와 함께 강북을 경선의 핵심 의제로 올려놓았다.
이명박 시대의 강북 담론은 곧 오세훈 1기(2006~2011)로 이어졌다. 2006년 취임한 오세훈 시장은 기존 25곳의 뉴타운에 추가로 25곳을 지정해 서울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해 시행된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은 용적률 완화, 층수 규제 철폐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쏟아냈고, 한남뉴타운 일대에서는 평당 4,000~5,000만 원을 호가하는 매물이 나왔다. 강북 전성시대의 첫 번째 선언은 뉴타운과 재개발이라는 공급 확대의 언어였고, 그것의 구체적 목표는 강남을 따라잡는 것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강북 전성시대 담론을 재개한 것은 2024년이다. 이후 담론은 세 단계에 걸쳐 발전해왔다. 2024년 3월 발표된 '강북권 대개조—강북 전성시대'는 '베드타운에서 일자리·경제 도시로'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상업지역 총량제 폐지, 화이트사이트 도입, 창동·신내 첨단산업 거점화를 핵심 수단으로 제시했다. 2025년 하반기에는 주택 공급 담론이 전면으로 복귀했다. '집이 있는 서울, 그 첫 번째 퍼즐은 강북입니다'라는 선언과 함께 미아2 재정비촉진구역 4,003세대 착공, 용적률 상한 1.2배 확대가 잇따랐다. 2026년 2월에는 16조 원을 투입하는 '강북전성시대 2.0'이 발표되며 주택·교통·산업이 하나의 비전으로 통합되었다. 세 단계를 거치며 담론의 언어는 진화했지만, 정책 수단의 핵심—재개발, 용적률 완화, 대형 인프라—은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강북 전성시대 담론에서 '강북'이 어디를 가리키는지는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다. 오세훈 시장이 사용하는 강북의 정의는 맥락에 따라 세 가지로 달라진다.
첫 번째 정의: 2006년의 강북—한강 이북 전역. 오세훈 1기 강북 담론은 한강을 경계로 한 지리적 이분법에 기반했다. 강남북 불균형을 말할 때 한강 이남을 강남, 한강 이북을 강북으로 구분하는 방식이었다. 이 정의에 따르면 강북은 종로·중구·용산에서 노원·도봉·강북까지 한강 이북의 모든 자치구를 포함한다.
두 번째 정의: 서울시 공식 행정 구분—동북권+서북권 11개 자치구. 오세훈 시장이 2024년 '강북권 대개조'를 발표할 때 공식적으로 사용한 강북의 범위다. 서울시의 5개 권역 분류에 따르면 강북권은 동북권(강북·광진·노원·도봉·동대문·성동·성북·중랑)과 서북권(마포·서대문·은평), 총 11개 자치구다. 도심권(종로·중구·용산)과 서남권(영등포·구로·금천·강서·양천·관악·동작),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은 강북권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오 시장은 정책 발표 시 동북권은 창동·상계 첨단산업 거점으로, 서북권은 DMC 랜드마크 부지 개발로 구체화하며 권역을 명시했다.
세 번째 정의: 정치 담론의 강북—강남에 대비되는 모든 것. 그러나 신년사, SNS, 정치적 발언에서 오 시장의 강북은 훨씬 포괄적인 의미로 쓰인다. "강북이 살아야 서울이 커진다", "강남이 서울의 지난 50년을 이끌었다면 강북이 앞으로의 50년을 이끌 차례"라는 언어에서 강북은 공식 행정 구분을 넘어 강남(강남·서초·송파)에 대비되는 비강남 전체에 가까운 뉘앙스를 띤다. 이 정의에 따르면 강북은 강남3구를 제외한 22개 자치구 전체가 된다.
세 가지 정의가 혼용되는 것 자체가 강북 전성시대 담론의 핵심 문제다. 어떤 강북을 말하는지에 따라 정책의 대상과 방향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강북 전성시대 담론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강남주의다. 강남주의란 강남 개발 방식—대규모 계획 개발, 고층 아파트, 업무지구 조성, 광역 교통망—을 도시 발전의 표준으로 삼는 이데올로기를 말한다. 강남주의 이분법에서 강남은 성공 모델이고 강북은 그것을 따라잡아야 할 지역이다. 강남이 지난 40년 서울의 도시 모델을 견인한 것은 맞을지 모르지만, 서울이 강남 중심으로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서울의 행정 중심은 항상 강북이었고, 서울의 3대 CBD(광화문, 여의도, 강남) 중 2곳이 비강남 지역이다.
