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회에서 기술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요? 그럼 크리에이터가 좋은 직업입니다. 크리에이터는 적어도 아직은 기계가 인간과 경쟁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여러분은 크리에이터 하면 누구를 연상하나요? 예술가, 디자이너, 유튜버? 예, 다 맞습니다.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터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입니다.
요즘 지역에서 지역 자원을 활용한 창업자도 크리에이터라고 부릅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그들입니다. 로컬 크리에이터를 복잡하기 정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말 그대로 로컬 문화를 창조하는 사람입니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상당수는 전통적인 크리에이터입니다. 예술, 공예, 건축, 디자인, 콘텐츠를 전공한 사람이 많습니다.
왜 크리에이터가 로컬로 가는 것일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로컬에서 크리에이터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왜냐고요? 모든 크리에이터의 운명이 팬덤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팬덤이 크리에이터에게 중요합니다. 그 팬덤을 만들기 좋은 곳이 로컬입니다.
팬덤 구축 방법을 팬덤 가치(본질과 로컬)와 팬덤 활동 장소(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따라 4개로 분류해 봤습니다. 4개의 조합이 나옵니다.
팬덤은 업의 본질과 가치에서 파생됩니다. 온라인이던, 오프라인이던 비즈니스의 본질, 브랜드가 표방하는 가치에 충실하는 것이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법인 거죠. 하지만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로컬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먼저 온라인입니다. 하이퍼로컬 서비스 들어보셨죠? 당근마켓과 네이버 카페가 하이퍼로컬, 즉 작은 동네의 상인과 상인, 상인과 주민, 주민과 주민을 연결하는 서비스입니다. 하이퍼로컬의 선두 주자인 당근마켓은 주민 간 중고품 거래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동네에 사는 주민의 중고품을 더 신뢰하지 않을까요?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만나기도 쉽고요. 판매자 입장에서도 동네 평판을 무시할 수 없고요. 그래서 저는 당근마켓이 로컬 신뢰를 바탕으로 독특한 팬덤을 구축했다고 평가합니다.
오프라인에서도 로컬 팬덤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대전 성심당입니다. 성심당을 표현하는 문장들을 보시죠. 노잼 도시라 불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대전 시민이 압도적으로 사랑하는 브랜드가 성심당입니다. 대전에서 추천하고 싶은 공간 1위, 대전에서 추천하고 싶은 음식 1위. 대전 프라이드의 거의 100%가 성심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성심당이 대전의 문화입니다.” 성심당 본점 정문에 쓰인 사인입니다. 로컬이 많이 활성화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 중 성심당만큼 깊은 수준에서 로컬을 마케팅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성심당 로컬 전략의 핵심은 대전 사업장 고수입니다. 타 지역으로 진출하지 않습니다. 성심당 빵 먹고 싶으면 대전으로 와라가 성심당의 철학입니다.
성심당이 이렇게 대전에 충성하니 대전이 성심당에 충성할 수밖에요. 대전 작은 도시, 작은 경제 아닙니다. 인구 150만, GDP 6조 규모의 광역 경제입니다. 이 정도면 베이커리 기업에게 충분히 큰 시장 아닌가요?
로컬 플랫폼의 미래도 밝습니다. 오프라인의 미래 자체가 로컬로 향하니까요. 많은 사람이 리테일의 미래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관계에서 찾는데요, 오프라인만 따로 떼어내서 보면 미래는 직주락 센터입니다. 19세기 중심상권으로 시작한 오프라인 상권은 1950년대 동네상권, 1990년대 도시재생 상권을 거쳐 지금은 직주락 근접 상권으로 이동합니다.
요즘 주거지 상권, 변두리 상권이 뜬다고 하죠. 코로나 위기로 생활 반경이 좁혀지면서 동네 상권이 부상한 거죠. 장기적으로 봐도 직주락이 같이 모여 있는 상권이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쇼핑센터도 동네 모델에서 미래를 찾는 거죠. 신세계의 스타필드, 현백의 더현대도 동네 상권을 본뜬 거죠.
