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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Nov 13. 2020

우리 동네, 삶의 중심으로 진입하다

SDF 2020 방송 대본

안녕하십니까?      

모종린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입니다.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생존해나갈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오늘 여러 분야의 연사들이  다양한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어차피 바이러스와의 공존이 불가피해진다면 우리의 삶의 공간도 그에 맞춰 변화해야겠죠. 제가 꺼내 든 코로나 시대 생존 키워드는 <도시의 재구성>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도시와 삶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 걸까요? 이제부터 그 얘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제가 여기저기서 강연을 참 많이 합니다만, 올해처럼 이런 모습은 낯설 수밖에 없죠. 지금 SDF도 비대면.. 온라인 방식이니까... 제 앞엔 지금 청중이 한 분도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제 강연을 PC나 모바일폰으로 보고 계시겠죠? 솔직히 이제 학교에서도 화상 강의를 많이 하다 보니, 이런 모습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긴 했죠? 이런 강연의 모습이 익숙해진 건 우리 다 알다시피 코로나 방역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선 안되기 때문이죠.  방역 당국에서 모이지 말라니까 안 모이는 것도 분명 있죠.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스스로 사람 많은 곳에 모이거나, 멀리 이동을 하거나, 낯선 환경에 있는 걸 꺼려하고 있는 측면도 큽니다.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급적이면 외출을 자제하고 있고요... 움직이더라도 가족, 아니면 주변 사람과의 접촉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그럴 거 같아라는 추정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로도 증명이 되는 사실입니다.  카드 결제량 변화를 한번 볼까요? 집에서 500미터 이내의 카드 결제는 늘었죠? 반면에 집에서 멀어질수록 소비가 떨어졌습니다. 집과 가까운 지역에서의 경제 활동, 동네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단 얘깁니다.


또 동네 주민들끼리 중고 물건 사고파는 일... 이런 직거래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플랫폼이 폭발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특정 상표라 직접 언급하지 않아도, 벌써 "나 거기 알아"라는 분들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거 같네요.


가장 대표적인 당근마켓이 엄청나게 빨리 성장했습니다. 대기업들이 가만있을 리 없죠? 동네 주민 배달, 동네 맛집 추천, 동네 상품 선물하기, 동네 시장 배송 등 다양한 동네 기반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걸 우리는 골목 경제,  로컬 경제의 성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얘기하다 보면 이런 분들이 있더라고요. 코로나 시대에 로컬 경제가 활성화하는 거보다 온라인 경제가 지배한다는 게 제대로 된 분석 아닙니까?

    

네... 온라인 경제 성장 속도가 무섭죠. 맞습니다. 그런데요.. 온라인 경제의 내용을 잘 따져보면.. 그게 처음부터 끝까지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건가요? 오프라인의 서포트가 있기 때문에  온라인 경제가 가능한 것입니다.  물류센터가 필요하고 택배요원이 필요하고... 환경적으로도 낭비입니다. 택배로 인한 쓰레기 문제... 지금은 애써 피하고 있지만, 점점 쌓여가고 있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죠. 이런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 온라인 경제를 미래라고 얘기하기엔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먹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글로벌 푸드는 어떤가요? 저도 좋아하는데... 그래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아는 사람이 만든 음식.. 우리가 신뢰하는 사람이 유통하는 음식이 로컬푸드입니다.. 글로벌 푸드와 로컬푸드, 어떤 음식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결국엔 로컬푸드가 승자라고 생각합니다.


로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분야가 여행입니다. 최근 제주도 여행 가보셨나요? 제주도 여행은 어떻게 가세요? 많은 분들이 제주시부터 시작해 순환로 따라 서귀포 찍고, 성산 일출봉을 돌며 말 그대로 순환 여행을 다녔을 겁니다. 이 정도는 찍어줘야 제주도 여행했단 말 할 수 있죠.


근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한 지역에 들어가면 그 지역에서 나오지 않고 그 동네와 지역 문화를 즐기는 여행으로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코로나 시대의 소비와 여행 같은 패턴은 코로나 위기가 설사 극복된다고 해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지역 생산과 소비 위주의 로컬 경제가 활성화하고 있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안전의 이슈에 기인한 것만으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환경과 공동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도  더해진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의 로컬 지향은 2010년대 초반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귀농귀촌, 제주 이민, 골목상권, 핫플레이스, 고향 지향 등 이런 5개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로컬이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존재합니다. 이쯤 되면 로컬택트, 로컬 경제가 코로나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의 방향이 아닐까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근데 여러분.... 15분 도시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는 15분 거리 안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하도록 도시를 재구성한다는 개념인데요... 15분 도시에 가장 발 빠르게 다가가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네.... 프랑스 파리입니다. 네 에펠탑.. 샹젤리제.. 거기.. 그 파리 맞습니다. 프랑스 파리는 15분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꾸준히, 차근차근 움직이고 있습니다. 파리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관련 내용을 리포트로 보실까요?     



