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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Dec 16. 2020

로컬 떠나라는 사람, 정작 본인은 로컬 중심으로 산다

로컬에서 기회를 찾자고 주장하면 가장 많이 듣는 소리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왜 로컬을 강조하세요? 시야를 좁히는 로컬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그런 말 하는 사람, 거의 예외 없이 정작 본인은 로컬 중심으로 삽니다. 자신은 로컬 중심으로 살면서, 남은 로컬 중심으로 살지 말라는 것이 맞나요?


세상의 엘리트는 로컬 중심으로(성안에서) 삽니다. 우리가 생각을 바꾸면 많은 사람이 그들과 같이 자신이 사는 곳 중심으로 살 수 있습니다.


로컬에 대해 저에게 영감을 준 글과 말을 정리했습니다. 앞으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연도는 제가 그 글을 처음 듣거나 읽은 시기입니다.


2013

"일본 도쿄에서 신칸센(新幹線)을 타고 남서쪽으로 두 시간 달리면 아이치현(愛知縣) 현청 소재지인 나고야(名古屋)에 도착한다. 여기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20분 남짓 가면 도요타시에 이른다. 미국 GM과 포드에 이어 세계 3위인 도요타자동차의 본거지다. 1959년 고로모시에서 도요타시로 이름을 바꾼 이 곳에는 도요타 본사와 공장 10개가 몰려 있다. 나머지 공장 다섯 개 가운데 두 개도 도요타시에서 멀지 않은 아이치현에 있다. 1차 부품업체 3백70여 개 중 55%가 도요타시에, 이를 포함해 80%가 아이치현에 모여 있다. 이밖에 도요타중앙연구소·도요타공대가 한데 어우러져 도요타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1930년대부터 모이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공장에서 차로 1시간 거리(80㎞)에 연구소와 부품업체들이 총집결해 있다." - 도요타의 성공 비결:1시간 거리에 공장·부품사·연구소 집결, 중앙일보, 2002.9.27


2014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 회사는 팰로앨토 도심, 그리고 도심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샌드힐로드에 집중되어 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회사의 최대 활동 반경은 차로 30분이다. 그 밖에 있는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 모종린, 작은 도시 큰 기업, RHK, 2014


"네슬레에서 일하는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브베 사람은 이곳이 심심한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오히려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뉴욕이 좋은 사람은 뉴욕에 가야지 브베에 오면 안 된다고)." - 모종린, 작은 도시 큰 기업, RHK, 2014


"내가 만난 네슬레 부사장 H는 작은 도시에서 본사를 운영하는 일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마 본사를 이전하더라도 더 큰 도시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네슬레가 스위스 시장에서 얻는 이익은 전 세계 120여 개 나라에서 얻는 매출의 1.5퍼센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네슬레 임원의 90퍼센트는 스위스인이 아니다. H 부사장이 본사 이전에 대해 한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우리에게 스위스 인맥이 중요하다면 취리히로 이전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네트워크는 스위스가 아닌 세계적 네트워크이다.”" - 모종린, 작은 도시 큰 기업, RHK, 2014


"많은 사람이 알름훌트 본사를 이케아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본사의 중요한 역할은 상품 개발이다. 매년 알름훌트의 디자이너와 경영진들은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판매될 상품 라인업을 결정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케아가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개발해서 테스하고, 선택된 제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를 만드는 곳도 알름훌트다." -모종린, 작은 도시 큰 기업, RHK, 2014


"그 무렵(창업 초기) 도쿄에도 사업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출장소를 개설했다. 그곳에 담당자를 배치하고 관련 제조업체를 매일 찾아다니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무명의 교토세라믹(교세라)에 신규 진입의 벽은 높기만 했다. 좀처럼 영업 활로가 뚫리지 않아 속이 탔다. 그러던 차에 문득 미국 업체들이 생각났다. 일본의 대기업은 미국에서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미국 업체에 회사 제품을 먼저 사용하게 하고 그곳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일본 업체도 결국 앞다투어 교토세라믹 재품을 도입하리라고 생각했다. 시장이 열려 있는 미국에서는 실력만 있으면 공평하게 겨룰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 이나모리 가즈오, 좌절하지 않는 한 꿈은 이루어진다


