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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Sep 12. 2023

표현돼야 아름답다

한국이 아름다운 나라일까? 나는 여러 측면에서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다. 한국 지식인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하지는 다른 문제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한국 사회는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인색하다. 정체성으로 경쟁해야 하는 문화경제 시대를 맞아 한국을 더 아름다운 나라로 만드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고, 이 여정의 시작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한국의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이다.


한국의 정체성이나 아름다움을 인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전통적으로 아름답다고 인정받던 전통문화에서 현대 미술, 대중문화, 생활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된다. 현재 지식인 사회에서 감지되는 한국 정체성 표현 방식은 크게 4가지다. 


첫째가 단순함이다. 중국과 일본의 전통문화가 화려하고 기교적이라면, 한국의 전통문화는 소박하고 단순하다. 단순함과 소박함과 더불어 자연미, 절제미, 일상성 등 불교나 도교적 미학 기준이 한국 전통문화를 표현하는데 쓰이는 단어다. 단순성에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찾는 경향은 현대 미술에도 적용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현대 미술 장르는 추상과 단색화다.


두 번째 표현 방식이 외국 문화의 재해석과 재창조다. 전근대 사회에서 오랜 기간 중국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인지 한국은 외국 문화 수입에 적극적이다. 중국 문화 정통성에 대한 조선 지식인의 집착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차별성보다는 수용성에 집중된다. 한국 문화를 외국 문화의 재창조로 인식하는 경향은 현대에도 이어진다. 현재 한국 사회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한국 지식인 스스로가 흑인 문화, 미군 기지 문화, 미국 교포와 유학생 문화 등 외국 기원을 강조한다. 


세 번째가 성공 방식을 정당화하는 경향이다. 한국이 무언가에 성공하면 그 원인을 한국 특색에서 찾고 이 특색이 인류 보편적 가치나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하지 않고 성공했으니 아름답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빨리빨리’, ‘집단 합숙’, ‘가족 승계’ 등 글로벌 기준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화로 성공한 IT산업, K-pop, 대기업을 단지 성과를 냈다는 이유로 한국의 장점이자 한국의 정체성으로 승화하려는 노력이 대표적인 사례다.


네 번째 표현 방식이 표현 자체의 거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다른 나라에서 못 만드는 것이 한국적이다, 가장 인간적인 것이 한국적이다 등 우리가 갖고 있는 것, 우리가 만드는 것을 우리 언어로 표현하지 않고 그 자체가 한국적이라고 ‘퉁치는’ 경향이다.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의 빈곤은 어디서 온 것일까? 결국 자존감 문제다. 한국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 이를 자신 있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외국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는 MZ세대는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 나다움을 추구하는 그 기상이 지역다움, 한국다움으로 전이되기를 바란다. 한국 문화, 표현돼야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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