직주락 센터, 즉 로컬이 불가피한 이유는 삶의 질입니다. 한국이 물질적 성장보다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뀌면서 로컬 중심의 삶으로 가고 있습니다.
첫째, 환경 때문에 로컬 생활을 해야 합니다. 지구 생각하지 않고 마구 장거리 여행하는 세상은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음식도 결국 로컬푸드 아니면 확보하기 어렵고요.
두 번째 이유가 신뢰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온라인 친구보다는 동네 친구를 더 신뢰합니다. 동네에서 만든, 친구가 직접 만든 상품을 선호하는 메이드 인 현상이 트렌드입니다. 그리고 문화생활도 동네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젊은이들이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문장입니다. ‘여유 있게 일상을 즐기고 이웃과 소통하는” 삶.
마지막으로 정체성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외치는 나다움, 나다움으로 그칠까요. 나다움의 다음은 동네다움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동네, 자기와 어울리는 동네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행 가서도 현지인처럼 살고 싶어 하고요. 여행자, 그리고 주민에게 중요한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로컬 브랜드입니다. 대기업이 아니죠.
상권과 동네가 직주락 센터 중심으로 바뀌면서, 서울 상권의 동력도 바뀝니다. 서울 상권을 움직이는 핵심 요소는 3가지입니다. 콘텐츠, 공간안전, 직주락 근접입니다. 상권은 더 이상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닙니다. 감성, 가치,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지구입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창작자와 플레이어입니다. 대기업도 플래그십 스토어, 팝업스토어를 통해 콘텐츠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음이 공간안전입니다. 압구정동이 부활했다고 하죠. 압구정동에 가면 다른 상권과의 가장 큰 차이가 테라스 빌딩임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자본력이 있는 압구정 건물주들이 코로나 시대를 맞아 발 빠르게 건물을 개조한 거죠. 코로나가 끝나도 안전한 실내 공간을 찾는 문화는 변화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마지막 요소가 방금 전 설명한 직주락 근접입니다. 요즘 잘 나가는 공간을 가면 직주락을 한 건물에서 구현합니다. 한 건물에 주거시설, 상업시설, 업무시설을 넣은 거죠. 이유는 직주락 동네의 창조성과 마찬가지입니다. 24시간 움직이는 건물이 문화를 창출하는 거죠.
최근 한 언론이 이런 제목의 특집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트렌드의 중심이 강북으로 이동한다고요. 강북 상권이 콘텐츠, 직주락 근점 트렌드를 주도한 결과입니다.
그러면 누가 상권을 움직이는 로컬 콘텐츠를 만들까요? 상권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플레이어, 그리고 이들이 운영하는 로컬 브랜드입니다. 로컬 브랜드를 쉽게 설명하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동네 가게입니다.
좀 더 엄격하게 정의하면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운영자 스스로가 로컬 브랜드로 홍보하고, 구체적인 로컬 자원을 사업 모델에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로컬 브랜드를 이렇게 정의하면, 이를 만족하는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2022년 3월에 발행된 ‘로컬 브랜드 리뷰 2022’에서는 전국에서 112개의 로컬 브랜드를 소개했습니다. 생각보다 적은 이유는 F&B, 독립서점, 숙박업소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로컬을 표방하고 로컬 콘텐츠를 직접 만든 기업 중심으로 선정했습니다.
전국으로 유명한 로컬 브랜드는 따로 소개합니다. 보마켓, 사러가쇼핑센터, 성심당, 테라로사, 등 푸드 분야의 4개 기업입니다. 이중 저는 그로서리 마켓인 보마켓을 주목합니다. 동네 경제의 중심은 마켓입니다. 전통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못하다 보니 수요가 할인마트와 온라인으로 많이 갔는데 앞으로는 동네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합니다. 동네 마켓의 귀환을 주도하는 브랜드가 보마켓이고, 전국적으로 많은 그로서리 마켓 브랜드가 동네 시장을 진출하고 있습니다.