"현재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은 국민을 방관자로 만든다. 국민은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어렵다. 중앙정부는 너무 멀리 있고 영향을 미치기도 힘들다. 여기에 더해 선거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은 이익집단의 이해를 반영한 경우가 많다. 당선자는 국민이 낸 세금을 지지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용한다. 반대편은 정책에서 소외되고, 방관자적 태도는 심화된다.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가 가속화된다. 주권자인 국민이 방관자로 남는다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 안희정, "국가 혁신 출발점은 자치 활성화," 중앙선데이, 2014.4.19

 

2016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택해 그 스타일로 살아가고자 하면 주변에 있는 것이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기 위한 자원으로 보이게 됩니다. 거기에서 사람이나 자원을 연결하는 활동이 시작되고 조직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개인의 워크 스타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지역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 소네하라 히사시, 농촌의 역습, 2011


"다이칸야마에 가보면 지명도에 비해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긴자나 신주쿠, 시부야 등의 번화가와 달리 군중이라고 부를 만한 무리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다. 그만큼 다이칸야마는 많은 사람들 속에 섞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이고 자립적인 세대를 유인할 수 있는 매력을 이미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도쿄의 그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특징이다. 즉 다이칸야마는 매우 우수한 테루아르를 갖춘 토지다." - 마스다 무네야키,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2014


2018

"태어나고 자란 자연환경을 자기 몸의 연장과 같이 느끼고 사는 것이 향토애고, 압도적인 산악환경을 벗어나 넓은 곳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갈망이 편력증이다. 어떻게 보면 상호 충돌적인 두 가치가 결국 향토애로 수렴한다. 향토애가 넓은 세계를 찾아 유랑하는 스위스인이 산속에 있는 본향을 근거지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결국 그곳으로 돌아오게 하는 구심력이다." - 이한빈, 작은 나라가 사는 길, 1965


2019

“도쿄라는 지역에서 그들의 취향이 자라난다. 자라난 취향은 지역의 고유한 가치가 된다” -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2019


"오늘날 우리의 문화가 세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를, 감각 자원이란 측면에서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한 모색을 통해 앞으로 세계가 필요로 할 검소함이나 합리성을 균형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나라라는 자의식을 갖추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하라 켄야, 내일의 디자인


"Goal 11: 자신의 거주지를 사랑하라. 로컬 트렌드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 (SDG) 행동 강령이다. 지역 사회에 적극 참여하고, 지역의 자연을 보호하며, 이웃과 친하게 지내고 새로운 이웃을 환영할 것을 요구한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대중교통을 요구하는 것도 주민의 책임으로 인식한다." - Futerra, 좋은 삶 목표(Good Life Goals)


2020

"로컬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물리적 공간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로컬에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로컬에 대한 인식,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로컬을 보는 우리 자신의 관점을 전환할 때 로컬의 다른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로컬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비로소 로컬의 미래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 조아신, 슬기로운 뉴로컬생활, 2020


"세계를 집으로, 지역을 고향으로. 세계와 지역은 더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국제적이면서 지역적으로 산다.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바이에른 깊은 숲 속을 고향으로 삼고 그곳에서 기업을 경영한다." 도리스 메르틴, 아비투스, 2020


"강남 정체성 발굴에서 중요한 콘셉이 로컬이다. 로컬이 필요할 것 같지 않은 강남이 정작 로컬 마인드가 가장 절실한 곳이다. 로컬이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라면, 바로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을 앞두고 촉발한 로컬 논쟁의 그 로컬로 이해하면 된다. 봉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상징하는 아카데미 상을 로컬 영화상이라고 평했다. 흥미롭게도 할리우드는 자칫 폄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 발언에 분노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영화산업의 유일한 중심지가 아닌 여러 중심지 중의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는 봉 감독의 조언에 공감한 것이다." - 모종린, 새로운 강남스타일은 골목에 있다, 모종린의 로컬리즘, 조선일보, 2020.6.5


