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콘텐츠 생태계 구축이 로컬의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전국 곳곳에서 골목상권 중심으로 형성된 로컬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생태계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 현재 로컬 콘텐츠 생태계 구축 사업으로 고려되는 사업이 건축디자인 지원과 로컬 콘텐츠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이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1990년대 이후 세계의 로컬 경제 운동을 주도한 도시는 포틀랜드다. 로컬 브랜드 씬이 활기차고 다양하며, 도시의 독특한 문화와 가치를 반영하는 다양한 브랜드가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부터 수제 맥주, 장인 커피에 이르기까지 포틀랜드의 로컬 브랜드는 높은 품질과 창의성, 지역사회에 대한 헌신으로 유명하다.
포틀랜드를 대표하는 로컬 브랜드를 꼽으라면 아래 기업을 빠트리기 어렵다:
Pendleton Woolen Mills (펜들턴 모직): 펜들턴은 1866년부터 고품질 양모 제품을 생산해 온 가족 소유 기업입니다. 펜들턴의 제품은 내구성, 스타일, 유행을 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Powell’s City of Books(파월스 시티 오브 북스): 파월스 서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서점으로 100만 권이 넘는 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모든 연령대의 책 애호가들이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Stumptown Coffee Roasters(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 스텀프타운은 제3의 물결 커피 운동의 선구자다. 이곳의 커피는 매일 신선하게 로스팅되어 전 세계 카페에서 제공된다.
New Season’s Market(뉴 시즌스 마켓): 뉴 시즌스 마켓은 현지의 지속 가능한 제품에 중점을 둔 식료품점 체인점이다. 다양한 조리 식품과 음료도 판매하고 있다.
Portland Gear(포틀랜드 기어): 포틀랜드 기어는 포틀랜드의 문화와 자부심을 기념하는 의류 및 액세서리 브랜드다. 포틀랜드 기어의 제품은 독특한 디자인과 높은 품질로 유명하다.
이러한 유명 브랜드 외에도 포틀랜드에는 소규모 독립 브랜드도 많이 있다. 이 브랜드들은 수제 의류와 장신구부터 수제 맥주와 음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틀랜드 로컬 콘텐츠 생태계가 소비문화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시정부와 민간단체가 로컬 브랜드 플랫폼, 메이커 스페이스, 스몰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건축디자인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로컬 브랜드를 지원한다. 포틀랜드 로컬 콘텐츠 생태계가 4개 축으로 구성된 것이다.
로컬 브랜드를 발굴하고 판로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기관이 로컬 브랜드 플랫폼이다. 포틀랜드에는 MadeHere PDX, Portland Made, Farmers Market 등 다른 도시에서 찾기 어려운 로컬 브랜드 플랫폼이 활동한다.
MadeHere(메이드히어) PDX: 메이드히어는 포틀랜드에 기반을 둔 마켓플레이스로, 지역 장인과 제작자가 만든 제품을 판매한다. 2014년 포틀랜드에서 만든 독특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낀 지역 기업가들이 모여 설립한 회사다.
Portland Made(포틀랜드 메이드): 포틀랜드 메이드는 포틀랜드에서 만든 제품 및 비즈니스를 홍보하는 비영리 단체다. 포틀랜드 시내에 소매점을 운영하며 의류, 액세서리, 가정용품, 식품 등 현지 제조업체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포틀랜드 메이드는 비즈니스 개발 워크숍, 마케팅 지원, 도매 바이어와의 연결 등 메이커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도 제공한다.
포틀랜드 파머스 마켓: 포틀랜드 파머스 마켓은 매주 열리는 시장으로 180개 이상의 벤더가 신선한 농산물, 꽃, 기타 지역 특산품을 판매한다. 포틀랜드 파머스 마켓은 현지 농부 및 생산자가 제공하는 독특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장소다.
포틀랜드는 기술 창업 메이커 스페이스, DIY 스페이스, 공예 작업장 등 다양한 유형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해 로컬 브랜드의 기술력을 지원한다. ADX와 Craft Portland가 대표적인 메이커 스페이스다.
ADX: ADX는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를 위해 특별히 설계된 코워킹 스페이스이자 메이커스페이스다. 회원에게 도구와 장비, 회의실, 이벤트 공간 등 다양한 편의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ADX는 회원과 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와 워크숍을 개최한다.
