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자본론

by 골목길 경제학자

골목길의 부상, 우리가 B도시로 간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골목길 현상은 라이프스타일 경제의 일부분입니다. 라이프스타일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도시 중심으로 성장해야 하고,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발전하는 도시,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늘려야 합니다. 한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이 압축되어 있는 장소가 바로 골목길입니다.


그래서 골목길 역사와 성공 조건에 대해 더 상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골목상권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글로벌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출합니다. 골목길 가치를 재발견을 한거죠. 그렇다면 지금 골목에서 활동하는 독립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정부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가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이 모든 논의는 결국 A도시, B도시의 선택으로 귀결됩니다. 당신의 도시는 어디입니까?



골목길 자본론


최근 한 10년, 뜨는 상권은 거의 다 모두 골목상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서울은 당연히 그렇지만 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 경주의 황리단길, 전주의 객리단길. 전주에 한옥마을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옆 동네가 객리단길입니다. 최근 우리가 지역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래도 지역에서 뭔가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은 골목길입니다. 서울은 홍대에서 시작했고, 홍대 삼청동, 가로수길, 이태원이 1세대 골목길입니다. 익선동, 망원동, 후암동, 부암동, 을지로가 최근에 뜬 골목상권들입니다.


골목길의 부상은 통계상으로도 나타납니다. KB경영연구소가 조사한 2014-2016년 상권 매출 증감률입니다. 보면 TOP 5가 용산구청, 홍대, 삼청동, 경희대학교, 서울대 입구, 저조한 지역이 잠실역, 명동, 동대문 역사 문화 공원입니다. 상권을, 골목 상권, 중심상권, 대로변 상권, 몰링 상권 이렇게 네 개로 분류하면, 지금 빠르게 성장하는 상권은 골목 상권이고 성장이 느린 상권이 중심 상권과 몰링 상권입니다. 몰링 상권은 대형 쇼핑몰이 있는 지역인데 대형 쇼핑몰의 쇠락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유럽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골목길을 연구하다 보면 많은 분이 질문을 합니다. 다음에 어떤 골목이 뜰지 이야기해달라고. 나름대로 이 문제를 많이 고민하니까 불러주시면 자문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골목길 역사를 보면, 골목길은 새로운 지역이 뜨는 것보다는 기존 골목상권이 확장하는 패턴을 따릅니다. 서울에는 골목상권 중심지라고 할까, 거점이 네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서부지역의 홍대고, 도심의 삼청동, 남산권의 이태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건대 앞, 성수동, 뚝섬에 형성된 동부지역 상권입니다. 성수동이 제일 소규모이고, 가장 큰 골목 상권은 홍대입니다. 홍대 다음으로는 이태원, 삼청동 순입니다.


원조 이태원은 해밀턴 호텔 주변입니다. 이태원의 확장 경로를 보시죠. 동쪽으로는 한남동으로 확장했습니다. 리움 뮤지엄 주변의 이 지역을 꼼데가르송길이라 합니다. 한남동은 거기서 더 아래쪽, 순천향병원 방향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서쪽으로는 경리단길로 이동했습니다. 경리단길을 타고 하얏트호텔 지역까지 확장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해방촌입니다. 골목상권이 대로를 뛰어넘기 어려운데, 이태원 상권은 3호 터널 가는 길, 이 큰 도로를 뛰어넘어 해방촌으로 뻗어 나갔습니다. 해방촌으로 넘어간 이태원 상권은 지금은 후암동으로 번지는 상황입니다. 현재 추세라면 앞으로 이태원 중심의 남산권은 서울역, 남촌 지역까지 확장될 것 같습니다.


홍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보통 지도를 보시면 홍대 앞이 원조 홍대입니다. 여기서 시작된 홍대가 동서남북으로 확장했는데 최근 확장 경로가 동쪽입니다. 경의선 숲길을 타고, 서강대, 효창공원, 마포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처음 번진 곳은 남쪽 상수동, 그리도 동쪽 합정동입니다. 합정동으로 넘어 간 홍대는 이제 망원동, 성산동, 삼암동으로 퍼집니다. 북쪽으로는 연남동, 연희동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홍대가 확장하다 보니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적인 연세대 지역인 연희동, 신촌, 그리고 서강대 주변도 다 홍대라고 부릅니다. 홍대 상권이 마포 상권 전체를 포괄할 날이 멀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어느 수준까지 홍대가 더 확장할 수 있을까요? 서울시와 서대문구가 노력함에 따라 은평구로도 넘어갈 수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잘만하면 연희동에서 남가좌동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조금 있다가 사진으로 보여드리겠지만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언덕과 하천이 장애물입니다. 연남동에서 수색으로 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경의선 동쪽 끝이 모래내인데, 보행로를 정비하면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지금 확장되는 방향은 서강대 쪽입니다. 현재 추세라면 효창공원 쪽으로 해서 용산까지 넘어가지 않을까요? 홍대가 은평구까지 넘어가면, 서부지역 전체가 홍대 상권이 되는 겁니다.


