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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Oct 31. 2021

개항도시의 정체성

개항도시, 인천이 정체성에서 미래를 찾는다면 이 한 단어로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다. 19세기 말 조선이 여러 항구를 개방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개항도시, 즉 다국적 조계지가 들어선 국제도시는 제물포(인천)가 유일하다.


원도심 근대문화

인천 개항 지역은 행정적으로 현재 인천 중구와 일치한다. 중구는 반나절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 압축도시다. 개항도시의 보행 환경을 잘 유지해 산책하기 좋은 도시다. 건물 하나하나가 문화재인 거리를 걷는 재미가 남다르다.  


인더로컬 김아영 대표가 선택한 동부 코스는 동인천역에서 시작한다. 동인천역-자유공원-송학동-중구청-신포동-배다리로 연결되는 코스다. 서부 코스는 차이나타운에서 시작, 송월동, 만석동, 북성동을 거쳐 월미도에서 마칠 수 있다.


필자 인상으로는, 중구 상권은 아래와 같이 7개 상권으로 나누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

1. 월미도

2. 송월동-만석동-북성동

3. 차이나타운

4. 중구청 지역 (관동, 중앙동)

5. 신포동

6. 개항로(싸리재)-배다리

7. 동인천동-자유공원-송학동


처음으로 방문한 월미도, 전쟁, 공단조성, 매립지 확대로 1920년대 휴양지로 개발할 만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뭐를 해야 월미도가 전통에 맞게 발전할 수 있을까? 현재 원도심에서 유일하게 낙조를 즐길 수 있는 바닷가 산책로가 가장 큰 관광자원이다. 놀이시설이 많이 들어가 있고 계속 늘어나지만 매력적인 거리 중심의 도시 문화 트렌드에 맞는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산업단지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진입로가 장애물이다.



송월도-만석동-북성동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 자주 등장한 철길과 고가에 둘러싸인 판잣집 지역이었다. 지금은 재개발로 영화에서 나오는 2000년대 초반 모습은 많이 사라졌다. 우연히 만석동에 동일방직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산업 유산이 많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조건 철거하지 말고 일부라도 남겨 공장과 사택이 어우러지는 만석동 특유의 경관을 보전하길 기대한다.



차이나타운은 전국 최대 규모다. 다른 차이나타운과 달리 문화와 역사 자원도 풍부하다. 숙제는 로컬 브랜드 생태계 조성이다. 더 조사해야겠지만 차이나타운 산업은 외식과 기념품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 모던 중식, 중식 비스트로, 바이주 바, 그로서리 마켓 등 외식 분야도 젊은 세대 취향의 업종으로 확대해야 한다.


중구청 지역은 박물관 지구로 진화한다. 인천시가 꾸준히 구건물을 매입해 문화시설로 전환한다. 대표적인 곳이 대한통운 창고 지역을 리모델링한 인천아트플랫폼이다. 덕분에 중구청 지역은 한국 도시에서 보기 힘든 쾌적한 역사문화 지역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수제 맥주, 이탈리안, 커피전문점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업종이 모이기 시작한 상권도 활력이 보인다. 1980-90년대 록, 메탈 밴드와 클럽 문화를 회복하면, 예술가와 소상공인이 도시 문화를 창조하는 인천의 홍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1990년대까지 인천의 명동이었다는 신포동은 신포국제시장과 연결된 전형적인 원도심 상권이다. 원도심 중심가는 재생하기 쉬운 지역이 아니다. 과거 영화 때문인지 임대료가 아직 높고, 상인들도 콘텐츠 변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곳은 신포동 동쪽 싸리재 지역(경동)이다. 도시재생 스타트업인 개항로 프로젝트가 지역 노포와 협업하여 15개의 새로운 공간을 창업했다. 인천의 전통적인 헌책방 지역인 배다리와 연결되어 상업시설과 문화시설이 결합된 도심 골목상권으로 자리 잡는다.



동인천역에서 시작해 자유공원에 이르는 지역이 동인천동-자유공원-송학동이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주택 양식과 상업 업종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상권이며, 특히 자유공원 주변은 청년세대 취향의 골목상권으로 변신한다. 마담티, 서담재 등 일부 가옥은 문화공간으로 개조되어 동네 앵커 시설 역할을 톡톡이 한다. 전반적으로 다시 살아나는 오래된 카페촌 느낌이다. 더 궁금한 독자에겐 인더로컬 인천의 ‘동인천 각양각색 주택살이 탐방 투어’를 추천한다.


