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과도한 오프라인 차별

by 골목길 경제학자

한국 사회의 과도한 오프라인 차별


이해가 되나요? 앞으로 온라인이 우리 삶의 더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오프라인 없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오프라인, 특히 오프라인 리테일을 과도하게 한계화하는 사회 분위기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비근한 예가 도시입니다. 도시 운영을 온라인 중심으로 계속 몰고 가면 그 끝은 어딜까요? 집과 물류 센터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택배 도시입니다.


택배 도시가 과연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인지 질문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도시는 택배 도시의 정반대일 수 있습니다. 유통 기준에서 택배 도시의 반대는 오프라인 소상공인 도시입니다. 집 근처에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아기자기한 가게가 모여 있는 가로를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산책자의 도시입니다.


택배 도시를 경계하는 이유는 단순히 삶의 질 때문이 아닙니다. 택배 도시가 동반하는 대량 실업이 더 큰 위협입니다. 택배 도시는 온라인이 대체하는 오프라인 일자리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막연하게 새로운 일자리가 어딘가에 생긴다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뿐입니다.


택배 도시가 구체적인 일자리를 제안한다면 아마도 저숙련 플랫폼 노동자일 것입니다. 미래 인재가 플랫폼에서 단순 노동을 제공하는 낮은 수준의 플랫폼 경제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일까요?


더 우려스러운 것은 AI 도입 이후 이커머스 기업들이 무인 운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저숙련 플랫폼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문직까지 대량 해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약속은 AI가 다시 온라인 일자리마저 대체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플랫폼 경제가 창출한다는 일자리는 일시적이었고, 최종 수혜자는 소수의 플랫폼 자본뿐입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플랫폼 경제의 확산을 저지하려면, 온라인이 대체하는 오프라인 일자리에 대한 대안을 찾을 때까지는 온라인-오프라인의 균형을 맞추면서 온라인을 확대해야 합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오프라인의 급격한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오프라인을 온라인 독과점 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공정한 정책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정반대의 선택을 합니다. 온라인을 혁신이라고 부추기면서 정작 보호해야 할 오프라인을 차별합니다. 혁신의 이름으로 약자를 보호하지 않고 차별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온라인 대비 오프라인 사업자를 차별하는 정책은 수없이 많습니다. 각 분야마다 보고서 분량의 연구가 필요하지만, 우선 문제 제기 차원에서 9대 분야(공정거래, 고용, 조세, 금융, 교통·주차, 새벽배송, 의무휴업 및 영업제한, 환경, 보조금)의 오프라인 차별 사례를 열거합니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사업자가 오프라인 사업자보다 낮은 공정거래, 고용, 조세, 금융, 환경 비용을 부담하는 반면, 높은 보조금을 받습니다.


먼저 누구나 인식하는 명백한 차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 환경 비용

카페나 식당 등 오프라인 매장에는 일회용품 사용 금지와 같은 강력한 규제가 실시간으로 적용되지만, 온라인 유통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포장재 쓰레기와 배송 과정의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거나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온라인 기업이 배출하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지자체가 세금으로 부담하는 구조는 환경 보호 책임을 오프라인 사업자에게만 전담시키는 불합리한 정책입니다.


2. 의무휴업 및 영업 제한 비용

유통산업발전법상 적용되는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은 오프라인 기반 유통사에만 적용되는 대표적인 비대칭 규제입니다. 오프라인 기업들이 주말 영업권과 심야 영업의 제약을 받는 동안, 이러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온라인 기업들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통해 시장 내 입지를 확장하는 반사 이익을 누려왔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권이 정책적으로 제한받는 사이, 온라인 기업은 시장 진출과 확장에 있어 어떠한 시간적·물리적 제약도 받지 않는 압도적인 영업상의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차별로 인식하지 못했던 더 근본적인 특혜들이 있습니다.