// VCR 시작  

[이달고 시장, 올해 6월 재선 당시 소감]

"(저를 뽑아주심으로써) 여러분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협력, 더 깨끗한 공기와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연대를 선택했습니다." 집과 일터, 학교를 15분 안에 오가는 "15분 도시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지난 6월,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이달고 시장의 "15분 도시" 개념은 주거지와 상업지구를 구분해온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거주와 근무, 쇼핑과 여가 등 모든 생활을 15분 안에서 가능하게 만드는  생태형 스마트 도시 전략입니다. 생태형 미래 도시에 대한 파리의 노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공공자전거 '벨리브'와 전동 킥보드를 도심 내 대체 교통수단으로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가 하면, 몇 년 전부터는 센강변의 차로를 막아 도심 공원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파리 시민(지난 2017년)]

이 공원은 정말 즐겁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시가 슈퍼블록을 지정하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입니다.   

 

[C.G] 슈퍼블록은  바르셀로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만사나 9개를 한데 묶은 것입니다. 가로세로 길이 400m인 이 공간에선 주민 소유의 차량이나  공공 임무를 맡은 차들만 운행이 가능한데,  그마저도 제한 속도는 시속 10㎞입니다. 차가 사라진 공간에는 주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녹지와 쉼터를 만들었습니다.  바르셀로나시는 시범 적용 중인 슈퍼블록을  점차 늘려간다는 계획입니다.

// VCR 종료      


파리 얘기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바르셀로나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제가 얘기하려고 했는데. 15분 도시는 이 도시들뿐이 아닙니다. 미국 포틀랜드... 미국 청년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입니다. 다른 미국 도시와는 달리 포틀랜드는 파리와 같이 걷기 좋고 동네가 강한 도시입니다.


그런데요.... 남의 나라 도시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일단 우리나라엔 이런 도시들처럼 정부가 나서서 장기적인 플랜을 짜서 도시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뚜렷한 시도는 보이진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하고, 환경과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선 이런 생활권 도시로의 재구성이 필요한데 말이죠. 우리는 왜 잘 진행이 안 되는 걸까요? 지금부턴 이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 생활권 도시로의 재구성을 위해선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있는데요...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할 일이 도시의 분산과 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 단위가 생활권 도시로 분산해야 하는데.. 제 생각엔 대도시는 3-50만 명 규모로.. 중소도시는 2-30만 명 규모의 생활권 도시로 통합해야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코로나 시대에 지금 같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안전할까요? 서울의 아침 출근길 지하철과 버스 모습... 아시죠? 밀집, 밀폐, 밀접이란 3 밀을 안고 사는 대도시는 분산해야 합니다. 소멸위기에 처한 작은 도시는 여러 도시를 모아 방역과 복지 시설이 중앙에 집중된 콤펙트 도시로 통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다음 생활권 도시들이 자생력을 갖춰야 합니다. 주거, 교육, 상업 시설과 더불어 산업 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다행히 재택근무, 원격의료, 온라인 교육과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대도시나 대도시 중심부에 살아야 할 필요성이 약해지고 있는 걸 많이 느끼실 겁니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로컬 경제가 활성화되면 될수록 생활권 도시의 자생력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상권의 재편도 시급합니다. 소상공인이 활동할 수 있는 상권을 공급해야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상권은 자연 친화적이고 주거 지역과 가까운 상권입니다.

   

상권의 개별 공간도 자연환기 중심의 안전한 공간이 돼야 합니다. 친환경, 보행자 소상공인 지역혁신 기술 등 생활권 도시에 적합한 스마트 도시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생활권 도시의 경쟁력이 자연환경, 보행이동, 소상공인 산업, 주민의 지역혁신 참여이기 때문입니다. 도시 운영의 자동화, 디지털 시장과 상점의 스마트 도시 기술은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생활권 도시에 필요한 문화와 산업을 개척할 인재를 육성해야 합니다. 자생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성과 결합된 자신만의 콘텐츠로 메이커, 공방, 로컬 숍 등 다양한 로컬 브랜드와 산업을 창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동네 중심의 생활권 도시는 효율성과 편리성 중심의 하이테크와 인간 감성 중심의 하이터치가 이상적으로 결합된 도시입니다. 시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동시에 삶의 질을 높이는 생활권 도시를 광범위하게 구축한 지역과 국가가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출처: SDF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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