이렇게 골목상권이 중요하지만 아직 개념도 정리된 상태가 아닙니다. 골목상권의 반대말이 대로변 상권입니다. 하지만 모든 골목상권이 골목상권이 아닙니다. 골목길에 들어가는 업종에 따라 갈리는데, 젊은 층, 2~30대 여성이 좋아하는 업종의 가게가 모여야 골목상권이라 부릅니다.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업종만 있으면, 같은 골목길이라도 먹자골목이라고 합니다. 골목상권이 되려면, 커피전문점, 파스타집, 빵집 등의 가게와 코-워킹 스페이스, 독립서점, 게스트하우스, 복합 문화공간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골목상권 개념이 통일되어 있지 않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공공에서 자료를 수집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본 데이터 중에서는 놀랍게도 맛집 데이터가 골목상권의 실체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맛집 데이터가 많이 있지만, 사회과학적으로 쓸 수 있는 자료는 2008년부터 시작해 매년 맛집을 독립적으로 추천하는 블루리본입니다. 서울에서는 행정구역뿐만 아니라 상권별로 맛집 통계를 잡습니다. 2012년과 2017년을 비교해 봤습니다. 2012년은 서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한 해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2016년 되면 완화되기 때문에 2012-2017년 사이의 변화를 보시면 젠트리피케이션의 여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블루리본은 서울을 66개 상권이 나눕니다. 제가 자의적으로 이를 15개 골목지역, 51개 비 골목지역으로 분류했습니다. 골목상권이 총 66개 중 15개, 23% 비중을 차지합니다. 20% 수준의 골목상권이지만 맛집 수는 50%가 넘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1399개 맛집을 추천했는데 666개가 골목상권에 위치해 있습니다. 50%면 굉장히 많은 것입니다. 골목상권을 안 가신다면 맛있는 것을 많이 드시지 못하신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만큼 골목상권은 요식업에서 제일 중요한 상권입니다.


상권 순위를 보시죠. 1등은 홍대입니다. 143개가 있습니다. 블루리본은 홍대를 홍대 앞-합정, 연희-연남으로 따로 분류했습니다. 그래도 연희-연남이 65개로 3등입니다. 2등은 102개의 이태원입니다. 예상과는 달리 강남지역 상권은 음식점으로 유명하지 않습니다. 강남역 21개, 논현동 22개, 압구정동 43개, 가로수길 47개로 홍대 상권에 미치지 못합니다. 일반 사람들 생각하는 것보다 맛집은 강북 골목상권이 밀집되어 있고, 그래서 언론이 ‘왜 밀레니얼들은 강북 골목길만 좋아할까’라고 질문합니다. 구단위로 보면 강남구에 맛집이 가장 많습니다. 그다음이 마포구, 용산구입니다.


2012-2017년 변화를 보시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맛집 증가율이 가장 높은 상권은 모두 골목상권입니다. 맛집 변화 기준으로 보면 흥미로운 지역이 세 지역입니다. 쇠락한 지역, 새롭게 뜬 지역, 그리고 계속 뜨는 지역입니다.

2015년에 비해 맛집 수가 크게 줄어든 골목지역은 압구정동, 가로수길, 삼청동입니다. 언론에서 이들 지역을 젠트리피케이션 피해가 큰 지역으로 지목하는데, 맛집 통계가 이를 확입니다. 피해가 가장 큰 압구정동은 2012년에는 60개 맛집이 있었는데 2017년에는 43개로 줄어듭니다. 가로수길도 51개에서 47개로 감소합니다. 삼청도도 52개에서 40개로 줄어듭니다. 청담동도 성장하는 지역이 아닙니다. 청담동 가보신 분들은 옛날 같지 않고 사람도 별로 없고 임대 사인이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맛집 통계가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 뜬 지역이 도산공원, 서래마을, 한남동, 부암동, 성수동, 연희-연남입니다. 언론 보도와 일치하는 현상입니다. 의외로 망원동, 을지로, 익선동, 후암동 등이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2017년 랭킹이 2016년 자료로 집계됐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난 1-2년 사이에 부상한 상권은 포함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지역이 “계속 뜨는 지역”입니다. 젠트리피케이션 피해가 발생했지만 이태원과 홍대에서는 계속 맛집 수가 늘어납니다. 홍대 같은 경우, 85개에서 143개로 증가 거의 두배로 늘어났습니다. 이태원도 85개에서 102개로 늘어납니다. 연희-연남을 홍대로 포함할 경우, 맛집 총수는 228개, 새로 부상한 망원동, 서강대를 포함시키면 홍대의 위력은 가공할 만합니다.