리빙 분야의 대표 브랜드 4개는 어반플레이, 재주상회, 코코리 제주, 한복남입니다. 이중 어반플레이와 재주상회는 로컬 매거진으로 시작해 제조업으로 진출하는 기업입니다. 로컬에서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더 많은 로컬 브랜드가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테일 기업은 다 로컬 브랜드로 시작했죠. 처음부터 전국에 동시에 오픈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로컬 비즈니스의 핵심은 로컬 콘텐츠 개발입니다. 일단 콘텐츠 소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우리 동네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과 역사가 겹겹이 쌓은 동네는 쉬운 이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동네 콘텐츠를 개발해야,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로컬 비즈니스가 어려운 이유는 로컬 자원을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콘텐츠로 개발하는 과정입니다. 로컬 콘텐츠 개발은 과학이 아니고 예술입니다. 공식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창작자의 창의력과 상상력에 달린 거죠.
재주상회의 로컬 콘텐츠 개발 모델은 협업입니다. 로컬 브랜드는 성격상 다른 브랜드와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지역을 바꾸기 위해서는 후배 기업도 많이 키워야 하고요. 혼자 대기업이 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기업과 함께 동네를 대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로컬 기업의 역할입니다.
로컬 기업 창업하면 항상 듣는 얘기입니다. 왜 일부러 시장을 좁히느냐고요? 로컬 창업은 창업 지역을 한 장소로 한정한다는 의미 있지, 그 장소에서 영원히 머무른다는 말이 아닙니다. 로컬도 원하면 당연히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4가지 경로를 소개합니다. 첫째, 로컬에 남아 대기업이 되는 방법입니다. 대전에서 4개 매장을 운영하는 성심당이 좋은 모델입니다. 둘째, 로컬에서 멀티 로컬로 이동하는 모델입니다. 한 지역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도 그 지역의 로컬을 지향하는 기업입니다. 포틀랜드에 본사를 둔 에이스호텔의 확장 방식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모델이 한 지역에서 시작한 모델을 동일한 방식으로 다른 지역에 보급하는 로컬 투 내셔널 모델입니다. 마지막 모델이 처음부터 여러 지역에서 로컬 기업을 창업해 확장하는 것입니다.
업종 전환을 통한 확장 모델도 있습니다. 로컬 매거진을 시작한 어반플레이와 재주상회가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매거진을 운영하다 보면, 로컬 브랜드를 많이 알게 되고 이를 모아 편집숍을 운영하는 데서 기회를 찾을 수 있습니다. 편집숍을 운영하면 로컬 브랜드에 빈 공간을 찾고, 이를 직접 생산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로컬 콘텐츠 개발의 시작은 지역에 대한 애정입니다. 지역에서 성공하려면 성심당과 같이 지역 경제에 기여해야 합니다. 그런 기업을 앵커스토어라고 부르는데, 유동인구, 주차시설, 구심점, 정체성 등 다양한 공공재를 지역에 제공합니다.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문화 경쟁력만으로는 앵커스토어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동네와 동네가 경쟁하면서, 동네 콘텐츠와 브랜드가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동네에서 활동하는 로컬 브랜드는 자신의 브랜드, 그리고 동네의 브랜드로 경쟁합니다. 동네 브랜드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현재 동네 가게를 묶는 것은 앵커스토어뿐이 아닙니다. 하이퍼로컬 서비스, 그리고 정부의 상권 관리 시스템도 동네를 하나의 기업으로 연결합니다. 동네가 대기업이 되는 거죠. 동네가 대기업이고, 동네 가게는 계열사,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크리에이터 경제에서 동네 상권과 로컬 크리에이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동네 상권에서 크리에이터 경제의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 크리에이터 경제가 느슨한 연대에 기반한 크리에이터 중심 경제라면, 동네 상권으로 연결된 로컬 크리에이터 경제가 그 경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로컬 크리에이션이 활발한 동네 상권이 미래 크리에이터 경제에 가장 먼저 진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