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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Dec 31. 2022

로컬 브랜딩: 에피그램 로컬 프로젝트

로컬 브랜딩: 에피그램 로컬 프로젝트


한국 대기업 중 코오롱 FnC 에피그램만큼 높은 수준에서 로컬과 협업하는 브랜드를 찾기 어렵다. 에피그램은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패션 브랜드로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할 뿐 아니라 소멸위기의 지역 소도시를 지속적으로 마케팅한다.


2017년 이후 제주, 경주, 광주, 하동, 고창, 청송, 고성, 옥천, 논산, 강진, 영월 등 전국 11개 소도시를 장소 마케팅과 로컬 큐레이선을 통해 힙플레이스로 브랜딩 했다. 현재 진행되는 로컬 프로젝트 장소는 영월이다.

 

에피그램은 로컬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일상의 가치를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에피그램에게 ‘에피그램스러움'이란 에피그램다운 공간에서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다. 로컬, 전통, 환경 등 시대적 가치의 재해석을 통해 이해당사자와 공유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CSV(Creating Shared Value) 활동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에피그램 로컬 프로젝트 

에피그램 로컬 프로젝트는 지역 소도시의 선정으로 시작한다. 6개월 패션 시즌(S/S, F/W)에 맞춰 한 시즌에 한 곳을 프로모션 한다. 로컬 잠재력은 있으나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의 소도시가 우선순위다. 선정 후 지자체와 협력해 1년간 준비 기간을 거친다. 사후 평가도 필수다. 지역 활성화 기여를 평가해 미래 사업 디자인에 반영한다.


로컬 프로젝트는 패션 디자인과 로컬 상생 사업으로 구분된다. 강진의 청자색 등 지역을 대표하는 색을 선정해 에피그램 패션 디자인에 반영한다. 지역 스토리도 사진과 포스터를 통해 에피그램 매장에 소개된다. 패션 디자인과 별개로 팝업 스토어, 올모스트홈 스테이, 로컬 브랜드 지원 독립적인 로컬 사업을 진행한다:


팝업 스토어 운영: 에피그램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시작은 팝업 스토어였다. 왕의 후원을 볼 수 있는 서울의 원서동에서 전통문화를 주제로 3개월간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2018년 광주 비엔날레에서는 업사이클링 아트숍과 함께 광주 근대 건축물을 소개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로컬 프로젝트와 연계된 팝업 스토어는 경리단길 플래그십에서 진행된다. 로컬 프로젝트 전반을 소개하고, 로컬 브랜드를 진행하는 지역의 신선한 식자재와 로컬 브랜드를 매장 곳곳에서 배치하고 판매한다.


올모스트홈 스테이 강진 (사진 - 에피그램)



올모스트홈 공간 운영: 로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지에서 에피그램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올모스트홈 카페와 스테이를 운영한다. 비움의 가치, 패브릭 활용 등 에피그램 디자인 스타일로 한옥 스테이를 리모델링한다.


스테이의 책자는 일러스트 작가와 협업해 일반적인 호텔에서 할 수 없는 로컬의 스토리를 담고, 어메니티도 지역에서 생산하는 상품과 지역의 컬러와 향을 큐레이션 해서 선정한다. 스테이 조식은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로 차려진다. 피크닉 세트와 자전거 대여, 체험 클래스 운영과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지역 경제와 상생하고 소비자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영월 먹거리 큐레이션 (사진 - 에피그램)



로컬 브랜드 지원: 로컬 브랜드의 부족한 부분이 디자인이다. 에피그램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의 아름다운 경치를 찾고 그 비경을 담은 패키징을 만들어 상품에 입힌다. 로컬 프로젝트에서 소개하는 상품 중의 3분의 1 이상이 디자인 지원을 통해 재탄생한다. 패키징에서 활용하는 색은 하동의 벚꽃, 고창의 복분자 등 지역의 색깔이다.


과연 로컬 프로젝트가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할까? 에피그램은 로컬 프로젝트 예산을 마케팅 예산에서 확보한다. 연예인 광고 모델 등 일반적인 마케팅 비용을 절약해 지역 상생 예산을 마련한다. 


