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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Dec 22. 2022

6차 산업의 공간 콘텐츠화

"로컬 콘텐츠는 도시 콘텐츠가 아닌가? 농촌에는 적합한 것 같지 않다."


지역에 로컬 크리에이터와 로컬 콘텐츠 활용 방안을 제안할 때 자주 듣는 질문이다.


맞다, 현재 시장에서, 적어도 특정 장소에 사람을 모으는 콘텐츠는 도시 콘텐츠다. 그 기원이 도시의 가로와 골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촌에서 살고 일한다고 해서 도시 라이프를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대도시에서 살지 않는다고 해서 도시에서 시작된 소소한 일상을 포기할 수는 없다.


다행히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도시 어메니티가 보편화되고 동네화됐다. 과거 대도시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립서점, 커피, 베이커리, 게스트하우스 문화가 농촌 마을을 포함한 작은 동네에서도 가능해진 것이다.


농촌 지역의 한옥마을, 테마파크 또는 관광마을 조성 현장에 가면 거의 예외 없이 이런 도시 콘텐츠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단독으로 문화시설을 운영해도 베이커리, 커피, 서가는 기본이다.



그래도 농촌의 기본 콘텐츠는 1차 산업이다. 한국도 오래전부터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추구했다. 농촌 산업을 농작물 생산(1차 산업)에서 벗어나 식가공(2차 산업), 농촌 관광(3차 산업)까지 확대하자는 의도다.


아쉽지만 6차 산업화가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전 농촌지역을 공습하는 지역소멸론에서 알 수 있다.


당연히 6차 산업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농촌의 미래를 가장 큰 경쟁력인 농업과 자연에서 기회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접근 방식 필요하다. 디지털화가 아닌 콘텐츠화다. 도시와 마찬가지로 농촌에도 문화적 재생이 필요한 것이다.


농촌 콘텐츠는 크게 마을 콘텐츠와 읍내 콘텐츠로 나눌 수 있다. 마을 단위에서는 최근 부상하는 러스틱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활용하고, 읍내에서는 도시적 요소가 강한 로컬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활용하는 콘텐츠를 공급해야 한다.


마을 단위 콘텐츠의 중심은 농촌 크리에이터다. 자연, 농업, 라이프스타일 등 농촌 지역의 자원을 콘텐츠로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를 말한다.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한 분야다.


농촌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마을 단위에서 집적되면 마을 콘텐츠가 된다. 크리에이터 콘텐츠가 풍부한 작은 규모의 마을은 별도의 공동체 사업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마을 콘텐츠를 부각시킬 수 있다. 개인 크리에이터 브랜드 기반으로 마을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가장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장소 마케팅, 로컬 브랜딩 방법이다.


농촌에서도 도시 라이프스타일이 필요하고 농촌을 방문하는 여행자도 도시적 로컬 콘텐츠를 찾기 때문에 농촌 콘텐츠를 읍내에 집적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다. 여기서 읍내는 면소재지 또는 군소재지가 될 수 있다. 농촌이라도 적어도 읍내에서는 적당한 수준의 도시 라이프가 가능해야 하고 농촌은 이런 읍내 콘텐츠를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도시보다 농촌이 로컬 콘텐츠발굴하고 산업화하기가 쉬울  있다. 이미 농촌 특산물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농촌 특산물 콘텐츠화란 재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 플랫폼 연결과 지원을 넘어 특산물을 공간과 도시 콘텐츠화하는 것을 말한다. 특산물을 크리에이터 공간, 또는 로컬 생산 단지, 로컬 콘텐츠 타운, 로컬 브랜드 상권에서 경험, 감성, 차별성을 제공하는 콘텐츠로 만드는 사업이다.


전국에 많은 지역이 특산물을 콘텐츠화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읍내 거리와 공간에서 MZ세대 감성을 타깃 하는 방식으로 콘텐츠화를 시도하지는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강릉이다. 강릉이나 다시 지역과 달리 커피, 한과, 감자, 순두부 등 농업 콘텐츠를 도시 거리와 앵커 상업시설에서 도시 콘텐츠로 구현해 산업화한다.


읍내 콘텐츠는 특화 거리와 같은 방식으로 모을 필요는 없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유동 인구를 창출하고 연결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 오히려 문화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새로운 단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읍내의 기존 공간을 재생해 읍내 거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특산물 기반 로컬 콘텐츠를 구현하는 읍내 공간은 로컬 생산 단지, 로컬 콘텐츠 타운(앵커 상업 시설), 그리고 로컬 브랜드 상권이다. 읍내 콘텐츠도 결국 마을과 마찬가지로 크리에이터가 만든다. 농촌 지역에서 다양한 농업과 도시 콘텐츠를 제작하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부족한 것이 한국 지역의 현실이다. 시군구 단위로 로컬 스쿨을 운영해 마을과 읍내에서 활동할 로컬 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농촌 콘텐츠가 풍부한 전남이 로컬 스쿨을 중심으로 농촌 콘텐츠 타운의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2022년 12월 22일 전남도청 강연의 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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