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로칼지향의 시대>가 왔다고 주장하는 저로서는 주인공이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간 주인공 혜원은 그곳에서 안착할까요? 어떤 삶을 살지는 알고 있어 희망적입니다. 자연, 음식, 딸에 대한 사랑으로 농촌 마을에서 작은 숲을 일군 엄마처럼 자신의 작은 숲을 가꾸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혜원이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도 이겨낼 것 같습니다. 엄마의 이 말을 기억할 테니까요.
"엄마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는 너를 이곳에 심고 뿌리내리게 하고 싶어서였어. 혜원이가 힘들 때마다 이곳의 흙냄새와 바람과 햇볕을 기억한다면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로 엄마는 믿는다."
그런데 다수의 청년들은 혜원과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리틀 포레스트의 후기로 쓴 브런치 에세이 ‘나 왜 서울에서 살고 있지?’가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서울에 기회가 많아, 아니 서울에 기회가 더 많은 줄 알고 떠났습니다."
과연 서울에 더 기회가 많을까요? 현재 일자리 수만 보면 그리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래의 일자리가 어디에 더 많을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40년전 더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해외로 이민 간 사람과 한국에 남은 사람을 비교해 보죠. 현재 누가 더 많은 기회를 누리는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에 모든 기회가 있다는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서울에 있는 기회는 산업사회 기준으로 좋은 기회입니다. 창의성과 문화창출 능력이 중요한 미래 사회에는 더 다양한 기회가 존재하며 한 도시가 이를 독점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지역에서 기회를 찾기 위는 사람이 많습니다. 귀농귀촌이 사회현상으로 정착한 것은 2000년대입니다. 주로 은퇴한 장년층 중심으로 시작한 귀농귀촌은 언제부터인가 젊은 세대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수 효리가 2013년 제주로 이주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지역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데 방송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한국 방송이 리틀 포레스트 같은 영화를 더 많이 제작해 한국 사회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욕구를 수용하는 사회로 만드는데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2018년 3월 2일