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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Dec 10. 2022

한국 사회의 과도한 오프라인 차별

이해가 되나요? 앞으로 온라인이 우리 삶의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오프라인 없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오프라인, 특히 오프라인 리테일을 과도하게 한계화하는 사회 분위기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비근한 예가 도시입니다. 도시 운영을 온라인 중심으로 계속 몰고 가면 그 끝은 어딜까요? 집과 물류 센터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택배 도시입니다.


택배 도시가 과연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인지 질문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도시는 택배 도시의 정반대일 수 있습니다. 유통 기준에서 택배 도시의 반대는 오프라인 소상공인 도시입니다. 집 근처에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아기자기한 가게가 모여 있는 가로를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산책자의 도시입니다.


택배 도시를 경계하는 이유는 단순히 삶의 질 때문이 아닙니다. 택배 도시가 동반하는 대량 실업이 더 큰 위협입니다. 택배 도시는 온라인이 대체하는 오프라인 일자리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막연하게 새로운 일자리가 어딘가에 생긴다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뿐입니다.


택배 도시가 구체적인 일자리를 제안한다면 아마도 저숙련 플랫폼 노동자일 것입니다. 미래 인재가 플랫폼에서 단순 노동을 제공하는 낮은 수준의 플랫폼 경제가 우리가 원하는 세상일까요?


우리가 원하지 않는 플랫폼 경제의 확산을 저지하려면, 온라인이 대체하는 오프라인 일자리에 대한 대안을 찾을 때까지는 온라인-오프라인의 균형을 맞추면서 온라인을 확대해야 합니다. 적어도 당분간은 오프라인의 급격한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오프라인을 온라인 독과점 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공정한 정책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정반대의 선택을 합니다. 온라인을 혁신이라고 부추기면서 정작 보호해야 할 오프라인을 차별합니다. 혁신의 이름으로 약자를 보호하지 않고 차별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온라인 대비 오프라인 사업자를 차별하는 정책은 수없이 많습니다. 각 분야마다 보고서 분량의 연구가 필요하지만, 우선 문제 제기 차원에서 공정 거래, 노동, 조세, 금융, 환경, 보조금 분야의 오프라인 차별 사례를 열거합니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사업자가 오프라인 사업자보다 낮은 공정 거래, 고용, 조세, 금융, 환경 비용을 지불하는 반면, 높은 보조금을 받습니다.


공정 거래 비용: 쿠팡, 배달의민족, 카카오 등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 공급자/가맹자 사이의 빈번한 분쟁이 보여주듯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오프라인 소상공인을 위축시킵니다.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한국 사법 정서가 오프라인 기업에 대한 온라인 기업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 관대합니다.  


고용 비용: 우버, 리프트 등 미국 기업도 마찬가지지만 한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도 플랫폼 노동자를 개인 사업자로 계약해 4대 보험, 노동 3권 등 오프라인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고용 비용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 권리 운동이 정부 규제, 법원 판결, 노동조합 결성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동자 권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은 온라인 기업의 규제 특혜를 축소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조세 비용: 오프라인 소상공인은 부동산 자산에 대한 재산세, 주민세(사업소分), 각종 부담금 등을 직접 납부하거나 그 비용이 반영된 임대료를 납부하며 매장을 운영합니다. 온라인 사업자나 플랫폼 운영자는 법인세 이외의 온라인 공간 자산 소유와 사용에 대한 세금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금융 비용: 금융 분야에서 가장 큰 현안은 인터넷 뱅크에 대한 규제 특혜입니다. 정부는 인터넷 뱅크에 금산분리, 예금자 보호 등  일반 시중은행에 적용되는 규제를 면제합니다. 시중은행이 보호 대상으로 볼 수 없는 대기업이고 일부 전자금융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인터넷 뱅크 정책이 오프라인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가 은행산업의 디지털화라면 이 또한 온라인-오프라인 균형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대규모 오프라인 지점의 폐쇄를 유발하는 시중은행의 디지털 전환은 사회적 약자의 금융 접근성이나 지역 점포가 지원하는 지역 경제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프라인 금융 차별은 금융 거래에도 존재합니다. 예컨대, 많은 지방 정부가 지역 화폐의 오프라인 결제에 대해서는 은행 수수료를 지불하게 하는 반면, 온라인 결제 시에는 수수료를 면제해 줍니다.


환경 비용: 카페,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지만 막대한 양의 포장재 쓰레기를 배출하는 온라인 유통 업체와 배달 서비스의 일회용품 사용은 규제하지 않습니다. 배달 서비스 기업이 자신이 배출하는 온실 가스에 대해 환경세를 지불하지 않는 것도 오프라인 기업을 간접적으로 차별하는 정책입니다.


보조금 지불:  정부가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것은 온라인 시장에 간접적으로 보조금을 지불하는 행위입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보조금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오프라인을 차별하는 정책입니다.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소상공인에 보조금을 지불할 명분은 충분합니다. 특히, 슈퍼, 세탁소, 서점, 문구점 등 동네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업종의 소상공인은 보조금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전환과 같은 특정 활동을 지목하지 말고 조건 없는 일시금을 지급해 소상공인이 자신이 필요한 곳에 사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올바른 보조금 정책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오프라인을 공개적으로 차별하고 그러고도 정치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기술만능주의입니다. 기술을 사용하면 혁신이고 기술이 아닌 다른 무형 자산을 사용하면 레거시가 됩니다. 굳이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에서 기술의 미래를 찾은 스티브 잡스를 인용해야 할까요?


오프라인을 차별하지 않아도 오프라인은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오히려 오프라인을 과도하게 차별함에 따라 한국 경제는 오프라인 혁신뿐 아니라 온라인-오프라인 융합에서 얻을 수 기회를 상실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디지털 경제의 건설은 온라인-오프라인 평평한 운동장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SNS를 통한 문제 제기와 토론을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사실 관계 오류나 무리한 주장은 추후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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