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는 자신이 시장에 내놓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창작자다. 흔히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에서 콘텐츠를 판매하는 콘텐츠를 크리에이터로 부르지만, 이커머스가 라이브커머스, SNS로 확장하고 크리에이터가 오프라인 공간에 진출하면서 온라인 셀러와 오프라인 로컬 크리에이터도 크리에이터 경제의 주역이 되고 있다.
크리에이터 경제가 이렇게 온라인, 오프라인 전 영역에서 계속 성장한다면,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원론적인 대답은 크리에이터의 적극 유치다. 이미 지역 소도시는 워케이션, 한 달 살기 시설을 통해 디지털 노마드, 프리랜서와 같은 크리에이터와 크리에이터 성향의 원격근무 직장인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부도 지역 활성화를 위해 로컬 크리에이터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개인 중심의 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이 지역을 살릴 수 있을까? 지역이 많은 귀농귀촌민을 유치해도 지역 회복의 발판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단순 이주민 유입이 지역을 활성화허는 것은 아니다. 크리에이터 유치로 새로운 지역산업을 개척한 양양과 제주의 사례는 관계 인구와 상주인구 유치가 성공하기 위한 3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이주민의 대안적 라이프스타일이다. 양양에서 서핑을, 제주에서 보헤미안 활동을 선택한 이주민에게 서핑과 보헤미안은 대도시에서 추구하기 어려운 라이프스타일이다. 대도시에서와 동일한 라이프스타일을 원하는 이주민이 지역에서 안착하는 것을, 더 나아가 새로운 지역 산업을 개척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이주민 문화의 지역화다. 이주민이 지역에서 추구하는 문화가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아야, 지역이 이를 기반으로 상권과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 양양의 서핑, 제주의 보헤미안이 지역 문화로 뿌리를 내린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조건이 골목상권 중심의 로컬 브랜드 생태계다. 전국적으로 사람과 돈을 모으는 상권은 일정 수준의 건축환경을 만족하는 원도심 골목상권이다. 농촌 지역에서도 문화 자원만 풍부하면 골목상권을 조성할 수 있다. 양양과 제주 로컬을 개척한 크리에이터 인구도 양양 죽도-인구해변, 제주 원도심 탑동 등 콘텐츠 생산에 유리한 상권에 집적되어 있다.
양양과 제주 사례를 요약하면, 크리에이터 성향의 이주민이 자신의 개인적 라이프스타일로 시작한 경제 활동을 로컬 문화를 만들고, 이를 골목상권 중심의 로컬 브랜드 생태계, 즉 로컬 콘텐츠 타운으로 육성한 것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적합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크리에이터를 그들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소지역으로 유치, 이들이 커뮤니티 기반으로 새로운 브랜드와 산업을 만들 수 있는 로컬 콘텐츠 타운을 육성해야 한다.
농촌 지역 로컬 콘텐츠 타운에 유치해야 할 크리에이터는 단순히 농업을 혁신하는 농업 크리에이터만이 아니다. 농촌 환경을 캠핑, 명상, 경관농업, 펜션, 체험마을 등 새로운 레저 산업으로 개척할 농촌 크리에이터, 독립서점, 커피, 베이커리, 게스트하우스 등 중심 상권에 필요한 도시 콘텐츠를 제공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그리고 농촌 콘텐츠를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들 콘텐츠를 온라인에 판매하는 온라인 셀러 등도 로컬 콘텐츠 타운에 필요한 크리에이터다.
로컬 브랜드 생태계가 늘어나는 대표적인 지역이 강릉이다. 양양 서핑뿐만 아니라 강릉 커피, 순두부, 한과, 수제맥주, 감자, 속초 책문화, 영월 래프팅 등 다양한 강원 콘텐츠가 특정 상권을 중심으로 로컬 브랜드로 사업화된다.
정책 개발 차원에서 시급한 과제는 로컬 콘텐츠 생태계 실태 조사다. 각 생태계에서 현재 어떤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브랜드가 더 많이 나오게 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가장 성숙한 생태계라고 할 수 있는 강릉의 커피 생태계에서도 테라로사, 보헤미안박이추커피 이후 새로운 로컬 브랜드가 나오지 않고 있다. 테라로사 같은 전국 평판의 커피 기업을 10개 정도로 늘려야 강릉을 진정한 의미의 커피도시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기존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크리에이터 공급과 크리에이터 기술 지원이다. 지역 크리에이어를 위해 건축, 디자인, 식가공, 조리 등 다양한 오프라인 제작 기술을 지원하고 이를 교육하는 로컬 콘텐츠 메이커스페이스를 로컬 콘텐츠 타운의 플랫폼으로 육성, 체계적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로컬 콘텐츠 메이커 스페이스 중심의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 체계 구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로컬 크리에이터 타운이 현재 지역 상황에선 로컬 크리에이터 자원으로 지역 상권과 산업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2023년 7월 19일 강원도청 강연의 요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