7개 상권 중 로컬 브랜드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여행 가듯 찾는 골목상권은 동인천동-자유공원-송학동과 개항로-배다리다. 개항로는 이미 등재된 상권이지만, 동인천동은 이번에 새로 등재했다. 중구청 지역은 더 많은 골목 업종이 들어가면 골목상권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제 인천의 등재 골목상권은 동인천동, 개항로-배다리, 구월동, 부평 평리단길, 부평 청리단길(굴포천), 이렇게 5곳이다.


원도심에 매력적인 상권을 늘리기 위해 해야 일은 지속적인 보행환경 개선, 동네 특성에 맞는 문화시설 투자,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과 지원, 그리고 자연스러운 동네 분위기의 회복이다. 필자의 눈에 자연스럽지 않은 경관과 거리 조성 사업은 중구청 앞길 일본거리, 송월동 동화마을, 월미도 놀이공원이다.


장기적으로는 원도심 재생의 목표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라도 상권활성화를 넘어 로컬 브랜드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 인천으로 사람을 유인할 정도의 평판이 있는 지역 기반 기업이 로컬 브랜드다. 이중 전국 시장으로 진출한 인천 브랜드라 하면 대한제분 곰표국수, 도레도레, 인천맥주가 떠오른다.


로컬 브랜드 생태계로 유망한 상권은 중국 문화 로컬 브랜드를 배출할 수 있는 차이나타운과 중구청 지역, 예술가와 소상공인 문화가 결합된 로컬 브랜드 창업에 적합한 중구청 지역과 개항로-배다리 상권이다.


원도심 해변 공간 복원

인천 원도심이 개항도시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항구도시로서의 외관적 매력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근대화 이후 끊임없이 진행된 매립과 산업시설 건설로 원도심은 항구도시로서의 매력을 상실했다. 원도심 내항에 편하게 산책할 수 있는 해변길이나 해수욕장이 없다. 월미도 해변로도 높은 둑 위에 조성되어 우리가 보통 기대하는 쾌적한 해변길과는 거리가 멀다.


송도 역시 매립지와 신도시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개발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드는 자연 해변 조성 사업은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현재 송도의 해안은 시멘트 방파제로 만들어진 인공 해안이다. 방파제 위에 산책로를 조성했지만 방파제 높이 때문에 산책로에서 바다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항구도시에 어울리는 자연적 해변의 조성이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꿈꾸는 인천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현재 건설되는 인천시가 만석동과 화수동 일대의 보행로 모델로는 부족하다. 바닷가 모습을 상실한 해변의 고가로 연결된 산책로보다는 자연 해변 복원이 중요하다. 역설적이지만 월미도유원지, 송도유원지 등 1930년대 한국에서 처음으로 인공 해수욕장을 조성한 곳도 인천이다.


요코하마 재생 모델

인천이 벤치마크해야 할 도시는 인천과 마찬가지로 개항도시로 출발해 수도권의 배후 항구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일본 요코하마다. 일본은 1988년부터 구도심·항만공원과 연결된 ‘미나토 미라이 21’ 신도시를 조성해 요코하마를 일본 사람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들었다.


요코하마의 가장 큰 매력은 서쪽의 신도시, 중간의 항만공원과 쇼핑 지역, 동쪽의 근대문화 지역을 일렬로 연결한 도보길이다. 주요 지역을 걸어서 돌아볼 수 있게 만든 도보길을 중심으로 요코하마 특유의 문화가 꽃 필 수 있었다. 닛산자동차 등 일본의 글로벌 기업들도 요코하마가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이끌려 속속 본사를 이전해 왔다.


인천도 요코하마와 같이 도시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원도심과 신도시를 아우르는 해양도시 특유의 문화와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특히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원도심과 미래를 지향하는 송도를 연결하고 통합하는 물리적, 문화적 연결망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


12km 떨어진 인천 중심가와 송도 신도시를 하나의 문화권으로 통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보행길, 자전거길, 경전철 등 친환경적인 공공 교통망을 확충하고 이를 연결하는 시설의 주변을 창의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고민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다.


원도심의 근대문화 자산, 동북아 핵심 도시와 연결된 해운과 항공 네트워크, 동북아 국제기구·글로벌교육·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송도 신도시 등 인천은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도약하기에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원도심 중심으로 인천 고유의 가치와 문화를 접목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기업과 산업을 더할 수 있다면 인천은 창조도시이자 동시에 라이프스타일 도시로 재탄생할 것이다.


<추천 문헌>

양진채,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 소설 속의 인천, 강, 2021

인천의 창작자들,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스펙터클위크, 2019

정진오, 인천,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시리즈, 가지, 2020

Highfive Incheon,  인더로컬, 2021

Spectacle, 스펙터클위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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