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라이프스타일 도시는 어디일까요? 한국에 사람과 돈, 그리고 인재가 모인 기업이 모이는 지역 도시가 있다면 그곳은 제주입니다. 한국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자료입니다. 2014년 현재 한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인기 좋은 도시가 제주입니다. 2004년에 비해 서울 선호다 떨어진 것도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탈서울, 귀농귀촌 현상이 보여주듯이 서울 장악력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제주, 부산, 춘천, 경주 등이 살고 싶은 도시 TOP 10입니다. 이 중 산업 도시는 하나도 없습니다. 제주, 춘천, 전주, 강릉, 경주가 10년 전에 비해서 인기 높아진 도시고, 대구, 광주, 대전이 10년 전보다 인기가 떨어진 도시입니다. 그 차이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라이프스타일 차원에서 보면 젊은 사람들이 가서 사진 찍을 장소가 많은 도시가 부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여행을 안 가는 대구, 광주, 대전이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10등 안에 못 들었지만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도시는 통영, 순천, 안동, 이런 도시입니다. 전부 산업화를 피해 간 도시들입니다. 전통적으로 문화가 강했던 도시들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적인 트렌드에 예외가 아닌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지역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산업화해보자,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갖고 있는 생활산업을 고도화해보자. 그런 문제의식에서 각 도시의 생활 산업을 발굴하고 이 산업이 벤치 마크해야 할 선진국 도시를 제시한 책이 <라이프스타일 도시>입니다. 제가 각 도시에 미래 지역산업에 대해 훈수를 둔 셈입니다. 다른 연구자와 달리 저는, 우리가 벤치마크를 할 대상을 외국 기업이 아니고 외국 도시로 설정했습니다. 부산의 신발 산업은 포틀랜드, 강릉의 커피산업은 시애틀 이런 식으로요. 각 도시에 필요한 것은 포틀랜드식 도시산업 생태계입니다. 산업 경쟁력은 생산자 경쟁력만이 아닙니다. 소비자, 전문인력, 도시 전체가 참여하는 생태계가 경쟁력입니다.
앞으로는 라이프스타일 산업과 도시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로컬 지향의 시대가 왔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로컬 지향은 다섯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가 귀농귀촌 현상입니다. 그다음이 탈 서울, 제주 이민 현상입니다. 동네 지향이 그다음 현상인데 골목상권의 부상도 동네 지향 현상입니다. 요새 스세권이라는 말을 씁니다. 스타벅스가 있는 동네, 스세권에서 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소비도 집에서 500M 안에서 다 소비한다는 언론 기사가 나옵니다. 어렸을 때 가족끼리 외식하려면 어디로 갔었습니까? 명동 시내로 갔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더 이상 멀리 가지 않습니다. 거의 다 자기 동네에서 해결하는데 그만큼 골목상권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도 제가 사는 연희동, 연남동을 떠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강남 가고 광화문 갔어야 했죠.
장소 지향도 로컬 지향의 한 유형입니다. 요새 친구들이 사진 찍기 좋아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사진 많이 찍은 핫 플레이스를 찾습니다. 내가 있는 장소가 나를 말한다, 는 말도 하고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창업할 때 공간 이야기를 합니다. 골목 가게를 공간이라 부릅니다. 디자이너, 건축가 출신이 많아서 인지 지역에서 공간으로 승부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음식점은 맛, 커피 집은 커피로 승부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눈에 딱 띄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공간, 결정적으로 사진 찍기 좋은 장소와 건물에 사람과 돈이 모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고향 지향도 새로운 현상입니다. 지방 젊은이들이 옛날보다 서울에 많이 안 옵니다. 서울에 있어도 돌아갑니다. 영화에도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리틀 포레스트>가 그런 영화입니다.
과연 우리가 지역 중심으로 살겠다는 젊은 세대에게 충분한 일자리와 생활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지역의 지도층 조차 아직도 인재를 서울에 보내야 한다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냐 하면, 제주도 관광산업은 인재를 경상도 지역 대학에서 충원합니다. 서울 사람은 제주가 온통 돈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여행산업에 투자하는데, 정작 제주 주민은 자녀를 서울로 보내기 위해 교육합니다. 제주 대학도 마찬가지고요. 서울 대기업을 위한 인재를 육성하지, 제주의 관광산업을 위해 인재를 육성하지 않습니다.
전국적인 현상입니다. 그래서 현재 지역을 가면 외지인, 특히 서울 사람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합니다. 고향이 아니어도 안동, 강릉, 공주, 전주 등 문화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사해 골목 가게를 창업합니다. 지역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 가서 대기업 가라, 과연 이것이 얼마나 오래갈까요. 과거에는 인재를 중앙에 보내면 중앙이 지역에 공장을 내려 보냈는데, 솔직히 중앙, 서울 기업이 더 이상 지역에 보낼 공장을 짓지 못합니다. 현재 생산 능력을 유지하면 다행이니까요.
라이프스타일 생태계가 중요한 대표적인 도시가 부산입니다. 한국에서 신발산업의 중심지는 부산이고, 그래서 부산이 포틀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도시입니다. 과연 부산이 포틀랜드와 경쟁할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부산 기업에 R&D, 마케팅을 지원하면 나이키와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태계 관점에서 보면 부산이 필요한 것은 포틀랜드가 보유한 라이프스타일 산업 생태계입니다.
현재 부산 산업은 생상자 중심입니다. 신발 생산자, 생산 공장만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부산 소비자가 운동화를 많이 신고, 운동을 많이 할까요? 부산에 세계적인 신발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있을까요? 물론 전문인력이 다른 도시보다 많지만,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지원할 정도로 많지는 않습니다. 부산에 와서 창업하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포틀랜드에 비해 가장 부족한 것은 라이프스타일입니다. 부산에 과연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이 있을까요? 부산의 생활은 서울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 아파트에서 살면서 자동차 문화를 즐깁니다. 바다가 부산의 차별성이지만, 그 또한 라이프스타일로 생활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서핑 등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은 부산에서도 소수입니다. 부산이 아웃도어 산업을 육성해 포틀랜드와 경쟁하려면 도시문화 자체가 변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아웃도어, 해양스포츠를 즐기고, 이를 부산 라이프스타일로 생활화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역은 앞으로 자생적인 산업생태계를 구축해 지역에 남길 원하는 지역 인재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합니다. 쉬운 것부터 먼저 해야 합니다. 지역 문화,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생활 산업,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구축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일입니다. 다행히 미래 세대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로컬로 변하니, 지역 산업을 개척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