에피그램이 추구하는 가치는 로컬, 전통, 일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로컬과 더불어 전통도 중요한 가치로 브랜딩 한다. 선재아트센터 카페를 운영하면서 전통을 도시 속의 작은 쉼터로 재해석해서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 인사동 매장의 테마도 전통의 재해석이었다.


생활문화 또한 에피그램에게 중요한 가치다. 을지로 생활문화가 남아있는 공간에서 올모스트홈 카페 을지 다방점을 운영했다. 2층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부뚜막을 그대로 남기고, 재봉틀 판매하는 곳의 흔적도 그대로 남겨 두었다. 을지로에서 활동하는 독립 작가와 협업하여 동네가 갖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공간에 담았다.


에피그램의 로컬 프로젝트는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유니크한 로컬 마케팅 사례다. 굳이 찾는다면 일본 기업 디앤디파트먼트의 로컬 디자인 큐레이션 사업과 비교될 수 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한경애 부사장은 로컬 브랜드 활성화에서 중요한 것이 젊은 공예 작가의 양성임을 강조한다. 일본과 비교해 한국의 전통 공예가 가격이 비싸고 대중화되지 않아 한국에서 로컬 큐레이션 사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로컬 브랜딩: 에피그램 프로젝트의 해석

에피그램 로컬 프로젝트를 로컬 브랜딩 작업으로 해석하면, 이 사례를 통해 도출되는 로컬 브랜딩 과정은 로컬 컨셉과 시그너처 개발, 건축과 디자인 지원,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 발굴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


1 단계가 로컬 컨셉과 시그너처 설정이다. 에피그램은 특정 지역의 컬러와 스토리북을 그 지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선정한다. 한 지역의 모든 자원을 로컬 콘텐츠로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하나의 컨셉을 선택해 이를 시그너처에 반영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2 단계가 로컬 콘텐츠를 인테리어와 건축에 반영하고 필요시 지역의 건축과 디자인을 지원하는 일이다. 에피그램은 지역의 전통 가옥 리모델링을 통해 지역과 에피그램의 일상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한다. 


정부가 에피그램 방식으로 생활권을 브랜딩 한다면, 에피그램보다 더 체계적으로 지역의 건축물을 지원해야 한다. 거점 공간을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딩 대상 지역에 건축 마스터플랜을 통해 일관된 건축 기준을 제시하고 이의 이행을 지원해야 한다. 


3 단계가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 발굴이다. 에피그램은 지역의 로컬 콘텐츠와 브랜드를 발굴하고, 이를 스토리텔링이나 디자인을 통해 새롭게 브랜딩 한다. 기존 콘텐츠와 브랜드를 재해석하고 연결하여 새로운 콘텐츠와 브랜드를 창출하는 과정도 로컬 콘텐츠 발굴의 중요한 요소이다.


정부가 에피그램의 로컬 브랜딩을 넘어 로컬 콘텐츠 생태계 자체를 구축하려면 새로운 콘텐츠와 브랜드를 육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공간은 로컬 콘텐츠 기술, 디자인 기술, DIY 건축 기술을 교육하고, 로컬 콘텐츠와 소상공인 창업을 지원하는 데 특화되어야 한다.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해 지역에 지속적으로 콘텐츠와 창업자를 공급해야 로컬 생태계가 지속 가능해진다. 


에피그램의 ESG 교훈

에피그램 로컬 프로젝트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적어도 세 가지다. 첫 번째가 로컬 ESG의 가능성이다. 대기업도 로컬과 윈-윈 할 수 있는 로컬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신세계, 이마트, 네이버 등 이미 많은 대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로컬에 진출하고 있다.


 번째 교훈이 진정성이다. 로컬을 향한 브랜드의 진정성이 로컬 프로젝트의 중요한 성공 조건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로컬의 가치를 진정으로 사랑해야 진정성 있는 로컬 콘텐츠를 개발할  있다.


마지막 교훈이 지역의 역할이다. 지역이 로컬 브랜드가 풍부한 지역을 만들기를 원한다면, 대기업 유치에 앞서 로컬 크리에이터를 먼저 양성해야 한다. 로컬 프로젝트의 기본 자원이 지역의 가치를 이해하고 지역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이다.



*한경애 코오롱 FnC 부사장 포틀랜드클럽 강연과 회사 자료를 참고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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