계속 뜨는 이유는 홍대와 이태원이 뻗어 나갈 곳이 있기 때문입니다. 홍대 중심은 쇠락해도 주변 지역이 받쳐주는 거죠. 더 중요한 것은 정체성입니다. 홍대는 우리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독립문화, 보헤미안 문화가 집결된 대안문화지역입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삐딱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진보적이고 독립적인 사람들이 만드는 문화이기 때문에 이들 같은 사람을 대규모로 이주시키기 전에는 홍대 문화를 복제할 수 없습니다. 이태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과 교표들이 사는 동네고, 이들이 만들어낸 주민 문화입니다. 반대로 압구정동, 가로수길, 삼천동에는 주민 문화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가게만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 옆 동네에 비슷한 가게가 생기면 고객을 뺏깁니다.


사실 제가 골목상권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산업적 가치입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골목상권에 우리나라의 미래산업인 관광산업, 문화산업, 창조산업이 몰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골목상권은 단순한 상권이 아니고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될 창조도시 모델입니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여행자도 서울의 골목상권을 찾습니다. 우리가 보통 여행을 할 때 세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가 자연경관 여행입니다. 두 번째가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는, 역사문화재 관광입니다. 마지막이 도시 여행입니다. 이 셋 중에서 도시 여행이 점점 인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시 여행이 뭘까요? 한 도시에서 머무르면서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현지인들이랑 친해지고, 그 도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먹고, 어떻게 보면 거의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맛집만 다니는 여행이 도시 여행입니다. 간간이 갤러리도 가고 시내 안에 있는 문화재도 보지만 기본적으로 맛집 투어, 쇼핑투어입니다. 맛집도 음식점만이 아닙니다. 커피, 디저트, 바, 수제 맥주, 거리 음식, 이런 식으로, 다양한 유형의 맛집을 즐깁니다.


도시 여행은 젊은 층의 보편적인 여행 방법입니다. 뉴욕 타임스 2017년 처음으로 부산을 그 해에 꼭 가야 할 도시로 추천했습니다. 그런데 이 신문이 추천한 부산 장소가 아주 의외입니다. 전포 카페거리와 인디 디자인 씬, 디자인 관련 시설을 보고 오라고 합니다. 기성세대 입장에서 보면 부산하면 어디입니까?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해운대는 특별하지 않은가 봅니다. 부산 문화를 체험하고 싶으면 전포 카페거리를 가라. 전포 카페거리 아시는 분 얼마나 계십니까? 서면에 있는 부산을 대표하는 골목상권입니다. 서면이 명동 같은 중심지인데, 그 안에 을지로 같은 공구, 가게들이 모여있는 상권이 전포 카페거리입니다. 그리고 저도 몰랐는데 부산에 디자인 관련해 매력적인 공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국내 관광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는데 문제는 골목상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수준의 골목상권을 전국 각지에 조성하지 않으면, 미래 여행자와 외국인 여행자를 지방으로 유치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하게 우리나라는 자연경관이나 문화재로 경쟁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물론 경주와 세계적인 문화재 도시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주에서도 골목상권이 우선입니다. 경주는 이미 문화재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남산뿐만 아니고, 고분이 많아서 도시경관 자체가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어떻게 보면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아주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경주가 교토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교토처럼 매력적인 가게들이 많아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교토를 골목길의 성지로 생각하는 이유는 사찰과 신사 때문이 아닙니다. 맛집, 커피전문점, 카페, 옷가게, 공예공방 등 교토가 자랑하는 장인 가게를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토는 도시 구조가 그냥 끊임없이 걸어 다니면서 여행할 수 있는 걷고 싶은 도시입니다. 처음 제시한 B도시의 전형입니다.