3. 교통·주차 비용

온라인 배송 기업에 대한 교통 및 주차 규제 면제는 공공 자원을 특정 기업의 이익을 위해 제공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오프라인 소상공인은 법정 주차 면수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엄격한 주정차 단속을 받지만, 온라인 배송 차량은 '빠른 배송'을 명분으로 인도와 소방도로를 무단 점유하며 도시 전역을 무상 하역장으로 활용합니다. 온라인 기업이 부담해야 할 물류 거점 확보 비용을 시민의 안전 위협과 교통 정체라는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하는 것입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불법주차 없이는 불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4. 새벽배송 비용

새벽배송 서비스는 오프라인 매장에 적용되는 영업시간 규제와 소음 방지 의무를 완전히 비껴가며 성장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소음 방지와 주거 환경 보호를 위한 영업시간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그러나 온라인 배송 기업은 새벽 3시부터 7시까지 주거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배송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주민의 수면권과 보안을 침해하고 배송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면서, 주거 공간을 24시간 물류 시장으로 변질시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심야 영업 허가를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복잡한 절차와 규제를, 온라인 기업은 완전히 우회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온라인 기업에 대한 특혜는 광범위합니다.


5. 공정거래 비용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중개업자'라는 법적 지위를 활용해 기존 유통법의 사각지대에서 규제 특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사가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입점 관리와 거래 조건 공개 등 엄격한 의무를 지는 것과 달리, 온라인 플랫폼은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을 이용해 입점업체에 광고비를 전가하거나 최저가 판매를 강요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혁신의 이름으로 정당화해 왔습니다. 이러한 사법당국의 관대한 태도는 결과적으로 법적 보호 아래 있는 오프라인 소상공인들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6. 고용 비용

오프라인 사업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의 4대 보험, 퇴직금, 유급 휴가 등 막대한 고용 비용을 직접 부담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노동자를 개인 사업자로 계약하는 기그 경제(Gig Economy) 모델을 통해 이러한 책임을 회피합니다. 이는 플랫폼 기업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노동 안전망 구축 비용을 사회와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적 불균형을 야기합니다. 결국 오프라인 기업만이 고용에 따른 정당한 사회적 비용을 독박 쓰는 형태가 되어 인건비 경쟁에서 원천적인 차별을 겪게 됩니다.


7. 조세 비용

현행 조세 체계는 여전히 물리적 장소에 기반하고 있어 온라인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오프라인 소상공인은 부동산 자산에 대한 재산세와 사업소분 주민세 등을 직접 납부하거나 임대료를 통해 이를 분담하며 지역 사회 인프라 유지에 기여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은 점포가 없다는 이유로 이러한 장소 기반 세금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지역 사회 인프라를 무상으로 이용하는 온라인 기업의 구조는 지역 경제의 근간을 지탱하는 오프라인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입니다.


8. 금융 비용

금융 분야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진입 장벽 완화와 규제 특례가 오프라인 금융의 위축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디지털 금융 확산을 명분으로 인터넷 뱅크에 점포 유지 의무를 면제하고 자본 확충 과정에서 정책적 배려를 제공하는 동안, 시중은행은 고령층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해 적자 점포를 운영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떠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용 구조의 격차는 오프라인 기반 금융 서비스의 급격한 축소를 불러오며 지역 경제의 금융 접근성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9. 보조금 지불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은 오프라인 고유의 경쟁력을 강화하기보다 플랫폼 종속을 심화하는 '디지털 전환'에만 매몰되어 있습니다. 현재 집행되는 보조금의 상당수는 소상공인을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비용으로 사용되어, 실질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이용자 저변을 넓혀주는 간접적 보조금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이 지닌 장소성과 대면 서비스의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실질적인 보조금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은 오프라인의 붕괴를 오히려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오프라인을 공개적으로 차별하고 그러고도 정치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기술만능주의입니다. 기술을 사용하면 혁신이고 기술이 아닌 다른 무형 자산을 사용하면 레거시가 됩니다. 굳이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에서 기술의 미래를 찾은 스티브 잡스를 인용해야 할까요?


오프라인을 차별하지 않아도 오프라인은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오히려 오프라인을 과도하게 차별함에 따라 한국 경제는 오프라인 혁신뿐 아니라 온라인-오프라인 융합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디지털 경제의 건설은 온라인-오프라인 평평한 운동장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SNS를 통한 문제 제기와 토론을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사실 관계 오류나 무리한 주장은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수정: 2025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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