Craft Portland(크래프트 포틀랜드): 크래프트 포틀랜드는 포틀랜드의 공예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홍보하는 비영리 단체다. 수업과 워크숍, 네트워킹 이벤트, 리소스 디렉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년 200개 이상의 수공예품 판매업체가 참여하는 포틀랜드 인디 크래프트 페어를 개최한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포틀랜드도 전통적인 소상공인 지원 기관을 운영한다. 포틀랜드 생태계가 다르다면 상권 지원 기구와 환경 단체의 로컬 지원이다.
Oregon Small Business Development Center(오리건 중소기업 개발 센터): SBDC는 오리건주의 중소기업에 무료 기밀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한다. 사업 계획 개발, 제품 및 서비스 마케팅, 자금 조달 등 다양한 업무를 통해 소규모 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있다.
Venture Portland(벤처 포틀랜드): 포틀랜드는 도시를 50개 지역상권으로 나눠 상인회와 주민단체를 통해 상권 활성화를 지원한다. 벤처 포틀랜드는 상권을 관리하기 위해 시에서 설립한 중간지원조직이다.
EcoTrust(에코트러스트): 에코트러스트는 태평양 북서부의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단체다. 이코 트러스트(EcoTrust) 사업 중 하나가 로컬푸트 생태계 지원 단지(Redd on Salmon Street)다. 환경 보호 차원에서 로컬 농부, 식당, 세프, 유통 기업을 지원하는 단체다.
포틀랜드의 건축디자인 지원 생태계는 건축 자재 재활용과 공공장소 활성화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시정부는 소규모 사업으로 상가 건물의 리모델링을 지원한다.
Rebuilding Center(리빌딩 센터): 리빌딩 센터는 중고 건축 자재를 회수하여 판매하는 비영리 단체다. 목재와 창문부터 비품과 가전제품까지 모든 것을 판매하는 대형 창고를 보유하고 있다. 리빌딩 센터는 DIY 프로젝트를 위한 독특하고 저렴한 자재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장소다.
포틀랜드 시는 또한 상업용 건물의 수리 및 리모델링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프로그램과 서비스는 상업용 건물 소유주가 건물을 더 쉽고 저렴하게 유지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Commercial Alteration-Tenant Improvement Building Permit(상업용 변경-세입자 개선 건축 허가)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상업용 건물 소유주는 건물 수리 및 개보수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포틀랜드 모델은 한국 로컬 언어로 표현하면 로컬 콘텐츠 타운이고, 이를 지원하는 생태계는 로컬 콘텐츠 메이커 스페이스와 건축디자인이다. 일부 한국 지역에서 추진되는 로컬 콘텐츠 메이커 스페이스가 포틀랜드의 로컬 브랜드 플랫폼, 메이커 스페이스, 스몰 비즈니스 인큐베이팅 기능을 담당하도록 설계되고 있다.
포틀랜드 생태계 제도도 제도지만 사회과학적으로 궁금해진다. 포틀랜드의 무엇이 포틀랜드 로컬 콘텐츠 생태계를 특별하게 만들까? 하나의 이유는 19세기 후반부터 이어지는 공동체주의다.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 많은 시민들이 로컬 브랜드를 지원하는 단체와 이벤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전문가들은 포틀랜드의 공동체 전통을 북유럽 이민자에서 찾는다. 포틀랜드, 시애틀 등 미국 북서부는 전통적으로 북유럽 이민자들이 많이 정착한 곳이다.
또 하나의 요인이 환경운동이다. 로컬푸드, 재활용 건축, 수제 자전거, 자연주의 패션, 아웃도어 등 포틀랜드 로컬 산업을 견인하는 원동력은 일상에서 실천하는 환경주의다. 친환경 생활을 추구하는 포틀랜드 시민들이 로컬에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체제의 대안을 적극적 찾는다.
그렇다면 공동체주의와 환경운동이 약한 한국에 포틀랜드 모델을 이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건축 환경도 다르다. 건축 자원이 포틀랜드만큼 풍부하지 못한 한국에서는 포틀랜드보다 더 적극적으로 건축디자인을 지원해야 한다.
그럼에도 포틀랜드 모델에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로컬 콘텐츠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들려면, 문화적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다. 포틀랜드와 같이 한국에서도 로컬푸드, 환경 운동이 뿌리내려야 한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환경 운동이 활발한 지역이 나오고 있다. 이들 지역 중에서 문화 자원이 풍부한 곳이 로컬 콘텐츠 타운으로 유망한 지역이다. 현재 제주, 강원, 충북, 전남이 로컬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