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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l 26. 2023

로컬 브랜드 상권과 크리에이터 양성

코로나 위기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동네의 재발견이다. 장거리 이동이 어려워지고 생활 반경이 좁혀지면서 동네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자 동네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진 것이다. '알고 보니 우리 동네에 재미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 동네를 재발견한 사람들의 소감이다.

 

서울시도 이러한 트렌드에 부응하여 지역경제의 중심지인 골목상권을 '머물고 싶은 동네 상권'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 3월 서울시는 2030년까지 지역별 특색을 담은 로컬 브랜드 상권을 선정해 맞춤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컬 브랜드 상권은 말 그대로 매력적인 콘텐츠로 차별화에 성공해 소비자가 브랜드로 인식하는 상권이다. 모두가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문화경제 시대, 동네와 상권도 예외가 아니다. 소비자에서 다른 상권이 복제할 수 없는 특별한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

 

홍대, 이태원, 성수동, 삼청동 등 서울 대표 상권이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이유도 이 상권들이 보유한 콘텐츠의 힘 때문이다. 광장시장, 망원시장, 신당동 중앙시장이 성공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거리문화, 문화예술, 로컬 콘텐츠, 친환경 등 MZ세대가 호응하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찾아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잠재력 있는 상권을 지역에서 사랑받는 상권으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영등포구 선유로운, 마포구 합마르뜨, 중구 장충단길, 서초구 양재천길, 구로구 오류버들 등 5곳을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선정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노원구 경춘숲길과 용산구 용마루길을 추가로 선정했다. 구체적으로 상권별 자원과 특징을 고려해 로컬 브랜딩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존 상인을 지역 대표 콘텐츠로 만드는 '동네서울 브랜드 액션러닝'과 동네라이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복합문화공간 '로컬바이브'를 운영하는 등 3년간 최대 30억 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2023년 로컬 브랜드 상권 사업을 25개 전체 자치구로 확대한 서울시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로컬 브랜드 없는 로컬 브랜딩'에 빠지지 않은 것이다. 로컬 브랜드 상권 양성의 명분으로 상권 브랜딩 사업만 하고 로컬 브랜드 유치 없이 그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콘텐츠와 브랜드를 채워줄 수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 상인 브랜드를 지원하고 투자하는 동시에, 크리에이터 양성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와 브랜드를 추가해야만 지속 가능한 로컬 브랜드 상권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서울시의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상권에 투입될 로컬 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로컬인서울’을 추진 중이다. 중앙 정부 역시 소상공인 크리에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해 중소기업벤처부 중심으로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 로컬 브랜드 상권 육성, 콘텐츠 장인학교 지원 등 다양한 로컬 브랜드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주목해야 할 새로운 로컬 크리에이터 교육 프로그램이 '로컬 파이오니어 스쿨(Local Pioneer School)’이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로컬 콘텐츠 기업 어반플레이, IT서비스 기업 CJ올리브네트웍스와 함께 서울, 강원, 제주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로컬에 대한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창업과 취업 등 이나 비즈니스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 사회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기술에서만 찾는 경향이 있다. 서울 상권의 변화가 보여주듯이 기술만으로는 사람과 돈을 모으는, 그리고 주민이 살고 싶어 하는 상권과 동네를 만들기 어렵다. 동네 일상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문화 창출 능력이 기술 개발 능력만큼 중요하다.

 

서울의 장점은 동네 중심의 도시 구조다. 서울시가 동네에 새 바람을 일으킬 크리에이터 양성과 로컬 브랜드 상권 지원을 통해 다른 도시에서 찾을 수 없는 문화 수월성과 다양성을 제공하는 도시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출처: 해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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