"COVID-19 위기 속에서 우리가 새로 발견한 것은 집, 일상, 거리, 동네였다. 그중 한국 사회 미래에 가장 중요한 변화는 ‘동네의 재발견’이다. 동네에 대한 관심은 방역 단계에서 시작됐다. 전국 상황보다는 우리가 사는 지역 상황이 궁금해진 사람들이 구청 홈페이지와 지역 맘 카페를 찾았다. 지역 방역의 중요성은 중앙정부와 광역시가 아닌 기초단체에서 보내는 휴대폰 재난문자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보다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원거리 이동과 대형 실내공간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우리의 생활권이 실질적으로 동네로 좁혀졌고, 동네 가게, 거리, 상권이 우리의 관심사가 됐다. 실제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4월 전반적인 오프라인 소비는 줄었지만 집 주변에서 소비하는 홈 어라운드(Home Around) 지출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도 넓은 지역을 다니는 것보다 한 곳에 머물며 그 동네의 문화를 현지인처럼 즐기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 모종린, 국가만 재발견한 것이 아니다, 동네도 재발견했다, 여시재 인사이트, 2020.5.20


2021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는 두 번째 산에 사는 사람들,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에 의해 공동체는 복원된다." - 데이비드 브룩스, 두 번째 산, p.512


"그것은 세계가 우리들에게 가지를 더 많이 뻗으라고 요구할수록 우리는 각자 신뢰의 토양에 더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토양에서 풍요로워져야 하며, 다시 그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 처방을 내기리보다 실천하기가 어렵지만 그것은 우리 시대의 사명이며 우리 세대의 과제다. 우리가 고향이라고 부르는 곳과 진정한 공동체에 여전히 결속되어 있다는 걸 알면 먼 곳으로 대담하게 나아가기가 훨씬 더 싶다." - 토마스 프리드먼, 늦어서 고마워, p.671


"신도시주의자들은 전통적인 타운들이 갖고 있던 미덕 가운데 일부를 살리는 방식으로 지역 공동체를 건설한다. 그들은 상점, 행정기관, 직장, 정거장까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범위 내에 주택, 공원, 학교 등을 배치한다. 이는 편리함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공동생활을 촉진하는 만남들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기도 하다." - 마이클 샌델, 민주주의의 불만, p.444


2022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금융경제학자인 라잔 교수는 경제 위기에 대한 원인을 '불평등(inequality)'이란 한 단어로 결론 냈다. 2020년 새 달력을 마주한 그는 이 시대를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모두 고장 난 시대'라고 정의했다. 이번에도 해법은 한 단어로 명확하다. '지역 공동체(community)'. 지역 공동체를 살려내야 고장 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고쳐 쓸 수 있다는 게 시카고의 석학이 바라본 세계 경제의 미래다." - 라구람 라잔(R. Rajan), 2020년 매일경제 인터뷰


"There are signs of a major reorientation toward an economic policy framework that is rooted in production, work, and localism instead of finance, consumerism, and globalism. It might just turn into a new policy model that captures imaginations across the political spectrum." - Dani Rodrick, The New Productivism Paradigm, Project Syndicate, July 5, 2022


"장소와 공동체의 퀄리티에 기반한 웰빙의 개념을 통해 사회혁신이 제시하는 것은 새로운 문화의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다양한 문화가 꽃필 수 있는 토양을 위한 메타 문화의 씨앗이라면 더 좋다. 볼프강 작스(Wolfgang Sachs)의 표현의 빌려 나는 이를 세계주의적 지역주의라 부른다. 이는 장소와 공동체가 특정 지역에 고립된 존재들이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 속 노드가 되는 사회의 문화다. 이런 장소와 공동체들 속에서 단거리 네트워크는 지역의 사회 경제적 구조를 생산하고 재생하는 한편, 장거리 네트워크는 특정 장소와 주민 공동체를 지구의 다른 부분들과 연결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구 전체의 전반적 생태계에 다양성을 가져다주는 것, 우리와 앞으로의 세대가 잘 살아갈 회복력 있는 지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이런 장소들과 공동체라는 점이다." - 에치오 만치니,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 2018[2015], p.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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