더 큰 문제점은 강남주의가 2000년 이후 강북의 변화를 외면하는 데 있다. 역사문화지구(종로·중구)와 한강벨트(마포·용산·성동)는 이미 강남 모델이 아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성공 지역이 되었다. 종로·중구의 북촌·서촌·익선동·을지로와 마포·용산·성동의 홍대·한남동·성수동은 오늘날 서울에서 가장 활발한 상권이자,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먼저 찾는 목적지다. 뉴욕타임스가 서울을 소개할 때 언급하는 동네들,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들이 팝업 스토어를 여는 장소들이 모두 이 권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 성공의 실체는 도시재생이다. 낡은 건물을 허물고 고층 아파트를 올리는 재개발이 아니라, 기존의 골목 구조와 저층 건축 환경을 유지하면서 용도를 다양화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불어넣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독립 카페, 로컬 브랜드, 공방, 갤러리, 독립서점 같은 소규모 크리에이터 사업체들이 집적하며 독자적인 문화 생태계를 형성했다. 문화적 다양성과 보행 친화적 환경이 갖춰진 이 지역들은 자연스럽게 청년층의 선망 주거지가 되었고, 마용성의 아파트 가격은 강남권의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며 용산구는 이미 송파구를 추월했다. 주거 수요가 높아지자 기업들도 따라 이동했다. 젊은 인재를 유치하려는 스타트업과 크리에이티브 업종 기업들이 성수동과 한남동으로 본사와 쇼룸을 옮기면서, 이 지역들은 문화지구를 넘어 경제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강남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강북 전성시대 담론이 더 정밀해지려면 비강남3구 22개 자치구를 하나로 묶는 강남주의적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울시의 행정 권역 구분은 도시 발전의 논리를 담기에 충분하지 않다. 22개 자치구는 발전 경로, 현재의 성취, 앞으로의 가능성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각 유형에 필요한 발전 모델은 다르다.
①강북 모델로 이미 성공한 지역(종로·중구·마포·용산·성동). 종로·중구는 역사문화지구 모델로, 마용성은 크리에이터 타운과 골목상권의 자생적 성장으로 이미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 성공의 공통 토대는 오래된 건축 환경과 골목의 다양성이다. 국제적 관점에서 서울의 문화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곳도 바로 이 지역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은 추가 개발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성공을 지속시키는 보호와 지원이다.
②강남 모델로 이미 성공한 지역(양천·영등포(여의도)·동작·광진·강동). 아파트 중심의 계획 개발, 업무지구 형성, 광역 교통망 연계를 통해 강남형 발전 경로를 걸어온 지역들이다. 목동 신시가지, 여의도 금융지구, 천호·길동 아파트 벨트가 그 결과물이다. 이들에게는 강남 모델의 업그레이드—노후 아파트 재건축, 업무 기능 고도화—가 적절한 방향이다.
③강남 모델이 필요한 지역(노원·도봉·강북·금천·구로·관악·강서·중랑). 1980~90년대 베드타운으로 조성되었거나 제조업 기반의 구도심으로, 노후 아파트 재건축과 업무·상업 기능의 추가 공급이 시급하다. 오세훈 시장의 강북 대개조—안전진단 없는 재건축, 용적률 상향, 창동·상계 신경제 거점 조성—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곳이 바로 이 집단이다. 이 지역들에게 강남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강남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 도시 인프라를 처음으로 갖추는 일이다.
④강북 모델이 필요한 지역(서대문·동대문·성북 등 역사문화 구도심). 역사문화 자원이 풍부한 구도심이다. 서대문구의 독립문·인왕산·안산 자락길·홍제천 수변 일대, 동대문구의 청량리·경동시장 주변, 성북구의 성북동·정릉 일대는 서울의 역사적 도시 조직과 자연·문화 자원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곳들이다. 종로·중구의 역사문화지구 모델과 마용성의 크리에이터 타운 모델이 참조점이 된다. 대규모 재개발은 이 지역들이 가진 가장 중요한 도시 자산을 영구적으로 소멸시킬 위험이 있다.
강북 전성시대가 선거 공약을 넘어 서울의 미래를 바꾸는 도시 정책으로 완성되려면 이 네 가지 유형을 구분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의 강북 대개조는 세 번째 집단에는 적절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첫 번째 집단에는 보호가, 네 번째 집단에는 강북 고유의 발전 모델이 필요하다. 강남주의적 처방을 강북 전체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강북이 스스로 증명한 성공의 논리를 더 많은 강북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것—그것이 진정한 강북 전성시대의 조건이다.
"정책 지원 '팍팍'…강북 전성기 '활짝'", 2006년 7월 13일.
"한나라 서울시장 후보, '세몰이' 본격화", 데일리안, 2006년 4월 17일.
이민하, "오세훈, 서울 '강북 전성시대' 선언…상업지역 3배 늘어난다", 머니투데이, 2024년 3월 26일.
김지영, "오세훈 '집 있는 서울, 강북 전성시대 열겠다'", MBN, 2025년 10월 8일.
김두일, "오세훈, 흔들기에도 '마이웨이'… 강북 대전환으로 정책 승부 고수", 아주뉴스, 2025년 11월 24일.
"다시, 강북전성시대 2.0 발표", 서울시, 2026년 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