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드라마 속의 지역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오늘은 2022년작 '나의 해방일지'입니다. 다른 한국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나의 해방일지도 지역을 살고 싶은 도시로 그리지 않습니다. 여기서 해방되고 싶은 지역은 경기 남부입니다.
'나의 해방일지' 주인공들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된 건가요? 결핍, 구속, 억압, 콤플렉스, 고독, 사람? 제작진은 각자의 삶이랍니다.
저는 그들이 사는 곳인 산포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15회 대사를 보면 우울합니다. 서울로 이사 간 창희의 대사입니다. 산포에서 해방된 건 맞는데요, 서울 안착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제가 한국인의 지역 정체성에 대한 이런저런 책을 읽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박해영 작가만큼 장소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가는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른 포스팅에서 언급했지만 저는 산포가 화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페친 한 분은 산포가 산본과 군포의 합성어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네요. 제작진과 미정은 산포를 각각 경기도 끝자락과 수원 근처라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이 산본과 군포를 경기도 끝자락이라고 할까요? 화성은 끝자락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과거 수원의 일부여서 수원과 같은 생활권입니다.
제가 화성 청년들에게 화성 문화 자원에 대해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제부도, 신리천, 사강시장, 성모성지, 공룡알, 안녕동 한옥마을 등을 언급했습니다. 박해영 작가가 보는 화성의 문화 자원은 다른 것 같습니다. 나의 해방일지에서 표현된 산포, 즉 화성의 키워드입니다. 경기남부, 서울 통근, 광역버스, 합승택시, 마을버스, 1호선, 도농복합입니다. 어떠세요,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하지 않나요?
지역에 대한 이런 내공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궁금합니다. 한 인터뷰 기사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작가 본인이 49년 경기도 주민이라고 합니다.
모르겠습니다. 한 곳에 오랜 산다고 그 지역의 장소성을 이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리학자 이-푸 투안은 하나의 스토리가 장소에 대한 고유한 정체성과 분위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박해영 작가가 어떤 스토리에서 영감을 얻었는지가 궁금합니다. 혹시 나의 해방일지가 작가의 자전적 스토리일까요? 흥미롭습니다.
검색하니 박해영 작가의 전작 중에 지명이 들어간 작품이 있네요. ‘청담동 살아요’입니다. 그것부터 봐야겠어요.
1회
“집이 어딘데?”
“산포시요.”
“용인 쪽인가?”
“수원 근처요”
– 염미정이 회식 자리를 일찍 나오면서
“난 어차피 경기도민이니까 어딜 나가도 서울 나들이다. 그러니까 약속 장소 편하게 정해라. 내가 그러긴 했어. 그래도 적어도 경기도 남부냐 북부냐 동부냐 서부냐 이건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니?”
– 염기정이 친구에게
“사람이 좋으면 그 사람 사는 동네 먼저 검색해 보는 게 인간인데”
– 오두환
“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랬는지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내가 산포시 산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산포시가 어디 붙었는 지를 몰라. 내가 1호선을 타는지, 4호선을 타는지. 어차피 자기는 경기도 안 살 건데 뭐 하러 관심 갖냐고 해. 하고많은 동네 중에 왜 계란 흰자에 태어나갔고”
– 염창희가 과거 여자 친구의 말을 회상하며
“서울에 살았으면 우리 달랐어?”
“달랐어.”
“달랐다고 본다.”
“난 어디서나 똑같았을 것 같은데. 어디서나... 이랬을 것 같아”
– 염미정, 염창희, 오두환 대화
12회
“서울에 가서 비싼 유모차를 끌길 원하는 다른 여자들처럼 평범하게 살아”
– 서울로 떠나는 구 씨가 미정에게
15회
“시험 봐요?” “뭘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요?”
“난 이제 서울 사람 입문했잖냐”
"사장님, 서울 사람들 그런 거 하나도 몰라요"
“그리고 삼대가 서울 살아야 서울 사람이래요”
“누가 그래?”
“서울 연구하는 어느 박사님이요”
“서울 살면 서울 사람인 거지 뭘 삼대까지나”
“넌 서울 사람이냐?”
“네, 할아버지 때부터 이 동네 살았으니까요”
“좋겠다”
– 서울로 이사한 염창희와 동네 출신 알바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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