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특히 보수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프리즘이 올드머니와 뉴머니 구도다. 같은 상류사회지만 올드머니는 말 그래도 대대로 부자인 사람, 뉴머니는 새로 부자가 된 사람이다.
올드머니와 뉴머니가 중요한 것은 문화의 차이다. 올드머니의 특징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문화자본이다. 뉴머니에 비해 올드머니는 사회적 책임감이 강하다. 사회에 대한 주인 의식으로 사회 분위기를 존중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한다.
뉴머니는 그에 비해 자신의 성공 신화에 집착한다. 부를 모은지가 얼마 안되기 때문에 중하층에 대한 우월의식과 상위 계급인 올드머니에 대한 열등의식이 강하다. 지나치게 부를 과시해 인정 받으려는 것이 뉴머니의 특징이다. 올드머니는 이런 뉴머니를 품격이 없다, 천박하다며 무시한다.
한국 보수가 위기라면 보수 구성원이 뉴머니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먹고 살만한 사람도 지나치게 물질을 추구한다. 그래서인지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유래 없는 물질주의 사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시간대 세계가치조사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의 물질주의 비중은 86%로서 선진국 평균 50%를 크게 상회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세대 갈등도 기성세대의 물질주의에 기인하다. 탈물질주의 성향을 보이는 MZ세대와 물질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갈등이다.
그런데 한국 보수는 항상 뉴머니로 행동했을까? 필자 기억으론 한국에도 올드머니 전통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올드머니 문화는 아래와 같다.
1. 개성상인 - 상인정신에 투철하고 정경유착을 거부한 개성상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모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파리바게트 등 한국에서 경쟁력있는 소비재 기업은 모두 개성상인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보수가 더 존경 받고 싶으면 개성상인을 공부해야 한다. 아쉽게도 개성상인 문화에 대한 책은 있지만, 개성상인 개인에 대한 객관적인 책은 없다.
2. 서북기독교인 - 한국 건국세대의 주축이다. 높은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에게 따뜻하고 관대한 교회 장로를 생각하면 된다. 다행히 서북기독교인 전통에 책은 있다. 김건우의 '대한민국의 설계자들'(2017)이다.
3. 경제기획원 - 2000년대까지 만날 수 있었던 한국 정부 엘리트의 전형이다. 보통 관가에서 리버럴하다고 평가받는 정통 관료와 관변 학자가 이 그룹을 대표한다. 경제기획원(기재부)과 KDI가 중심지였다. 소탈하고 휴머 있으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일찍부터 수용했다. 이 전통에 대한 책도 누가 쓰면 좋을 것 같다.
4. 안동선비- 교수 선배들 생각이 난다. 그중 한분의 조언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모교수, 대학에서 가장 높은 보직은 평교수입니다." 정론직필 언론인, 시대에 저항한 작가와 예술가도 이 범주에 속한다. 한국 지식인을 경시하는 사회 분위기때문인지 올드머니 학자와 지식인에 대한 책은 없다.
친구들은 1970년대 군부 엘리트, 재계 엘리트도 포함해야 한다고 한다. 재계에서는 쌍용그룹 창업자 가족을 기억한다. 이 가족은 아들들을 해병대에 보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군부에서도 군인 정신에 투철한 훌륭한 군인이 많았다.
올드머니 전통은 진보 진영에도 존재했다. 진보 진영 친구의 글으로 보면 1세대 운동권 선배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올드머니의 다수는 건국세대였고 건국세대는 진영과 관련 없이 사회적 책임 의식과 애국심이 강했다. 이 세대가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끈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올드머니 전통은 사라졌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까? 미국, 영국, 유럽의 올드머니 전통은 각각 청교도, 젠틀맨, 기사(도)라고 할 수 있다. 그들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진 것을 보면 거기에서도 올드머니는 쇠락한 것 같다.
문제는 미래다. 한국에서 올드머니 전통을 복원할 수 있을까? 아니 복원이 필요할까? 반엘리주의적 엘리트주의, 공동체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필자는 올드머니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어떻게 복원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야 한다. 일단 그런 전통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으로 시작해 본다.
Photo by Matthew Daniels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