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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Dec 23. 2022

상권 중심 로컬 브랜드 육성의 의미와 현황

로컬 브랜드는 로컬로 차별화하고 지역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독립기업이다. 선진국 지식인들은 로컬과 지역을 현재 인류가 직면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로컬은 과거의 폐쇄적인 지역주의가 아니다. 개방적, 세계적, 포용적 지역주의와 지역경제를 요구한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로컬 지향 현상이 부상한다. 소비 취향이 로컬로 전환됨에 따라 지역성에 기반한 로컬 브랜드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로컬 브랜드는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이다. 지역 자원을 연결한 비즈니스 모델로, 다른 지역의 기업에선 복제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 로컬 크리에이터의 핵심 자산은 공간, 콘텐츠, 커뮤니티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개성 있는 공간, 콘텐츠와 더불어 동네에서 주민과 파트너가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한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일반 소상공인은 어떻게 다를까?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는 로컬 브랜드와 지역 경계를 넘나드는 소상공인 기업은 분명 다르다. 소상공인 브랜드는 경쟁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영 기법, 즉 브랜딩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작은 기업이다. 로컬 브랜드는 로컬 차별화를 브랜딩 방식으로 선택한 기업이다.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경험이다. 거주하는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경험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그 경험을 얻을 수 있지만, 가장 편리한 방법은 로컬 브랜드 소비다. 여행지에서 소비할 수 있는 특별한 브랜드가 로컬 브랜드다.

 

우리가 좋아하는 외국 도시도 따지고 보면 로컬 브랜드가 강한 도시다. 동네 바케트, 델리, 스시야, 도넛이 없는 파리, 뉴욕, 도쿄, 포틀랜드를 상상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도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로컬 브랜드가 늘고 있다. 로컬 브랜드가 전통적으로 강한 분야는 노포 식당이다. 최근에는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강릉 테라로사 등 빵집과 커피전문점도 로컬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이제 전국 어디에 가도 그 지역만의 베이커리와 커피 브랜드를 찾을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생활용품이다. 로컬 브랜드가 요식업에서 가구, 문구, 식가공, 패션, 디자인 제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 안덕면 사계생활, 부산 전포동 발렌사, 광주 양림동 여행자라운지 등 로컬 브랜드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로컬 편집숍도 늘고 있다.


로컬 브랜드 상권이란

2021년 발행된 책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서는 로컬 브랜드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공간 기반의 앵커 스토어, 공간을 운영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 비즈니스다.


로컬 브랜드는 1) 지역성과 창의성을 지닌 로컬 브랜드 기업으로의 인식, 2) 사업에 활용한 지역 자원, 3) 기업 경영에 반영된 지역성 등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하는지에 따라 평가한다.


<Local Brand Review 2023>이 소개한 로컬이 강한 상권을 보면 특정 지역과 상권에 로컬 브랜드가 집적하는 경향을 보인다. 로컬 브랜드가 모인 상권을 로컬 브랜드 상권이라 정의하면, 로컬 브랜드 상권의 유형은 지역 자원과 특색으로 차별화된 상권과 특정 유형의 로컬 브랜드가 집적된 상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상권 마케팅과 브랜딩을 통해 상권을 차별화하는 사업이 로컬 브랜딩이다. 로컬 브랜드 상권을 새로운 지역 산업의 플랫폼으로 육성하려면, 로컬 크리에이터 양성과 로컬 브랜딩을 통해 특정 유형의 로컬 브랜드(예: 강릉 커피전문점, 서교동 독립서점, 전포동 편집숍 등)의 집적을 지원하고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로컬 브랜드 상권 양성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로컬 브랜드 없는 로컬 브랜딩'이다. 로컬 브랜드 상권 양성의 명분으로 지역 브랜딩 사업만 하고 로컬 브랜드 유치 없이 그치는 것이다. 로컬 브랜드 중심의 로컬 브랜드 상권을 만들려면 지역 단위 로컬 스쿨을 운영해 로컬 크리에이터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소비자가 인식하는 로컬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 상권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Local Brand Review 2023>는 일관된 기준으로 현재 로컬 커뮤니티에 알려진 독립 기업 중심으로 로컬 브랜드를 선정했다. 객관적인 통계로 로컬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 상권을 추출하는 방법은 아직 학계의 숙제로 남아있다. 현재로선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사업자 수가 로컬 브랜드의 잠재적 규모를 보여주는 통계다. 2022년 9월 현재 전국의 스마트플레이스 사업자는 217만 개에 이른다.  


서울시 로컬 브랜드 육성 사업

로컬 브랜드 수요에 부흥해 서울시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2022년 골목상권과 로컬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골목상권을 로컬 브랜드 촉진 지구, 로컬 브랜드 강화 지구, 생활상권 육성지구, 전통시장 보전 지구로 나누어 각 지역 특색에 맞게 지원한다고 한다.


서울시의 ‘2022년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은 잠재력 있는 골목상권을 지역과 문화 자원과 연계하여  로컬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육성한다. 2022년에 5개 상권(마포, 중구, 서초, 영등포, 구로)을 선정하여 2024년까지 상권당 최대 30억 원의 예산을 3단계로 지원할 계획이다.



2022년에 추진한 1단계 사업은 기반 구축이다. 서울시는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 각 상권에서 로컬 브랜드 발굴, 로컬크리에이터 양성, 상권 인프라 조성, 상권과 상인 브랜드 구축 등  지속가능한 로컬 브랜드 상권 육성을 위한 기반 구축 사업을 진행한다.  


구체적으로 상권 자원과 특징을 고려해 로컬 브랜딩 컨셉을 설정하고  상권에 브랜딩 컨셉을 반영한 로컬플랫폼 공간 ‘로컬다이브’, 상권에 투입될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로컬인서울’, 상권에서 이미 활동하는 상인을 매력적인 로컬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동네서울 브랜드 액션캠프' 등이 주요 사업이다. 5 상권에서 상권 테마에 맞는 가전제품을 소개하는 팝업 공간 ‘어나더바이브 운영한 LG전자의 참여가 돋보인다. 


2 단계, 3 단계가 진행되는 2023년과 2024년에는 자치구 중심으로 상권 자생력과 지속 가능성 확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상권 운영도 공공에서 새롭게 설치될 상권육성기구로 이관될 예정이다.  


서울시 로컬 브랜드 상권 육성 사업은 소상공인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작은 도시화와 소상공인 플랫폼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상권과 소상공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왔다. 그동안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취약계층으로 보호했다면, 이제는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할 때이다. 서울시에 이어 다른 지자체도 소상공인정책을 로컬 브랜드와 로컬 브랜드 상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서울시 로컬 브랜드 육성 사업 아카이빙 북 기고문

** 박민아 박사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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