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휴머니스트의 반격

by 골목길 경제학자

인간성을 위협하는 기술의 도전에 인간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제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18-19세기나 지금이나 인간의 대응에는 일정한 패턴이 보인다. 반反기술, 탈脫기술, 선善기술 중 하나를 선택해 기술과 독립된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세 가지 대안은 기술에 대응하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운동으로서 사회주의, 아나키즘, 전체주의 등 새로운 정치체제로 기술사회에 대항한 정치 운동과는 다르다.


[反기술]

기술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의 본능적 반응은 반기술이다. 새로운 기술을 반대하는 입장과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 반기술의 원조는 19세기 초 러다이트(Luddite)다. 수공업자로 일하던 그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뺐는다고 믿은 기계를 조직적으로 파괴했다. 1811년 11월과 1813년 1월 사이에 벌어진 수공업 노동자의 집단행동으로 섬유산업이 밀집된 영국 중부 지역은 내란 수준의 위기를 겪는다. 영국 정부가 대규모 군대를 파견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후에나 소요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기계 파괴를 상징한 러디즘(Luddism)은 그 후 신기술에 대한 모든 유형의 저항 운동을 의미하는 단어로 바뀐다. 현대에도 다양한 부류의 네오-러다이트들이 활동하는데, 여기에는 반기술 활동가뿐만 아니라 반세계화주의자, 환경운동가, 반자본주의자들도 포함된다.


[脫기술]

기계에 직접 저항한 노동자와 달리 19세기 휴머니스트 지식인들은 예술과 자연을 통해 인간성을 복원하는 일에 집중했다. 과학기술의 영향에서 벗어난 영역을 찾고 이를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의 대응을 ‘탈기술’로 표현할 수 있다.


18세기 영국 낭만주의, 19세기 프랑스 보헤미아니즘(낭만주의와 자연주의), 19세기 독일과 미국의 초월주의가 탈기술의 유형이다. 휴머니스트들이 지적 활동으로만 탈기술 사회를 옹호하지 않았다. 직접 아니면 지지자들이 자연과 도시에서 탈기술, 인간 가치에 충실한 공동체를 건설했다.


대표적인 지식인이 수공업과 마을 공동체 중심의 경제를 이상향으로 제시한 영국의 존 러스킨과 윌리엄 모리스다. 특히, 모리스는 ‘존재하지 않은 곳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에서 사람들이 국가와 대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과 이웃이 필요한 만큼만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19세기 보헤미안의 활동은 예술과 공동체 운동으로 그치지 않았다. 보헤미안들은 물질사회, 부르주아, 기술사회에 대응하는 보헤미아니즘이라는 하나의 세계관을 제시했고, 이 보헤미안 전통은 현대에도 과도한 기술사회와 물질사회에 저항하는 강력한 문화운동과 라이프스타일로 작동한다.


[善기술]

세 번째 유형이 새로운 기술을 보다 인간적인 기술로 바꾸거나 이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선기술’ 운동이다. 일반적으로 착한 기술, 기술의 인간화로 표현되는 대응 방식이다.


20세기 중반 선기술은 마하트마 간디, E.F. 슈마허 등 존 러스킨을 따르는 사상가들에 의해 착한 기술, 적정 기술, 중간 기술의 개념으로 현장에서 응용됐다. 1960년대 이후 PC, 인터넷, SNS, 블록체인 등 개인을 해방하는 기술을 개발한 실리콘밸리 리더들도 선기술 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막 기반을 다진 19세기에는 20세기와 같은 선기술 의식이 약했다. 기술의 인간화를 시도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운동으로는 중세적 수공업의 부활을 추진한 러스킨과 모리스의 미술공예운동, 건축을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을 통합하려고 한 1920년대 독일의 바우하우스, 생활용품을 예술가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 창업한 윌리엄 모리스의 디자인 기업 '모리스 마셜 포크 회사'를 들 수 있다.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 노동의 즐거움, 주체성과 창의성, 건축환경과 소비재의 미적 가치를 높이는 생산 방식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선기술 운동의 한 유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2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20세기 중반에도 휴머니스트들은 유사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반기술, 탈기술, 선기술을 통해 보다 인간적인 기술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Big Tech와 Al의 도전에 직면한 우리의 고민은 다를까? 반기술, 탈기술, 선기술은 우리에게 기술사회의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운동의 수단과 더불어 기술사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기술을 제공한다.


Photo by Linus Mimiet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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