경주 포석로(황리단길)


그런데 정부는 교토의 문화재만 벤치 마크합니다. 교토는 절만 삼천 개다, 세계 문화유산이 15개다, 그런데 우리 경주는 세 개 정도 있다, 그러니까 문화재를 빨리 늘려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경주는 황룡사와 고분 복원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 규모가 엄청납니다. 도시 전체가 공사장이 됐고, 소요 예산도 10년 동안 2조 원을 투입니다. 그 돈의 1/10만 도시 문화 인프라에 투자한다면, 경주도 교토와 같은 즐길거리가 많은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렇게 시대 조류에 맞지 않는 사업에 돈을 쓰는 사이, 경주 젊은이들이 나서 정부 지원 없이 ‘황리단길’을 개척합니다. 불과 1년 반 만에 경주 최고의 관광명소가 됐습니다. 황리단길 입구에 위치한 브런치 식당 노르딕이 이 길의 첫 가게입니다. 그 가게가 들어선 이후 금방 100개 정도의 가게가 골목길을 채웠습니다.


지난봄입니다. 연세대학교에서 교수 휴양지로 경주에 갔는데, 기성세대 교수는 모두 학교가 준비한 문화재 투어를 갔는데 젊은 교수들은 '몰래' 황리단길에 갔습니다. 이렇게 우리 사이는 라이프스타일에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다른 길을 가고, 이 차이가 도시, 산업, 정치, 사회 전 영역에서 세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거의 40조를 해외에서 쓰고 있는데, 국내 관광을 안 가고 해외로 가는 이유는 지역에 기본적으로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재나 자연경관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까, 도시 문화 인프라를 잘 개척해서, 더 많은 B도시를 만드는 것이 가장 빠른 국내 여행 활성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홍대 같은 지역을 많이 만들면 됩니다. 저는 50개 정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구 백만이 한 개의 홍대를 지원할 수 있다면, 우리가 5천만이니까 50개가 가능합니다.


골목길 현상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제가 스탠퍼드 대학에 다닐 때에는 이 대학이 위치한 실리콘밸리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 대학과 휴렛팩커드가 있는 팰로앨토에서 시작해서 산호세 쪽으로 뻗어 나간 산타클라라 카운티 중심의 신도시입니다. 실리콘밸리 지역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분당과 판교와 같은 교외 지역입니다. 회사 건물들도 창고 건물 같은 건물이 이어져있는 대로변에 위치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골목 지역은 원도심, 그러니까 샌프란시스코 도심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101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당시, 80년 후반에는 샌프란시스코가 그리 매력적인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일부 부촌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지역이 히피들이 많고치 안이 불안한 지역이었습니다. 스탠퍼드와 경쟁하는 버클리 대학이 위치한 버클리는 더욱 “과격’했습니다. 저희는 실리콘밸리가 천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지역경제의 중심지도 실리콘밸리였습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오늘날,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미국의 밀레니얼이 실리콘밸리와 같은 근교 도시를 거부하고 모두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도심지역, 다운타운을 선호합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홍대나 강남의 골목지역 같은 장소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젊은 직원들을 위해 통근버스를 운영을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안 오니까요. 그래서 우버, 에어비앤비 등 새로 생기는 기업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합니다.


작년 같은 경우, 샌프란시스코의 벤처 캐피털 투자 규모가 실리콘밸리를 추월했습니다. 북가주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이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을 한 것입니다. 뉴욕, 보스턴, 그리도 다른 나라의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사가 교외에 있던 기업들이 전부 도심으로 이사 갑니다. 젊은 사람들이 도심에서 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최근 언론에서 30대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으로 강남구, 용산구, 마포구, 성동구를 주목했습니다. 강북 상황이 흥미로운데 왜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일까요? 재개발도 하고 강변 위치가 좋고, 여러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결정적으로 마포에는 홍대가, 용산은 이태원이, 성동구에는 성수동에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골목상권 지역에서 즐기기만 하고 싶은 것이 아니고, 살고 싶고, 일하고 싶은 것입니다. 매력적인 골목 상권이 젊은 인구를 유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창조 인재, 창조 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도시 문화 인프라, 이중에서도 골목 지역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도시 문화는 골목길에서만 가능합니다. 논리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실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시죠. 신도시가 문화 중심지, 관광 중심지가 된 적이 있나요? 신도시는 관광지가 될 수가 없습니다. 최소한 3~40년, 보통 100년~200년 지나야 도시 감성을 담은 특별한 도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서울로 따지면 강북의 골목 지역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관광산업, 문화산업, 창조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곳입니다. 골목 지역이 미래 경제에 중요한 도시문화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문화산업과 창조산업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에, 골목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골목길을 기억, 추억, 역사, 감성 이런 장소로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나라 미래를 봐서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창조산업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고, 저는 이를 새로운 형태의 자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골목길 자본론>에 자본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습니다.


궁금하시죠? 왜 골목길이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는지. 그 답은 서구인의 가치 변화,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있습니다. 이제 탈물질주의, 탈물질적 라이프스타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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